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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누구를, 무엇을 위한 한·일 갈등인가

중앙일보 2019.01.07 00:13 종합 30면 지면보기
강제징용 판결에 이어 레이더 공방을 둘러싼 한·일 간 갈등이 수그러들기는커녕 갈수록 거칠어지고 있다. 북핵 문제 해결과 세계 질서 복원 등 두 나라가 힘을 합쳐도 모자랄 판에 소모적 공방이 이어져 과연 누구를, 무엇을 위해 이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감정 대응 관두고 실질적 해법 찾아야
인기 만회 위한 민족 감정 이용은 금물

두 사안 모두 양국 정부가 상대방을 감정적으로 공격해도 절대 풀리지 않을 일들이다. 우선 레이더 건은 한국 광개토함이 화기관제 레이다를 쐈는지 여부를 둘러싼 공방에서 일본 초계기의 저공비행 논란으로 번졌다. 가뜩이나 서먹한 양국 국민 간 감정은 이번 사태 때문에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양쪽 당국이 조용히 진상 조사를 하는 대신 관련 비디오 자료를 공개하고 여기에 거칠게 반박하면서 불필요하게 양국 감정이 나빠진 측면이 없지 않다. 상황 악화를 걱정한 두 나라 외교장관은 지난 4일 “군사 당국 간 실무협의를 통해 문제를 풀자”고 합의했다. 일단 포문을 닫고 만나서 해결하자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날 우리 국방부는 일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영상자료를 공개했다. 군 당국은 한발 더 나아가 이를 8개 국어로 번역해 웹사이트에 올리겠다고 한다. 일본이 먼저 관련 동영상을 영어로 번역해 올린 데 대한 반격인 셈이다. 물론 일본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국 측 동영상에 대한 반박과 함께 비난이 들끓고 있다.
 
이런 두 나라 당국의 행태는 이웃 싸움에 서로 상대가 나쁘다고 온 동네에 선전하는 꼴이다. 군사 분야 역시 사람이 하는 일이라 평상시에도 오인 사격마저 일어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사안의 진상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양쪽 모두 실질적인 피해는 없었다. 그러니 정확한 사실을 밝혀 한국 쪽에서 화기관제 레이더를 조사(照射)한 게 맞는다면 정식으로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면 끝날 사안이다. 반대로 일본이 한국 군함의 화기관제 레이더에 맞은 것으로 착각했다면 이 또한 사과하면 될 일이다.
 
강제징용 판결 문제도 마찬가지다. 과거사에 대해 상반된 평가와 가치관을 가진 두 나라 사법부가 다른 판결을 내리는 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이 사안이 외교 협정과 관련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주권 국가의 대법원 판결을 잘못됐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건 옳지 않다. 게다가 일본의 많은 변호사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을 지지하고 있다.
 
그러니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어제 NHK 방송에 나와 “(한국 대법원의) 판결은 국제법에 비춰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양국 정부는 한·일 관계의 중요성을 생각하며 상대에 대한 공격을 당장 거둬야 한다. 최근의 사태는 두 나라 정권 모두 떨어지는 인기를 만회하기 위해 민족 감정을 부추긴 결과라는 분석이 양국에서 나오고 있다. 이런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양국 정부는 냉정함을 되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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