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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길, 잠적 한 달 뒤 신변보호 요청…‘조용한 망명’ 안되자 플랜B 가동했나

중앙일보 2019.01.07 00:04 종합 3면 지면보기
조성길 주이탈리아 대사대리의 행방을 놓고 이탈리아 현지에서도 각종 설이 무성하다. “제3국으로 갔다가 다시 이탈리아로 왔다”는 보도까지 등장했다. 정부 당국자는 6일 “북한 당국이 (조성길의 잠적 이후) 망명을 막기 위해 추적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정보 당국의 속성상 이탈리아 당국 역시 조성길의 행적을 확인해 주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은 조성길이 서방 국가로 망명을 타진하고 있다는 중앙일보 보도(1월 3일자 1·2면) 직후 국회 정보위 간사들에게 “(조성길이) 아직 이탈리아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만 보고했다.
 
①잠적 한 달 뒤 신변보호 요청 왜=국정원에 따르면 조성길이 잠적한 건 지난해 11월 초다. 현지 소식통은 “조성길이 12월 첫째 주 후반쯤 이탈리아 당국에 신변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잠적하면 북한이 추적에 나설 것임을 누구보다 잘 아는 외교관인 그가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자신의 보호를 요청한 게 된다. 이를 놓고 자신의 거취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다 북한의 ‘포위망’이 좁혀오자 이탈리아 당국에 도움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또 잠적 사실이 평양에 전달되기 전에 본인 스스로 망명지를 알아보다 여의치 않자 ‘조용한 망명’에서 이탈리아 당국을 통해 미국 등 제3국 망명을 요청하는 ‘플랜B’를 가동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이탈리아 외교부는 지난 3일 “망명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정보기관이 보호하고 있을 수는 있다”는 언급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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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미국 입장 무엇인가=북한 인권 문제는 그동안 미국의 대북 압박 수단이었다.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하면서도 다른 쪽에선 북한을 압박하는 소재였다. 미국이 북한과 고위급회담을 추진하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북한 인권 관련 토의를 시도한 게 대표적이다.  
 
탈북자 이슈를 놓고도 미국 정부는 북한을 향해 인권 압제의 대표적 사례라며 목소리를 높여 왔다. 그런데 현재까지 미국이 조성길의 잠적 또는 망명 시도 과정에서 어떠한 입장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고위 당국자는 “조성길이 망명을 결심했다면 북한의 손길이 닿지 않는 미국을 가장 먼저 떠올렸을 것”이라며 “조성길이 미국으로의 망명을 추진했고 미국이 그를 받아들일 뜻이 있었다면 잠적 직후 미국으로 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잠적한 지 두 달이 지나도록 미국의 조치가 없었다면 그건 이상하다”며 “미국이 잠적을 몰랐거나, 아니면 망명 수용에 소극적이었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 정보기관의 막강한 정보력을 감안하면 잠적을 몰랐다기보다는 북한과의 비핵화 ‘빅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신중하게 움직인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③“부부가 잠적” 함께 움직이나=국정원은 지난 3일 국회 정보위 간사들에게 조성길의 행방과 관련, “부부가 함께 잠적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하급 외교관의 경우 부인을 국내에 놔두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북한 외교관이나 해외 대표부에 파견되는 인사들은 북한에 가족 일부를 두고 부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조성길은 부인은 물론 자녀를 데리고 로마에서 생활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설명이다. 조성길의 행방을 놓고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이 각종 설을 제기하는 데 부인에 대한 얘기는 자세히 등장하지 않고 있다. 정부 당국은 조성길의 행적은 물론 부인을 비롯한 가족들의 행방에 대해서도 일절 함구하고 있다.
 
로마=김성탁 특파원, 서울=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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