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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 효도사기 논란···'효도계약서' 부자에겐 필수품

중앙일보 2019.01.06 06:00
배우 신동욱이 할아버지와 재산 분쟁을 겪고 있다. [중앙포토]

배우 신동욱이 할아버지와 재산 분쟁을 겪고 있다. [중앙포토]

 

금융사, 효도계약서 상담 늘어나
효도 조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치매 늘면서 유언대용신탁 인기


최근 배우 신동욱의 ‘효도 사기’ 논란으로 효도계약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올해 96세인 신동욱 씨의 조부는 효도 조건으로 신 씨에게 집과 땅을 넘겨줬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신 씨가 부양의무를 하지 않고 연인에게 집을 넘긴 뒤 자신을 집에서 쫓아내려 한다며 증여 재산을 돌려달라고 소송했다. 반면 신 씨 측은 “토지나 주택을 물려받은 것은 법적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조부의 얘기는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있다.
 
 
문제는 조부가 효도를 전제로 증여했다는 효도계약서를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증거가 없어 재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효도계약서는 부모가 생전에 자녀에게 매년 5회 이상 부모 집 방문,  입원비 지급 등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물려줄 때 쓰는 계약서다. 원래 민법에 있는 ‘조건부 증여’의 일종이다. 자녀뿐 아니라 손자, 며느리, 사위 등 누구에게나 재산 증여 조건으로 계약서를 쓸 수 있다.  
 
 
고액자산가 사이에선 이미 3~4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곽종규 KB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변호사는 “연세가 많은 자산가는 자녀나 며느리에게 한 달에 한 번 손자와 함께 본인의 집을 방문하라는 식의 조건으로  아파트ㆍ상가 등 부동산을 증여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2015년 말 효도계약을 어긴 아들에게 70대 부친이 증여한 재산을 반납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효도계약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더 커졌다.  
 
 
곽 변호사는 “최근엔 집 한 채가 전부인 노인들도 부양의 조건을 걸고 집을 물려주길 원한다”며 “효도계약서의 법적 효력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방효석 법무법인 우일 변호사(전 하나은행 상속증여센터 변호사)는 “재산은 한번 물려주면 돌려받기 어려운 데다 마땅한 노후 준비 없이 증여를 고민 중인 노인들은 효도계약서가 안전한 법적 장치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효도계약서는 효도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법적 효력을 갖을 수 있다. 효도계약서 샘플. [방효석 변호사 제공]

효도계약서는 효도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법적 효력을 갖을 수 있다. 효도계약서 샘플. [방효석 변호사 제공]

 
 
전문가들은 효도 계약서가 법적 효력을 갖기 위해선 효도의 조건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예를 들어 매년 5회 이상 피상속인의 집을 방문하고, 병원에 입원하면 입원비와 일부 생활비를 퇴원할 때까지 지급한다는 식이다. 방 변호사는 “부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이상 본인의 집을 방문하고 일주일에 한 번 전화하라는 조건을 가장 많이 쓴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이번 신동욱 씨 사례에서 보듯이 피상속인 생전에는 증여한 재산을 제삼자에게 처분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빼놓지 않아야 한다”고 귀띔했다.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물려준 재산은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문구 등을 세세하게 적어놔야 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족 간 갈등 없이 재산을 상속ㆍ증여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유언대용 신탁이다. 신탁자(유언자)가 보험을 제외한 자산을 맡기면 금융사가 재산을 위탁받아 관리하다 사후엔 집행을 책임지는 형태다. 신탁이 발달한 미국ㆍ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다.
 
 
국내에서는 2010년 하나은행의 ‘리빙트러스트’를 시작으로 은행과 증권사에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 센터장은 “지난해 유언대용신탁 상담 건수는 330건에 이른다”며 “상당수가 노후에 치매 등으로 갑자기 건강이 나빠질 것을 염려해 재산을 미리 금융사에 신탁으로 맡기려고 한다”고 말했다.  
 
 
80대 중반 A 씨는 최근 남편이 사망한 뒤 현금 15억원과 아파트 2채, 오피스텔을 신탁으로 맡겼다. 갑작스레 치매나 암에 걸리면 자신을 돌보는 것은 물론 재산을 놓고 자녀끼리 갈등이 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우선 매달 생활비 명목으로 500만원씩 받다가 사망 후엔 3명의 자녀에게 남은 재산을 골고루 분배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유언대용신탁은 금융사가 관리부터 유언집행을 맡기 때문에 편리하다. 하지만 비용 부담이 커서 일반적으로 활용하긴 쉽지 않다. 첫 계약을 할 때 최소 1000만원을 낸 뒤 매년 자산관리 수수료를 내야 한다. 수수료는 재산 규모와 관리 방식에 따라 차이가 있다. 금융자산 수수료는 맡긴 금액의 0.3~1%를 떼간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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