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선 사이 간격이 0.3mm…고조선 청동거울의 나노기술

중앙일보 2019.01.05 13:00
[더,오래]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39)
‘정문경(精文鏡)’으로 불리는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 [문화재청 사진]

‘정문경(精文鏡)’으로 불리는 국보 제141호 다뉴세문경. [문화재청 사진]

 
다뉴세문경(多鈕細文鏡). 한 번쯤 들어본 이름일 것이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 알리기회’(대표 김재웅)는 이 유물을 “2400년 전 한민족의 나노기술”로 해석한다. 이 단체가 선정한 세계 최초‧최고의 한국 문화유산 70가지 중 하나다. 설명은 이렇다.
 
“현재 숭실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국보 141호 다뉴세문경은 2400년 전 제작된 고조선의 청동거울로 1960년대 논산에서 발굴됐다. 지름 21.2㎝ 작은 원 안에 무려 1만3000개가 넘는 정교한 선과 동심원이 새겨져 있다.
 
선과 선 사이의 간격은 0.3㎜에 불과하다. 1㎜ 안에 머리카락 굵기의 선 3개를 새겨 넣은 것과 같은 작업이다. 확대경이나 초정밀 제도기구가 없던 시대, 이처럼 뛰어난 청동 주조물은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고대부터 이 땅에 세계 절정의 초정밀 금속 주조기술이 존재했음을 보여 주는 문화재다.”
 
다뉴세문경은 쉬운 우리말로 옮기면 잔무늬거울이다. 이름의 ‘뉴’는 거울을 멜 때 사용하는 뒷면 고리를 뜻한다. 이 거울은 뉴가 2개로, 그래서 다뉴다. 소재는 주석이 많이 들어가 빛이 잘 반사되게 만들었다고 한다.
 
국보 제285호 울산광역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문화재청 사진]

국보 제285호 울산광역시 울주군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 [문화재청 사진]

 
세계 최초로 고래 사냥 모습을 새긴 선사시대 유물 ‘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도 이 70가지에 들어간다. 누구나 쉽게 동의할 것이다. 너비 10m, 높이 3m의 바위에 동물과 사람‧배‧그물‧기하무늬 등 200여 점이 그려져 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무려 7000년 전의 고래사냥 모습을 새겨 주목받는다. 실제로 암각화 주변에서 사슴 뼈를 갈아 만든 작살이 꽂혀 있는 고래 뼈가 발굴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충북 소로리 출토 볍씨
이 단체는 70가지 문화유산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벼농사의 흔적”을 소개한다. 덜 알려진 내용이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소로리(1998년 조사 당시 행정구역은 청원군 옥산면 소로리)에서 발견된 볍씨는 약 1만5000년 전의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국제적으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받은 중국 호남성(湖南省) 출토 볍씨보다 3000년이나 앞선다.
 
2016년 청주시가 소로리 볍씨의 상징 조형물을 제막하고 있다. [청주시 사진]

2016년 청주시가 소로리 볍씨의 상징 조형물을 제막하고 있다. [청주시 사진]

 
이 연대는 충북대 이융조 교수팀이 소로리에서 탄화 볍씨 59톨을 발굴해 미국의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기관인 지오크론(Geochron)과 서울대 AMS 연구팀에 의뢰해 받은 결과와 동일하다. 국제적으로 공인이 됐다. 연구 결과 볍씨들은 연장에 의한 수확의 흔적이 있는 초기 재배 벼로 나타났다.”
 
농업과 관련된 세계적인 자랑거리가 하나 더 있다. ‘콩의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라는 사실이다. 식물은 야생종‧중간종‧재배종이 가장 많은 지역을 발상지로 삼는다. 이 조건에 맞는 콩의 원산지가 바로 우리 조상의 터전인 만주와 한반도다.
 
‘한국의 정신과 문화 알리기회’는 “고조선부터 우리는 콩의 종주국으로 콩을 이용한 된장‧간장‧두부 등을 만들어 동아시아에 전파했다”고 정리한다. 또 “콩을 식자재로 사용하지 않던 서양은 1900년대 초부터 콩의 중요성을 깨닫고 원산지를 찾아 종자 사냥을 시작했다”고 덧붙인다.
 
미국은 1901년부터 1970년대까지 만주와 한반도에서 5400종이 넘는 콩 종자를 수집했다. 미국은 나아가 우리 콩을 모태로 우량 품종을 육성한 뒤 현재 콩의 최대 생산과 수출국이 됐다는 것이다.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중앙일보 객원기자 theore_creator@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송의호 송의호 대구한의대 교수ㆍ중앙일보 객원기자 필진

[송의호의 온고지신 우리문화] 은퇴하면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그중에는 문중 일도 있다. 회갑을 지나면 가장을 넘어 누구나 한 집안의 어른이자 문중을 이끄는 역할을 준다. 바쁜 현직에 매이느라 한동안 밀쳐 둔 우리 것,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가져 보려고 한다. 우리의 근본부터 전통문화, 관혼상제 등에 담긴 아름다운 정신, 잘못 알고 있는 상식 등을 그때그때 사례별로 정리할 예정이다. 또 영국의 신사, 일본의 사무라이에 견줄 만한 우리 문화의 정수인 선비의 정신세계와 그들의 삶을 한 사람씩 들여다보려 한다.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