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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집마다 월 3800원 더 내자"…경비원 지켜낸 아파트 주민들

중앙일보 2019.01.05 01:41
눈 치우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위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뉴스1]

눈 치우고 있는 아파트 경비원. 위 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 [뉴스1]

최저임금 인상으로 아파트 경비원들이 잇따라 해고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 하남시에는 입주민들이 직접 나서 경비원 일자리를 지켜낸 아파트가 있어 화제다.  
 
이 아파트가 ‘경비원 감원 없는 아파트 관리’를 실천할 수 있었던 사연은 이렇다.  
 
하남자이아파트 측은 지난해 10월 입주자대표회의를 열어 폐쇄회로TV(CCTV)를 늘리고 무인 택배함을 설치해 경비 인력 15명 중 5명을 감축하자고 결정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을 덜기 위해서다.  
 
이를 뒤늦게 접한 일반 주민들은 반발했다.  
 
입주민 A씨는 4일 오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경비원 15명 중 5명을 해고한다는데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경비아저씨들이 궂은일 다 하는데 ‘누가 이런 결정을 했나’ 싶어 입주민 대표에게 면담 신청을 했더니 이미 결정이 된 거라 번복이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해결 방법을 고심하다 아파트 관리 규약을 찾아봤던 A씨는 “아파트 주민 20명이 모이면 입주민대표회의 안건을 낼 수 있다”는 조항을 찾아냈다. 20명의 힘이 모이면 해당 사안을 전체 투표에 부칠 기회가 생긴단 뜻이다. 이를 알게 된 주민들은 엘리베이터와 아파트 입구에 벽보를 붙였다. 그렇게 투표 개시 조건인 ‘아파트 주민 20명 서명’은 금세 채웠다.  
 
우여곡절 끝에 경비원 인력감축 관련 전체 주민투표가 부쳐졌다. 그 결과 현재 경비원 수를 그대로 유지하자는 의견(78.9%)이 압도적으로 나타났다. 앞선 입주자대표회의의 결정이 뒤집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경비원 해고는 막았지만, 관리비 상승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A씨는 “(해고를 막게 될 경우) 한 달에 (관리비가) 평균 3800원 정도 인상이 되더라. 그래서 투표를 할 때 집집마다 돌며 관리비가 오른다는 안내를 했었다”며 “돈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많을까 우려했는데 주민 대부분 ‘몇천원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 다 같이 먹고 살아야지’라는 말을 했었다”고 전했다.  
 
이 아파트 경비원들은 이런 결정에 “애써줘서 고맙다” “이제 열심히 일해 입주민에게 보답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비원 인원 감축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인원 감축은 결국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한 공동체”라며 “그들(경비원)은 사회에서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분들이다. 약한 분을 도와주기 위해 하는 게 아니라 그들을 지키는 게 우리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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