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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없는 광고’ 같은 특허 내려면 습관을 디자인화해야

중앙선데이 2019.01.05 00:21 617호 14면 지면보기
특허 125건 가진 ‘특허왕 교수’
송지성 한양대 디자인대학장이 특허를 등록한 ‘광고 없는 광고’. 스마트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한 이 특허는 드라마 등 동영상을 보는 중 화면상의 제품을 터치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픽 송지성]

송지성 한양대 디자인대학장이 특허를 등록한 ‘광고 없는 광고’. 스마트디스플레이 기술을 이용한 이 특허는 드라마 등 동영상을 보는 중 화면상의 제품을 터치해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래픽 송지성]

‘특허와 협상’.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의 링크(LINC·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단에 개설된 강좌다. 송지성(사진) 디자인대학장과 박수조 변리사가 지도하는 독특한 이름의 이 강좌는 디자인학과는 물론 공대, 인문대 등 다양한 전공분야 학생 40명이 섞여 수강한다. 송 학장은 222건의 특허를 출원해 125건을 등록한 ‘특허왕 교수’로 불린다. 현재 심사 중인 출원도 다수여서 등록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송지성 한양대 디자인대학장
특허 출원 위해 변리사와 함께 강의
디자인·공학 등 수강생 구성 융합형
“니즈를 행복으로 바꾸는 게 창의성”

 
이 강좌는 말 그대로 수강생들이 송 교수, 박 변리사와 함께 실제로 특허를 개발해 출원하기 위한 실용적 수업이다. 송 학장은 “학생들에게 실제 상황에서 특허를 만들게 해 실무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특허 출원 전문가인 현직 변리사가 직접 지도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열심히 연구했는데 이미 누군가가 같은 내용을 특허 출원했거나 등록했다면 헛발질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대학에서 특허로 얻는 수익의 60%는 교수가, 나머지 40%는 학교 측에 돌아간다. 송 학장은 “이 강좌에서 개발된 특허의 수익은 학생·교수·변리사·학교 모두 25%씩 골고루 나눠 받도록 규정을 바꿔 수업참여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강좌 이름에 ‘협상’을 붙인 데는 이유가 있다. 송 학장은 “다양한 전공 분야의 학생들이 수강하기 때문에 의견을 서로 주고받는 협상이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아직은 학생들과 공동으로 개발한 특허가 창업으로 연결된 사례는 드물지만 특허 등록에 성공한 학생들은 취업에 유리하다. 실제로 학점이나 영어 실력이 출중하지 못한 학생이 대기업 입사 면접에서 전공이 서로 다른 학생들과의 융합 교육 경험과 실제 성과를 잘 설명해 취업에 성공하기도 했다.
 
송지성 한양대학교 디자인대학 학장·디자인대학 교수가 11일 중앙선데이 회의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송지성 한양대학교 디자인대학 학장·디자인대학 교수가 11일 중앙선데이 회의실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송 학장과 학생들이 개발하는 특허는 일반적인 것과는 개념이 좀 다르다. 우선 수강생 구성에서 알 수 있듯이 융합형이다. 디자인은 아이디어를, 공학은 솔루션을, 인문학은 고객의 수요를 중점적으로 연구한다. 송 학장은 “생각은 융합하고, 실행은 전공의 특성대로 시행해 특허로 구체화하는 공동의 비전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그가 가장 중요시하는 특허 개념은 ‘습관의 디자인화’다. 개념적이고 직관적이며 사용자와 교감을 일으키는 기능에 대한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 특허를 지향한다. 기술 자체보다 사람을 향해 있는 기술과 디자인, 그리고 인문학이 서로 어울리는 지적재산권의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한다. 그리고 이를 직관적으로 단순하고 아름답게 구현해 만국공동화하는 것이 목표다. 송 교수는 “고객의 니즈(needs)를 행복으로 바꿔 주는 것이 창의성”이라며 “고객의 니즈를 알 때는 개선이 되고, 스티브 잡스처럼 없는 니즈를 창출해 내는 건 발명”이라고 강조한다.
 
송 학장의 대표적인 특허는 ‘광고 없는 광고’라 불리는 스마트디스플레이 기술(110건)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중에 등장하는 제품을 터치하면 그 제품의 정보를 알 수 있으며, 구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특허다. 광고가 없지만 실제로 광고가 영상에 널려 있게 하는 기술이다. 송 학장은 “외출할 때 자동으로 방안의 침구를 뽀송뽀송하게 해 주고 욕실을 살균하고,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귀가 시 자동으로 먼지를 털어 주는 기술을 구현하는 것 같은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마트인체차트(20건)도 주목할 만하다. 사람의 신체 히스토리가 모두 반영된 실제 모형 기반 인체차트 기술이다. 웨어러블 센서를 통해 사용자의 몸을 측정하여 이상 징후가 있다면 스마트인체차트에 직접 그 이상 유무를 표시한다. 원격진료 시 의사는 인체차트를 보고 진료를 하고 인체모형 자체에 진료를 기록한다. 거울을 보면 건강상태를 알려 주고, 변기에 앉으면 몸무게가 자동으로 체크되는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송 학장은 뇌파제어기술 60건과 기타 사용자 경험 기술 32건도 출원했다.
 
송 학장은 “고객에게는 아름답고 쓰기 편한 제품을 내놓아야 한다”며 “그 안에 숨어 있는 기술과 디자인 개발은 기업과 엔지니어의 몫이며 이것이 바로 디자인 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등 세계적 아이돌그룹의 동영상에 나오는 우리 제품을 세계인들이 손쉽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면 대박이 터질 수도 있다”고 기대한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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