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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타인은 지옥이다’의 의미

중앙선데이 2019.01.05 00:20 617호 31면 지면보기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타인은 지옥이다.” 요즘 동명의 인기 웹툰 때문에 더욱 유명해졌지만, 그전부터 종종 인용되던 말이다. 공공장소에서 무례한 사람 때문에 기분 상할 때, 직장에서 갈등을 겪을 때, 심지어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과도 때때로 관계가 삐걱거릴 때, 우리는 이 말을 소환하곤 한다. ‘왜 이렇게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가 많을까. 오죽하면 철학자 사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라고 했겠어!’.
 
그런데 희곡 ‘출구 없는 방’(1944)의 대사를 통해 “지옥, 그것은 타인들이다.(L‘enfer, c’est les autres.)”라고 처음 말한 사르트르는 이 말이 “늘 오해되어 왔다”고 했다. “타인과의 관계는 언제나 해가 되고 지옥처럼 된다는 뜻이라고 사람들이 오해하는데, 내가 말하고자 한 건 좀 다르다”고 했다.  이 연극에 대한 1965년 강연에서 그가 한 말이다. “우리는 타인들이 우리를 판단하는 잣대로 우리 자신을 판단한다. (중략)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옥에서 살고 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타인들의 판단과 평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다.”
 
저 말을 보면 ‘남 눈치 보기, 남과 비교하기, 인정과 관심 구걸’이 유난히 많은 우리 사회는 과연 ‘헬’로 등극할 만하다. 저 연극에서 세 남녀가 평범한 방처럼 생긴 저승에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로 고민하고 싸우다가 그곳이 지옥임을 깨닫는 것처럼, 스스로 지옥을 엮어 갇혀 있는 셈이다.
 
사실 사르트르 실존주의 철학에 따르면 이 지옥은 피할 수 없다. 인간은 타인이 있는 한 그 시선과 판단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걸 의식해 완전히 주체적일 수 없게 되므로, 타인의 존재 자체가 지옥이다. 하지만 또한, 처음부터 무엇이 되려고 태어난 게 아니라 그냥 태어난, 즉 “실존이 본질에 앞서는” 우리 인간은 스스로의 존재근거를 위해 타인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 어찌할까. 뻔하지만 균형으로 풀어야 하지 않을까.
 
앞서의 강연에서 사르트르는 “평판에 대해 걱정하면서, 또 스스로 바꿀 의지도 없는 행동에 대해 걱정하면서 사는 건, 죽은 채로 사는 것”이라고, 살아있다면 “바꾸라”고, “우리는 지옥을 깨고 나올 자유가 있다”고 했다. 새해에는 그렇게 살아봐야겠다.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들을 때 타인이 주는 상처를 원망하는 대신, 사르트르의 의도대로 스스로 타인의 시선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지면서 말이다.
  
문소영 코리아중앙데일리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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