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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애플의 추락…'제2 노키아' 되나

중앙일보 2019.01.04 17:17
애플이 16년 만에 처음으로 실적 전망치를 낮추면서 주요국 증시까지 4일 출렁이는 등 전 세계에 '애플 쇼크'가 불고 있다. 지난해 8월 '꿈의 시가총액'이라고 불리는 시총 1조 달러(약 1120조원)를 넘었던 미국 대표 정보기술(IT) 기업이 단 5개월 만에 크게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자 이를 놓고 다양한 원인 분석이 쏟아진다. 애플은 중국 시장 부진 등을 가장 큰 이유로 꼽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애플의 혁신 부재와 구조적인 사업 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보는 시선이 우세하다. 미국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3일(현지시간) 애플을 한때 세계 최고 휴대폰 판매량을 자랑하다 몰락한 핀란드 노키아와 비교하는 보고서까지 발표했다. 애플이 '제2의 노키아'가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팀 쿡 "실적 부진은 중국과 배터리 교환"
 
이번 실적 부진에 대한 애플 자신의 진단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낸 서한을 보면 잘 드러난다.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신형 아이폰XS. [사진 애플]

애플이 지난해 공개한 신형 아이폰XS. [사진 애플]

 
쿡이 설명하는 실적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의 경기 둔화세 때문이다. 그는 "주요 신흥 시장에서 어느 정도 도전은 있을 줄 알았지만, 특히 중국 등 중화권 경제 감속 규모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다"며 "중국과 미국과의 무역 긴장 관계가 고조된 점이 중국 경제 환경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애플의 실적 전망치에서 나타난 매출 감소의 대부분은 중화권 내 아이폰, 맥, 아이패드 등 대부분의 제품군 판매에서 발생했다.  
 
쿡이 진단하는 두 번째 주요 이유는 미국 시장 내 통신사들의 보조금이 줄어들고, 애플이 배터리 수리 비용을 할인해주면서 아이폰 최신 모델에 대한 수요가 떨어졌다는 점이다.  
 
애플은 지난해 회사가 일부 구형 아이폰들에 대해 성능이 의도적으로 저하했다는 논란이 발생한 이후 아이폰에 대한 배터리 교체 비용을 대폭 할인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연말까지 기존 10만원에 달하던 배터리 교체 비용을 3만4000원까지 일시적으로 인하했다. 미국 경제 잡지 비즈니스 인사이더도 "구형 아이폰을 쓰던 이용자들이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지난해 연말 애플의 수익에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판매량이 급증하는 연말 시즌에 부진했던 것이 실적에도 그대로 반영됐다는 것이다.  
 
"애플 근본 문제는 혁신 부족"
 
쿡은 서한을 발표한 같은 날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앉아서 상황이 달라지기만을 기다리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애플이 사업 모델에 대한 근본적인 점검이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주요 사업의 성장 동력을 잃은 애플 내부적인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해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신형 맥북 에어를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팀 쿡 애플 CEO가 지난해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열린 언팩 행사에서 신형 맥북 에어를 소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투자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거시 경제와도 관련이 있겠지만,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잃고 있다"며 "애플은 소비자 관점에서 그 가격을 주고 스마트폰을 바꿔야 할 충분한 이유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들이 아이폰 신제품에 대한 가격 저항이 크다는 것이다.  
 
애플에 정통한 애널리스트 진 먼스터도 "쿡이 내놓은 주장은 새롭게 제기된 내용이 아니다"라며 "아이폰 실적은 즉각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 IT 전문매체 리코드의 카라 스위셔 창업자는 "애플의 혁신 사이클이 둔화했다"며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신제품과 새로운 기업가들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도 "애플이 새로운 히트 제품을 개발하라는 압력을 더 크게 받게 됐다"며 "애플이 혁신을 지속할 수 있을지는 새로 공개하는 제품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이 더는 아이폰 신제품만으로 혁신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한 것도 있지만, 아이폰이 더는 예전만큼 소비자들에게 어필하지 못하면서 위상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이폰 교체주기 2년→3년으로 길어져 
시장조사업체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의 캐롤라이나 밀라네시 애널리스트는 "2년에 한 번씩 새로운 아이폰으로 교체하던 소비자들이 최근에는 30~36개월에 한 번씩 기기를 변경한다"며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최신 아이폰도 예전만큼 구매 수요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한 신제품 중에서는 애플이 고급형으로 내놓은 아이폰XS, 아이폰XS맥스보다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XR의 판매량이 더 높았다.  
 
애플이 아이폰을 비롯해 아이패드, 애플워치 등 다양한 IT 신제품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지만, 아이폰이 전체 애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약 60%)이 너무 큰 점도 문제다.  
 
USA투데이는 "애플 페이·뮤직, 앱 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 사업들과 아이폰 신제품을 어떻게 연결할지에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로 남을지 여부가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만삭스의 로드 홀 연구원은 애플과 노키아 비교 보고서에서 "노키아는 2007년말 대체율(소비자가 다른 제품으로 갈아탈 확률)이 급격히 증가했는데 이는 매출 전망보다 훨씬 큰 의미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 지역 외에선 애플의 소비가 침체한다는 강한 증거는 아직까지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애플의 대체율이 (노키아보다) 거시 경제 여건에 훨씬 더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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