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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표 부탁 드렸다" 속기록에 나온 환경부 '찍어내기'

중앙일보 2019.01.04 14:33
여야가 공방 중인 환경부의 블랙리스트 작성 의혹은 지난해 여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처음 논란이 됐다. 당시 야당 의원들과 환경부 장관 등과의 질의ㆍ응답 과정에서 나온 ‘전 정부 인사 찍어내기’ 의혹은 국회 속기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특히 김은경 당시 환경부 장관은 자신이 환경공단 이사장·임원진에게 사표제출을 종용했음을 시인하면서, 그 배경이 청와대임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 2차 전체회의가 지난해 1월17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등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석했다. 김 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미세먼지 대책 특별위원회 2차 전체회의가 지난해 1월17일 국회에서 열렸다. 김은경 환경부 장관 등 관계부처 차관들이 참석했다. 김 장관이 물을 마시고 있다. [중앙포토]

 
2018년 8월28일 국회 본청 6층 국회 환노위 회의실.
 
임이자(자유한국당) 의원=올 1월19일 산하 단체장님들로부터 사표를 제출받으셨지요. 특히 환경공단 이사장 사표 받으셨지요.
김은경 환경부장관=산하단체별로 다 다른데요. (중략) 사직서는 받고 수리는 안 한 상태입니다.
임 의원=환경공단 이사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김 장관=공고를 내서 후임들을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인사검증에서 전부 다 문제가 발견돼서 재공고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자유한국당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문건. [자유한국당 제공]

자유한국당 특별감찰반 의혹 진상조사단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문건. [자유한국당 제공]

 
지난달 26일 한국당이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에 따르면 전병성 당시 환경공단 이사장은 임기가 2019년 7월로 돼 있고 ‘사표 제출 예정’이라고 현황이 기록돼 있다. 전 이사장 외에도 환경공단 소속 임원 6명이 이 문건에 포함돼 있다.
 
당시 환노위 회의엔 전병성 이사장도 출석했다.
 
김동철(바른미래당) 의원=지금 사표 내신 지 얼마나 됐습니까?
전병성 이사장=한 8개월쯤 됐습니다.
김 의원=뭐 잘못한 게 있습니까?
전 이사장=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김 의원=8개월째 사표 수리가 안 되는 게 정상입니까?
전 이사장=솔직히 말씀드리면 일하기는 조금 힘듭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 [연합뉴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 [연합뉴스]

 
사표 종용을 한 게 아니냐는 ‘찍어내기 인사’ 의혹도 제기됐다.
 
김동철 의원 =환경공단 이사장과 임원들이 지금 다 사표를 제출한 상태지요?
김은경 장관 =예.  
김 의원=당사자들이 사표를 낸 겁니까, 장관님께서 사표를 내라고 한 겁니까?
김 장관=사표를 내시도록 부탁을 드린 것 같습니다.
김 의원=청와대하고 상의해서 했습니까, 장관님 판단입니까?
김 장관=환경관리공단의 임명 권한은 사실 제게 없습니다.
김 의원=전부 청와대가 개입하니까 제가 ‘만기친람 청와대’라고 비판하는 겁니다. 어떻게 문재인 정부는 평등, 공정, 정의 그런 말을 잘 쓰면서 하는 일들은 이렇게 전부 뒤죽박죽 엉망입니까.
 
한국당이 공개한 문건 상단에는 ‘한국환경공단 외에는 특별한 동요나 반발 없이 사퇴 등 진행 중’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고 아래 주석에는 사표 제출 요구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사유가 적혀 있었다.
 
주석에는 ‘최근 야당 의원실을 방문해 사표 제출 요구를 비난하고 내부 정보를 제공한다는 소문’, ‘안종범 전 경제수석이 본부장 임명에 도움을 줬다고 하나 현재는 여권 인사와의 친분을 주장’과 같은 내용이 적혔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환경부 문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고발장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환경부 문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고발장을 들고 있다.[연합뉴스]

 
한국당은 이 문건이 문재인 정부가 부처를 동원해 자기 쪽 사람들의 일자리를 만들려고 작성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27일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이인걸 전 청와대 특감반장 등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하지만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달 31일 국회 운영위에 나와 “그 문건에 있는 분 중 임기전 퇴직은 4명, 2명은 임기만료까지 근무, 7명은 임기 초과근무, 현재까지 계신 분이 3명”이라며 “만약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이 분들을 뽑아냈다면 어떻게 임기를 다 채우고 지금까지 근무했겠냐”고 반박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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