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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지키는 '부부사용설명서' 아직 안 만들었나요?

중앙일보 2019.01.04 13:00
[더,오래] 박혜은의 님과 남(39)
집 안 청소를 하다보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 청소하느라 자칫 놓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창틀이나 가구 윗 부분, 화장실 세면기, 싱크대 개수대 안쪽 등이다. [중앙포토]

집 안 청소를 하다보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 청소하느라 자칫 놓치게 되는 부분이 있다. 대표적으로 창틀이나 가구 윗 부분, 화장실 세면기, 싱크대 개수대 안쪽 등이다. [중앙포토]

 
집 안 청소를 하다 보면 눈에 보이는 부분만 청소하느라 자칫 놓치게 되는 틈새 청소가 필요한 부분들이 있습니다. 창틀이나 가구 위의 손이 잘 닿지 않는 부분, 화장실 세면기와 싱크대의 개수대 안쪽 등이 대표적일 겁니다. 
 
특히 물이 항상 흐르니 깨끗할 것 같지만 물때를 비롯해 이물질이 잘 끼이는 부분이 세면기와 개수대 안쪽 부분입니다. 아차 하고 시기를 놓치면 대충 눈으로만 봐도 손으로 만지기 싫을 정도의 이물질이 끼어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도 모르게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청소를 시작하게 되죠. 그릇을 씻을 때나 샤워 시에 틈틈이 챙겨주면 되는데 딱히 겉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으니 그걸 잊게 되는 겁니다. 
 
얼마 전 바쁘단 핑계로 미뤄 둔 개수대 청소를 하면서 부부관계가 어쩜 틈새 청소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에 쓱쓱 씻겨 내려가니 겉으로 보기엔 아무렇지 않아 보일지 몰라도 매 순간 신경 써서 닦지 않으면 관계에 보이지 않는 이물질이 금세 끼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것이죠.
 
부부 사이에 뭘 이런 걸 굳이 말로 해야 알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어색함, 혹은 쑥스러움으로 어느 순간 안 하게 되는 말과 행동이 있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되지만 결혼 생활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그 마음은 전달되기 쉽지 않습니다. 제때를 놓친 틈새 청소처럼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소리 없이 먼지가 끼어가는 겁니다.
 
『사랑의 완성, 결혼을 다시 생각하다』 그레고리 팝캑 지음. 이 책에서는 정말 소중한 부부 사이에는 사용 설명서가 없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중앙포토]

『사랑의 완성, 결혼을 다시 생각하다』 그레고리 팝캑 지음. 이 책에서는 정말 소중한 부부 사이에는 사용 설명서가 없음을 이야기 하고 있다. [중앙포토]

 
얼마 전 서점에서 만난 『사랑의 완성 결혼을 다시 생각하다』는 책에서는 많은 것들이 사용설명서를 가지고 있음에도 정말 소중한 부부 사이에는 사용 설명서가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딱히 설명서, 즉 부부간에 지켜야 할 약속이 서로 간에 없으니 문제가 생길 때까지 시간이 흐르게 된다는 겁니다. 그 설명서는 누가 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 부부가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겠죠. 부부 사이에 매일,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분기별로 한 번, 6개월에 한 번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 년에 한 번 잊지 말고 챙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 서로가 생각해 보자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결혼식을 올리며 결혼 서약서를 누구나 읽어 내려갔을 겁니다. 나는 누구의 남편으로서, 나는 누구의 아내로써 어떻게 살겠다는 맹세를 기억할 겁니다. 시간이 흘러 그 내용은 명확히 기억나지 않아도 어떤 분위기의 글이었는지 기억하고 있겠죠? 특별한 부부들은 일상에서도 그날의 약속처럼 서로를 위한 배려와 노력을 통해 사랑을 키워 간다고 합니다. 그 노력을 위한 레시피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배우자가 나를 배려해서 하는 행동, 또는 좀 더 자주해주었으면 하는 행동 25가지를 적어봅니다.
2. 배우자도 똑같은 목록을 만들어 보라 합니다.
3. 서로의 목록을 바꾸고 잘 보이는 곳에 둡니다. 그리고 매일 행동을 실천하도록 노력합니다.
 
모든 논의는 어떻게 하면 내가 상대방에서 좋은 배우자가 될 수 있는지가 중심입니다. 그리고 비판도 수용하되 비판할 때는 어조를 신경 쓰면서, 그리고 그 결과는 실천으로 옮기려는 노력이 상대방에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위의 책에서는 사랑은 우정을 의미하는 '우애적 사랑'과 성생활과 감상적 교감의 '낭만적 사랑'으로 이루어지는데 특별한 사랑은 75%의 우정과 25%의 낭만으로 이루어진다고 말합니다.
 
우애적 사랑은 기본적인 우정을 유지하고자 부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우애적 사랑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배려'임을 강조한다. [사진 pixnio]

우애적 사랑은 기본적인 우정을 유지하고자 부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우애적 사랑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배려'임을 강조한다. [사진 pixnio]

 
우애적 사랑은 기본적인 우정을 유지하고자 부부가 함께 노력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우애적 사랑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배려’임을 강조합니다. 여기에 더해 25%의 낭만적 사랑을 위해서는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인지를 상대에게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이라 합니다.
 
실제 이혼하지 않았을 뿐 같은 집에 머무는 것 이외 나누는 것이 없는 부부를 가리켜 정서적인 이혼상태라 말합니다. 정서적 이혼 상태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죠. 청소를 잊은 사이에 소리 없이 쌓인 틈 사이의 먼지와 같습니다. 나는 배우자와의 사이에 특별한 사랑을 유지하기 위한 레시피가 존재하고 있나요? 긴 시간을 돌아보지 않더라도 얼마 전 지나간 작년을 생각해 본다면 나는 어떤 노력을 했을까요?
 
한 해가 또 새롭게 시작되었습니다. 부부간 나도 모르는 사이 틈새에 쌓인 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지금 해 볼 일, 그리고 틈새 청소를 잊지 않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당장 25가지나 적어보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일단 10개 혹은 5개라도 부부가 서로 간의 사용설명서를 채워 보는 겁니다.
 
저도 한 번 적어봅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손잡고 데이트하기. 아주 거창하지 않아도 동네 산책이라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침저녁으로 포옹하기. 하루에 1분 소리 없이 눈 맞춤하기. 고맙다는 표현은 소리 내어 꼭 하기. 함께 할 취미 찾기. 서로에게 필요한 혼자만의 영역은 이해해주기 등등이 생각납니다.
 
그저 생각만 하고 마는 것과 손으로 적어 눈에 보이는 곳에 두는 것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새해면 습관처럼 하게 되는 새해 계획들처럼 나 그리고 우리를 위한 특별한 약속의 시간을 올해는 놓치지 않아야겠다고 저부터 생각해 봅니다.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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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은 박혜은 굿 커뮤니케이션 대표 필진

[박혜은의 님과 남] 은퇴 후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낼 집에서 자주 함께할 상대는 누구인가요? 그 상대와의 관계는 지금 안녕하신가요? 가장 가까운 듯하지만, 어느 순간 가장 멀어졌을지 모를 나의 남편, 나의 아내와 관계 향상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강의와 코칭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고민을 바탕으로, 닿을 듯 닿지 않는 서로의 심리적 거리의 간격을 좁혀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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