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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여행은 마음 다잡는 걷기여행

중앙일보 2019.01.03 01:00
새해가 밝았다. 한 해 계획을 세우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여행보다 좋은 명분은 없고, 걷기만 한 활동이 없다. 한국관광공사가 신년계획을 세우며 걷기 좋은 길을 3곳 추천했다. 그윽한 숲에 들어서거나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로, 길 위에 서는 것만으로도 머릿속이 맑아지는 여행지다. 걷기여행길 코스 정보는 걷기여행 홈페이지 ‘두루누비(durunubi.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산 정약용이 걸었던 강진 유배길
임진왜란 승리 기억 어린 거제도 길
밤바다의 매력 온전히 느끼는 여수

다산초당으로 가는 숲길
전남 강진 다산초당 [중앙포토]

전남 강진 다산초당 [중앙포토]

전남 강진은 서쪽으로 해남, 북쪽으로 영암, 동쪽으로 장흥과 맞닿아 있다. 민물(탐진강)과 바닷물(남해)이 뒤섞이는 강진만이 뭍의 중앙을 파고들어 지도에서 강진은 말굽처럼 얇고 긴 모양으로 나타난다. 양쪽으로 길쭉한 강진 땅의 왼쪽을 남에서 북으로 훑는 길이 있다. 남쪽 해남과의 경계(장수마을)에서 시작해 강진을 통과한 뒤 북쪽 영암과의 경계(월출산 천황사)까지 이르는 ‘정약용 남도 유배길’이다. 강진으로 유배 왔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의 흔적을 되밟는 길로 2011년 완성됐다. 모두 65㎞ 길이, 4개 코스가 있는데 이중 2코스가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온통 갈대로 둘린 남포마을, 맛깔난 젓갈을 살 수 있는 강진전통시장 등을 지나지만, 뭐니뭐니 해도 2코스의 백미는 다산초당부터 백련사까지 약 1㎞ 길이의 산책길은 평범한 오솔길이다. 다산은 강진에 내려온 지 10년 만에 마음을 나눌 친구, 백련사 주지 혜장선사(1772~1811)를 만났다. 혜장선사와 다산 두 위인이 빈번하게 거닐었던 길은 현재 걷는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 코스가 됐다. 야생차밭과 울창한 동백 숲을 빠져나오면 백련사 마당에 서서 올망졸망 섬이 뜬 다도해를 바라볼 수 있다. 코스 전체 길이는 15㎞. 완주하는 데 넉넉잡아 5시간이면 족하다. 
 
여수는 밤이 좋아
야경이 아름다운 여수 돌산대교 [사진 한국관광공사]

야경이 아름다운 여수 돌산대교 [사진 한국관광공사]

걷기여행은 훤한 대낮에만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뉘엿뉘엿 해 질 녘 출발해 밤 풍경을 즐기는 걷기여행길이 있다. 바로 전남 여수 밤바다를 걷는 ‘여수 갯가길 밤바다 코스’다.  
2012년 봄에 발표된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여수 밤바다’는 여수를 별안간 밤의 여행지로 변모시켰다. 낭만적인 밤을 즐기려는 수많은 청춘이 여수로 몰려들었지만, 사실 여수의 밤바다도 특별할 것이 없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했다. 밤의 놀거리를 늘리려는 여수시 노력의 일환으로 탄생한 것이 밤을 테마로 한 걷기길이라 하겠다.  
코스는 단출하다. 이순신광장에서 조명이 켜진 돌산대교를 향해 발걸음을 옮긴 후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개최를 기념해 만들어진 연륙교인 거북선대교, 무인등대 하멜등대 등을 돌아 다시 이순신광장으로 돌아온다. 여수의 밤을 가장 훤히 밝히는 조명을 따라 걷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6.45㎞ 이어진 길은 모두 걷는데 1시간 30분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평지길이라 남녀노소 걸을 수 있다.   
 
승리의 기억이 깃든 바닷길 
거제 옥포항에서 바라본 옥포 앞바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거제 옥포항에서 바라본 옥포 앞바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거제도는 바다와 숲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섬이다. 거제 바다와 숲을 종횡무진 누비는 산책길이 ‘충무공이순신 만나러 가는 길’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특히 옥포항에서 김영삼대통령생가를 잇는 거제 섬&섬길 11코스는 거제의 매력을 축약해 놓은 길이다. 
길은 크고 작은 배가 정박해 있는 옥포항에서 시작된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당시 일본 함대를 물리치고 첫 승전고를 울렸던 장소가 바로 옥포 앞바다다. 옥포항에서 이어진 데크로드를 따라 옥포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한적한 어촌 마을을 지나 울창한 숲길에 들어서게 된다. 빽빽한 편백나무숲, 향기로운 소나무숲을 지나 거제도의 한적한 바다 덕포해수욕장까지 다다른다. 덕포해수욕장 부근 바다를 향해 창이 난 카페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걷기여행을 마무리하기 좋다. 전 구간 8.2㎞를 걷는 데 4시간 정도 걸린다.
 
 
양보라 기자 bo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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