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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이건희의 2019 신년사

중앙일보 2019.01.03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올해 우리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낙관보다는 비관적이고 기대보다는 불안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1991년) 오늘날 세계는 이념과 체제를 떠나 오직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경제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었습니다. 자원과 기술은 무기화되었고 보호무역주의의 장벽은 더욱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89) 자국의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외교도 우정도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미국 새 정부의 등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위기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93) 기술 강국 일본은 활력을 되찾아 더 앞서 나가고 있고 빠른 속도로 추격해 오는 중국은 우리의 경쟁력을 뛰어넘을 것입니다. (2007) 우리의 경쟁국들은 앞서 뛰어가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다툼과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제 몫 찾기에 매달린 이기주의는 여전합니다. (2005)
 
지난해도 우리의 기업환경은 희망보다는 좌절이, 지원보다는 규제가, 화합보다는 혼란이 심했던 한 해였습니다. 기업 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과 통제는 모든 기업가의 사기를 위축시켰고, 전직 대통령 구속으로까지 확대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는 등 우리 사회의 후진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함과 동시에 깊은 절망감을 안겨 준 한 해였습니다. (96) 경제를 정치논리로 몰아 온 정치권, 위기를 제대로 진단하고 올바르게 대처하지 못한 정부, 과거를 바로 잡는다고 귀중한 국력을 낭비한 지도력에도 문제가 있었겠지만, 보다 큰 책임은 우리 기업 자신에게 있습니다. (98) 시장과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은 퇴출이나 도산의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2001)
 
금년에도 우리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의 불안, 유가와 환율은 여전히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입니다. (2007) 우리는 지난날 짧은 시간에 세계 정상에 오른 반도체 신화를 일구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제2, 제3의 신화를 창조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의 성공도 의미 없는 과거사에 불과하게 될 것입니다. (2006) 삼성은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닌 원칙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2001) 삼성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견제는 심해질 것입니다. (2013) 우리는 ‘내부 환경의 위기’ ‘내부 혁신의 위기’ ‘시간의 위기’를 한꺼번에 해결해야 하는 무거운 짐을 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삼성은 물론, 나라마저 2류, 3류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절박한 순간입니다. (97)
 
위기의 그늘 한쪽에는 언제나 같은 크기의 기회가 숨어 있습니다. (97) 위기의식으로 무장된 조직만이 미래의 기회를 남보다 먼저 사업화하고 이익을 극대화함으로써 경영의 모든 부문, 모든 분야를 선진 경영으로 이끌 수 있습니다. (89) 금번 위기를 돌파하는 데는 어떤 비책도 왕도도 없습니다. 오직 국제 경쟁력 하나뿐입니다. 경제를 정치논리, 관치논리, 여론논리로부터 해방시켜 자유롭게 흐르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98) 어려운 이웃을 돕고 그늘진 곳을 보살피는 데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협력업체와는 한배를 탄 공동체의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겠습니다. (2004) ‘나라가 없으면 회사가 없고, 회사가 없으면 내 자신이 없다’는 결연한 각오로 허리끈을 졸라매고 고통 분담을 솔선해 나갑시다. (98)
 
내가 지난해 “가족을 빼고 모두 바꿔보자”고 주장한 것도 새롭게 준비하자는 변화의 신호였습니다. (94) 다시 한번 바꿔야 합니다.(2014. 마지막 신년사)
 
(기업가 정신이 사라진 시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소환했다. 1988~2014년, 24번의 신년사에서 그는 한 번도 위기를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는 “위기의식이야말로 성공의식”이라고 말해왔다. 그가 건재했다면 올해 신년사는 어땠을까. 윗글은 그의 과거 신년사에서 발췌, 편집한 가공의 ‘2019 이건희 신년사’다. 한 자도 바꾸거나 보태지 않았다. 괄호안은 신년사 년도.)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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