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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Mr. 밀리터리] 방위비 분담금은 비용 아닌 안보 보험금

중앙일보 2019.01.03 00:03 종합 24면 지면보기
돈 때문에 기로에 선 한·미동맹
한·미동맹이 위대한 동맹으로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균열로 와해할 건가. 지난해 타결해야 할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해를 넘겨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동맹이 갈림길에 섰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분담금 문제로 주한미군 철수까지 언급했다. 정부는 분담금 인상에 주저하고, 진보단체는 인상을 철회하라고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신년사에서 연합훈련과 미 전략자산 전개의 완전한 중지를 요구했다. 한·미 연합방위체제를 더는 유지하지 말라는 얘기다. 하지만 북한은 이미 핵보유국이다. 한국 혼자서 북핵을 막을 수 있을까.  
 
방위비분담금이 무엇이기에 한·미와 진보·보수가 첨예하게 각을 세우는가. 과거 한·미 관계가 돈독할 때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서로 감정 상한 적은 있었지만, 지금처럼 심각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북핵 위협이 상상 그 이상으로 커져 새로운 안보구조가 짜이고, 한국의 진보성향 정부와 미국의 보수정부가 맞부닥칠 땐 동맹에 근본적 균열이 올 수도 있다. 한술 더 떠 ‘미국 우선’을 외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를 지적하고 있다. 비용을 내지 않는 동맹은 동맹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분담금 협상을 두고 “끔찍한 군사협정” “우리는 호구(sucker)가 아니다”는 노골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는 방위비분담금을 2배로 올리라고 요구했다. 미 정부는 1.5배를 요구했으나,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회의에서 1.3배인 1조3000억원(12억 달러)까지 양보했다. 한·미 입장차는 1000억 원대로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갑자기 5년 단위로 하던 협상을 1년으로 바꾸자고 제안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미국 제안대로 매년 협상하면 주한미군의 안정적 주둔이 어려워진다. 양국 간 감정의 골은 더 깊어질 수 있다. 동맹이 파탄 날 수도 있다. 협상팀은 다음 회의 일정도 잡지 못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최강 부원장에 따르면 미 의회 등은 한국 입장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가 트럼프의 생각마저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방위비분담금은 한국이 1991년부터 냈다. 그 이전까지는 미국이 모두 부담했다. 그러나 한국 경제가 나아지자 양국은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Special Measures Agreement)’을 체결했다. 주한미군 지위협정(SOFA) 5조(시설과 구역, 경비와 유지)에 대한 특별협정(SMA)이다. 이를 근거로 주한미군의 직접 주둔비용의 일부를 분담금 형태로 우리가 지불하고 있다. 이 분담금은 한반도 방어를 위한 주한미군의 연합방위 활동을 직접 지원한다. 한국은 이외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한 사유지 임차료, 카투사와 경찰 지원, 기지 주변 정비, 토지임대료 및 세금감면 등을 직간접으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급여나 장비 교체 및 유지비는 미국 예산으로 운영한다. 이런 상황은 일본이나 독일도 유사하다.
 
민주연구원 이용민 연구위원에 따르면 한국이 내는 분담금은 인건비(40%)·군사건설비(40%)·군수지원비(20%) 등 3개 분야로 구성돼 있다. 인건비는 주한미군의 한국인 고용원 임금이다. 군사건설비는 연합방위에 필요한 주한미군의 막사와 환경시설 등이다. 군수지원비는 미군 탄약 저장, 항공기 정비, 수송 지원 등을 위한 용역과 물자 지원이다. 한국에 있는 미군 탄약은 한반도 유사시에 사용한다. 이 탄약은 전시에 한국군도 빌려 쓴다. 지난해 마지막으로 주한미군에 지급된 분담금은 9602억원이다. 이 가운데 한국인 고용원에 대한 인건비와 군사건설비의 설계·감리비(12%)는 현금(원화)으로, 나머지는 현물로 지급했다. 이 돈으로 집행되는 거의 모든 공사는 한국 업체가 시공한다. 그래서 분담금의 90% 정도가 다시 국내 경제로 환원된다는 게 국방부 측 설명이다.
 
SMA 협상은 지금까지 9차례 이뤄졌다. 처음엔 양국 국방부가 직접 했다. 1991년 첫해엔 1073억원이었다. 3차(1996∼98) 기간에 IMF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달러가 부족해 일부를 원화로 내기도 했다. 어떤 해엔 불과 500만 달러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바람에 한반도 방위를 논의하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가 깨질 뻔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일로 2006년부터 돈 문제가 걸린 방위비분담금 협상은 외교부에 맡겼다. 한·미 국방부끼리는 불편한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방위에만 전념하라는 뜻이었다. 용산기지와 미 2사단 이전을 위한 평택기지 공사가 시작되자 주한미군은 분담금을 새기지 건설비로 전용했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이 비난을 받기도 했다. 2014∼18년 적용된 9차 분담금 협상은 9200억원을 기준으로 매년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상하되 4%를 넘지 않게 했다.
 
분담금 문제는 미 동맹국 가운데 한국에서 가장 논란거리다. 일본이나 독일에선 큰 말썽이 없다. 두 나라가 패전국이라는 업보도 있지만, 분담금을 정하는 방식이 ‘소요충족형’이어서다(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미군이 필요하다고 제기하는 부분을 웬만하면 충족시켜 준다고 한다. 실무에서 제기하는 소요를 종합하는 방식(bottom-up)이어서 큰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분담금 구성 항목이 한국과 차이가 있지만, 2013년 6411억엔(약 6조원)이었다. 당시 우리 분담금은 8695억원이다. 독일은 냉전 시기인 1961∼74년 사이 14년간 총 112억 달러를 냈다. 연평균 8억 달러로 당시로선 엄청난 액수다. 2013년엔 9억 달러(9000억원) 정도다. 반면 한국은 총액을 정한 뒤 배분하는(top-down) 방식의 ‘총액형’이다. 1조원에 가까운 큰 금액을 한 번에 정하다 보니 당연히 관심을 끌고, 말도 많아졌다.
 
앞으로 방위비분담금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친한파에 속하는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2006∼08)은 재임 당시 “한국이 공평하게 적절한 방위비 분담을 할 용의가 있느냐가 미군의 한국 주둔을 원하고 존중하느냐에 대한 확고한 징표”라고 말한 적 있다. 분담금이 동맹의 척도라는 얘기다. 그럼 동맹이 필요한가. 한반도는 지구 상에서 대규모 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곳이다. 최근 화해무드지만 북한 비핵화 진정성에 따라 상황이 급변할지도 모른다. 북핵 위협도 현실화됐다. 한국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 한 북핵 대비는 미국의 핵우산과 확장억제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주한미군 자산은 20조원이 넘는다. 유사시 증원되는 미 항모를 포함한 1200대의 전투기와 수십만 명의 미군 병력을 돈으로 따지면 천문학적이다. 따라서 한국 안보상황을 고려하면 분담금은 유사시 미 군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일종의 보험금이다. 이런 차원에서 국민 공감대가 필요하다. 분담금 결정방식을 일본과 독일처럼 소요충족형으로 전환해보는 것도 대안이다. 동맹의 신뢰성을 강화하면서도 분담금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생각을 바꿔볼 수 없을까.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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