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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재부의 신재민 폭로 딜레마 “사실 아니나 비밀 누설 고소“

중앙일보 2019.01.02 11:00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지난달 29일 유튜브를 통해 청와대가 KT&G 사장교체를 지시했다고 주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유튜브를 통한 신종 폭로전을 펼치고 있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발언에 대한 기재부의 입장은 일관되다. 신 전 사무관이 "소관 업무도 아니고 사실도 아닌 내용을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신재민 전 사무관 검찰 고발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신 전 사무관 주장에 대해선 "소관 업무도, 사실도 아니야"
정부 반박 따르면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 적용 쉽지 않아
법원, 공무상 비밀에 엄격한 잣대, "국가기능 위협해야"

하지만 기재부는 2일 "공무원은 직무상 취득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 금지돼 있으며 소관 업무가 아닌 자료를 공개하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며 신 전 사무관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비밀도 누설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전 사무관은 기재부가 민간 기업인 케이티엔지(KT&G) 사장 교체를 시도했고 청와대가 기재부에 적자 국채를 발행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기재부가 신 전 사무관의 폭로를 부인할수록 신 전 사무관의 법적 처벌 가능성도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의 해명이 맞다면 신 전 사무관은 자신의 공무도 아닌 가짜뉴스를 유튜브에서 유통한 32세 청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긴급 반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이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긴급 반박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한규 변호사(전 서울변호사회 회장)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적자 채권 문제의 경우 업무 관련성에 대해 조금 더 따져봐야하지만 케이티엔지(KT&G) 사장 교체 시도 발언은 기재부가 고발장을 쓰기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 했다. 
 
"직무상 비밀 전해들은 상대방까지 처벌할 규정 없어"
기재부가 관련 내용을 부인하고 있고 해당 내용이 신 전 사무관이 직무상 알게된 비밀로 판단하기도 쉽지 않아서다. 법원은 직무상 비밀을 누설하는 행위만 처벌할 뿐 직무상 비밀을 누설받은 상대방까진 처벌하지 않고 있다. 
 
신 전 사무관이 다른 기재부 직원의 말을 전해들어 폭로했다면 법리 적용이 까다로워진다. 2011년 법원은 검찰 수사보고서를 빼낸 판사 출신 변호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비밀을 누설받았지만 실제 누설한 주체는 그가 아닌 법원 직원이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민간인 사찰과 블랙리스트 논란을 불러일으킨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 김태우 수사관은 청와대가 김 수사관에게 일부는 보고받은 내용이라 밝혀 비밀 누설이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신 전 사무관과 김 수사관이 검찰 수사 후 재판을 받게될지라도 여전히 법적인 쟁점이 남아있다. 두 사람이 언론과 유튜브에 폭로한 내용이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비밀'인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 또한 두 사람의 신분이 공익신고자로 인정돼 법적 보호를 받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원, 메르스 문건 유출 공무원도 "비밀누설 아니야" 
법원은 공무상 비밀에 대해 비밀의 형식적 분류가 아닌 그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개될 경우 국가의 이익을 해칠 수 있어 비밀로서 유지될 가치가 있는지가 유·무죄의 핵심이다. 
 
대법원은 김대중 정부 시절 옷로비 스캔들과 관련해 신동아그룹 측에 청와대 자료를 보여줘 비밀누설혐의로 기소됐던 김태정 당시 검찰총장에게 2003년 무죄를 선고했다. 그 내용이 국가의 기능을 위협할 만큼의 비밀이라 볼 수 없었다고 판단했다.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김태정 전 검찰총장(왼쪽)이 1999년 11월 24일 서울 도곡동 최병모 특별검사 사무실에 자진출두했다. 김 전 총장은 이날 부인 연정희(오른쪽)씨가 곁에서 울먹이는 가운데 대국민 사과문을 읽었다. [중앙포토]

옷로비 의혹사건에 대해 진실을 밝히겠다며 김태정 전 검찰총장(왼쪽)이 1999년 11월 24일 서울 도곡동 최병모 특별검사 사무실에 자진출두했다. 김 전 총장은 이날 부인 연정희(오른쪽)씨가 곁에서 울먹이는 가운데 대국민 사과문을 읽었다. [중앙포토]

2016년 '메르스 현황보고' 문건을 유출한 화성시 공무원에게도 법원은 "직무상 비밀이 아닌 국민들에게 신속히 공개돼야 할 정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진녕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김 수사관과 신 전 사무관이 공개한 내용 중 일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공익적 성격을 지녔을 가능성도 있다"며 "법원이 처벌이 필요한 비밀 누설 행위로 판단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공무상비밀누설죄는 법적으로 최대 2년형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만약 두 사람이 공익신고자로 인정받는다면 형사상 처벌이 면제되고 해임 요청을 받은 김 수사관은 신분도 보장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행법상 인정받기가 만만치는 않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공익신고자는 284개의 법률을 위반한 '공익침해행위'를 신고한 사람을 뜻한다. 
 
이 284개 법률에 두 사람의 폭로로 청와대와 기재부에 적용될 수 있는 직권남용 혐의는 빠져있다. 또한 언론 제보나 유튜브를 통한 폭로는 공익신고로 인정받을 수 없다.  
메모 살피는 임종석 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가 건넨 메모를 살피고 있다. 2018.12.31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메모 살피는 임종석 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서울=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31일 오후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계자가 건넨 메모를 살피고 있다. 2018.12.31 kjhpres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권익위 관계자는 "공익침해행위에 대한 지도 권한을 가진 감독·행정기관이나 국회의원, 수사기관 등에 신고를 해야 공익신고를 인정 받는다"며 "언론이나 유튜브는 신고 기관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두 사람이 지금이라도 법률로 규정한 기관에 공익신고를 한다면 공익신고자 대상으로 검토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권익위 "언론 제보만으론 공익신고자 될 수 없어"
2016년 현대·기아자동차 결함에 관한 공익 신고를 했던 김광호 전 현대차 부장도 언론 제보와 권익위 신고를 함께 했고 공익신고자로 인정받아 법적 보호를 받았다.
 
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폭로 내용이 정부의 공익침해행위를 드러냈는지 여부다. 권익위는 분과·전원위 위원회를 통해 이들의 주장에 공익성이 있는지를 심사해 공익신고자 신분을 부여한다. 이번 사건은 정부와 두 사람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권익위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진녕 변호사는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규정한 공익침해행위에 직권남용 위반은 포함되진 않았지만 폭로에 공공성이 있다면 법원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유추할 수 있다"고 했다. 최 변호사는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의 주장에 대한 공익성 여부와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날 실체적 진실일 것"이라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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