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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1억 들고 튄 내연녀…호화도피, 사흘만에 끝났다

중앙일보 2019.01.02 06:00
A(33)씨는 20대 초반에 만난 유부남 B(62)씨와 10년 넘게 불륜 관계를 유지해왔다. 가정도 있고 나이도 서른살 가까이 차이 났지만, 부유한 사업가였던 B씨 덕분에 A씨는 이렇다 할 직업 없이도 보란 듯이 살 수 있었다. 내연 관계를 시작한 지 5년이 지나면서 한달에 한두번 꼴로 만날 만큼 사이가 소원해진 적도 있었지만, B씨가 제공한 고가의 집에서 용돈을 받으며 내연 관계를 유지했다.  
 

내연남이 맡겨 둔 매각대금 21억 들고 달아난 女
호텔 옮겨다니며 고급아파트 계약 '호화' 도피생활
21억 중 14억 회수, 3억5000만원 사용 4억은 행방묘연
경찰 "자금출처 및 탈세여부 추가 수사 예정"

이들의 사이가 틀어지기 시작한 것은 B씨의 사업이 기울면서다. B씨는 최근 경영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지난 2월 사업체 한 곳을 정리했다. 그리고 최근 그 매각 대금을 4개 가방에 나눠 A씨의 집에 가져다 놓았다. 액수만 21억5000만원이었다. A씨는 오랫동안 내연 관계를 유지해온 만큼 돈의 일부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B씨의 입에서는 생각지 못한 말이 나왔다. B씨는 “본처와의 사이에 있는 아들의 사업 자금으로 줄 것”이라며 A씨에게 욕심을 내지 말라고 엄포를 놓았다.
 
A씨는 문득 최근 B씨의 사업도 잘 안되는 상황에서 무일푼으로 버려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다. 결국 A씨는 지난해 12월 20일 5만원권 돈다발이 든 가방 4개를 모두 훔쳐 몰래 만나오던 자신의 남자친구(37) 집으로 도망쳤다.  
 
그리고 A씨와 남자친구의 꿈같은 호화생활은 시작됐다. A씨는 하룻밤에 수십만원짜리 호텔에서 생활을 하며 호화 도피생활을 즐겼고, 서울의 한 고급 아파트를 계약하고 월세 계약금을 현금으로 그 자리에서 지불했다. 여기에 고급차량과 명품을 알아보는 재미에 사로 잡혔다.
 
A씨는 경찰의 수사망을 벗어나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버리고 남자친구가 만들어온 대포폰을 사용했다. 자가용이 아닌 고급 콜택시만을 이용해 매일매일 호텔을 옮겨 다니며 치밀하게 경찰의 추적을 피했다. 그러나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위치추적 등을 통해 이틀만인 지난해 12월 22일 잠복끝에 남자친구 를 검거했다. 또 통화내용을 분석해 A씨를 체포한 뒤 현금까지 수거하면서 A씨의 호화 생활은 3일 천하로 끝나버렸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A씨와 남자친구를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21억5000만원 가운데 14억원을 회수했다. 나머지 7억5000만원 가운데 범인들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비용 3억5000만원을 제외한 4억원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1억원의 자금 출처 및 탈세 여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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