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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간 셔츠 들춘 사건, 5개 소송전으로 번진 까닭

중앙일보 2019.01.02 01:00
지난해 9월 19일, 경기도의 한 중학교 도서관에서는 두 남학생 간에 실랑이가 벌어졌다. A군(16)이 같은 반 친구인 B군(16)의 셔츠를 들춘 게 화근이었다. “그저 장난이었다”는 A군과 달리 B군은 이를 장난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중학교 교실에서의 싸움은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사진 연합뉴스]

중학교 교실에서의 싸움은 법정으로까지 번졌다. [사진 연합뉴스]

 
결국 둘의 다툼은 학교폭력자치위원회(학폭위)로 넘어갔다. A군은 학폭위에서 “잘못은 인정하지만 학폭위에 회부될 일은 아닌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달 뒤 학교로부터 징계 방침이 담긴 통지서를 받았다. 피해학생에 대한 서면사과 및 접촉금지, 사회봉사 12시간, 특별교육 학부모 4시간, 학생 4시간 등의 징계 처분을 내린다는 내용이었다. 전교학생회장이었던 A군은 징계로 회장직도 박탈당했다.

 
두 학생의 다툼은 이후 학생 대 학교의 싸움으로 번졌다. 지난해 10월 A군이 “학교가 나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며 수원지법에 징계 무효 소송을 내면서다. 이 소송의 학생회장직 박탈 부분에 대한 첫 공판이 오는 9일 열린다. 학생들의 실랑이가 학교까지 얽힌 소송전으로 커지기까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학교 “장난이었어도 피해학생은 정신적 고통” 
최근 중앙일보가 입수한 A군의 학폭위 처분 기록에 따르면 학교 측은 A군의 행동이 친구들끼리의 장난을 넘어선 ‘폭력’이라고 판단했다. 다른 학생들도 있는 자리에서 A군이 B군을 부른 뒤 상의를 들추어 상당한 수치심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학폭위 기록에는 B군이 “뭐하는 거냐”고 항의하자 A군이 “뭐하냐고요? 몰라서 물어요?”라며 빈정거렸다는 조사 내용도 있었다.
 
B군은 “정신적 고통을 추가로 겪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 학폭위 회부 사실이 교내에 알려지자 A군은 페이스북에 “B군을 무고죄와 공연음란죄로 고소하겠다”는 글을 올렸는데, 이 때문에 두통과 소화불량 증세를 겪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싸움은 A군과 B군의 다툼인 것처럼 보였다.
 
 
학생 “학교에 반기 든 나에게 보복 징계” 
A군은 "학교의 휴대폰 수거가 인권침해라고 진정을 낸 사건 때문에 보복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A군은 "학교의 휴대폰 수거가 인권침해라고 진정을 낸 사건 때문에 보복 징계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이후 A군이 “나에 대한 징계는 학교의 보복”이라며 소송을 내면서 사건은 새국면을 맞았다. A군이 보복의 근거로 내세운 건 학교에 ‘반기’를 들었던 자신의 전력이었다.  
 
실제 A군은 지난해 학교가 수업시간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강제 수거하는 것이 인권침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낸 적이 있다. 이후 학교로부터 미운털이 박혔다는 게 A군의 주장이다. A군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학교에서 나를 달갑지 않게 여기다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편파적인 결정을 내려 학생회장직을 박탈했다”라고 주장했다.  
 
A군은 또 학교가 사건의 사실 관계를 잘못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B군의 상의를 장난으로 살짝 들췄을 뿐 B군을 불러세우거나 성적수치심에 이를만한 수준의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말을 아꼈다. 학교 관계자는 “소송이 진행중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학폭위의 조사와 논의를 바탕으로 객관적으로 처분했다”고 밝혔다.

 
A군과 학교가 다투는 사이 두 학생의 갈등도 법정의 문턱을 넘었다. A군은 B군에 대해 명예훼손 고소 및 2개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B군도 A군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탁경국 변호사(법무법인 공존)는 “무엇을 학교폭력으로 볼 것인지 에 대한 시각이 날로 달라지는데다가 학폭위 처분이 학생생활기록부에 기재된다는 점 때문에 학생들 간 다툼이 소송까지 번진 것으로 보인다”며 “소송 결과 등을 지켜봐야하겠지만 애초에 학교가 분쟁을 조정하고 화해시키는 역할에 더 주력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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