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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연장” “임대주택 반대” 지역판 국민청원 열어보니

중앙일보 2019.01.02 00:03 종합 18면 지면보기
은수미 성남시장이 처음으로 5000명 이상 동의해 채택된 시민 청원에 답변하고 있다. 성남시는 이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지난해 12월 28일 성남시 홈페이지 행복소통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유튜브 캡처]

은수미 성남시장이 처음으로 5000명 이상 동의해 채택된 시민 청원에 답변하고 있다. 성남시는 이 모습을 동영상에 담아 지난해 12월 28일 성남시 홈페이지 행복소통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유튜브 캡처]

“보건소에서도 난임주사를 맞을 수 있다면 어떨까요?”(서울시 시민청원 사이트 ‘민주주의 서울’)
 

청와대 국민청원 인기에 속속 개설
생활밀착 정책, 인프라 청원 등 올라

성남 “8호선 연장 적극 추진” 답변
인천선 “경제청장 퇴진” 찬반 갈려
일부 지자체는 참여·공감 ‘썰렁’

“청라국제도시의 발전을 저해하는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의 사퇴를 요청합니다.”(인천시 ‘인천은 소통e가득’)
 
“판교 8호선 연장, 언제까지 기다려야 합니까?”(성남시 ‘행복소통청원’)
 
청와대 청원을 참고해 만든 전국 지방자치단체 시민청원에서 답변 요건을 갖춘 제안들이다. 이에 각 지자체장이 답변에 나섰다. 1일 인천광역시에 따르면 김진용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사퇴를 요구하는 청원이 지난해 12월 27일 시장 답변 기준인 3000회 이상 공감을 얻었다. 청원인은 같은 달 10일 등록한 글에서 협상력 부재 등 8가지 이유를 들어 김 청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인천시는 오는 19일까지 박남춘 인천시장의 답변 영상을 올릴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3일 개설된 이 사이트에는 29일 동안 122개 청원이 등록됐다. 청라 광역 소각장 폐쇄·이전 요구 청원이 두 번째로 많은 공감(2850여 회)을 얻어 답변 기준 달성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10월 30일 시작한 경기도 성남시 행복소통청원에서는 8호선 종착역을 모란역에서 판교역까지 3.94㎞ 연장해달라는 요청이 지난해 12월 1일 시장 답변 기준인 5000명을 넘어섰다. 이와 관련해 은수미 성남시장은 같은 달 28일 “성남에서 타 지역을 이용하는 시민들께 교통 편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4480억원 정도의 투자비가 필요하지만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답변 동영상을 올렸다.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1일 문연 시민청원 사이트 OK1번가에서 연산 뉴스테이(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반대·폐지 요청이 최근 시장 답변 기준인 공감 3000명을 충족해 답변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청원 제도는 운영 방식이 좀 다르다. ‘50-500-5000’의 원칙에 따라 민주주의 서울 사이트에 올라온 시민 제안에 50명 이상이 공감하면 관련 부서가 답변하는 것이 1단계다. 공감 수가 500명을 넘으면 시민 30여 명으로 구성된 공론 의제 선정단이 공론장(사이트의 시민토론 메뉴) 등록 여부를 판단한다. 공론장에 등록돼 찬성·반대 투표에 5000명 이상 참여해야 박원순 서울시장의 답변을 들을 수 있다.
 
2017년 10월 사이트를 연 이래 공론장에 등록된 제안은 보건소에서 난임주사를 맞게 해달라는 요청이 유일하다. 4~8주 동안 매일 엉덩이 혹은 배에 스스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데 어렵고 위험한 데다 전문병원은 특정 구에 몰려 있고 동네 병원에서는 잘 놔주지 않는다는 호소였다. 지난해 12월 14~30일 5150여 명이 투표해 이 가운데 97%가 찬성했다.
 
시는 투표가 끝나는 1월 13일 이후 박 시장이 제안에 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 ‘서초구 재건축 단지 길고양이 구조’ ‘서울시립대 집단 린치 사건 진상 규명’ 등의 제안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다.
 
배상미 서울시 혁신제안팀장은 “청원 사이트를 활성화하고 특정 집단의 이익과 관련한 제안에 공감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선정단을 꾸렸다”며 “서울시 소관이면서 공익 성격을 띠는 제안은 공감 수 500명을 넘지 않아도 선정단과 논의해 공론장에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답변 요건을 갖춘 지자체 시민청원이 속속 나오고 있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전라남도가 지난해 8월부터 운영해온 전남도민청원에 올라온 청원은 10개 남짓이다. 경상북도 포항시의 시민청원제에서 청원 당 가장 많은 공감 수는 79회에 불과했다.
 
인천에서는 여론몰이용 청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이트에서 “김 청장 퇴진”과 “퇴진 반대”를 주장하는 청원이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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