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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이 간다] 이언주 “보수성향 의원들 바른미래당에 큰 기대 안 한다”

중앙일보 2019.01.02 00:03 종합 24면 지면보기
꿈틀대는 야권 재편 언제 어떻게 불 붙을까
새해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는 보수 야권 재편이다. 이학재 의원이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야권 통합 논의는 ‘될까’에서 ‘언제’로 바뀌는 양상이다.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엑소더스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류성걸 전 의원 등 바른미래당 TK 지역 인사들의 복당이 이어지는 가운데 6·13 지방선거 인재영입 1호인 신용한 전 충북도지사 후보도 탈당 대열에 합류했다. 물론 아직 대세는 아니다. 당분간 관망하며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 지금은 많다. 그렇다 해도 반문연대든 보수 혁신이든 보수 통합 자체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명분과 수순의 문제로 보이는데 아마도 본격적인 보수 통합 논의는 봄과 함께 찾아올 게 틀림없다. 다음 달 말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분기점이다.

다음달 한국당 전대가 재편 분수령
새 대표 성향 따라 더 큰 분열 가능

경남 4·3 재보선 한국당 압도하면
반문연대 아래 계파갈등 잠복할 듯

내년 총선 1여다야 선거구도 피하려
한국당 우산 아래 보수연합 가능성

 
지난달 27일 오전 9시. 국회의사당 245호실에선 이학재 의원 탈당 뒤 첫 바른미래당 의원총회가 열렸다. 어수선하고 소란할 거라 기대했지만 회의장은 썰렁했다. 28명이 된 당 소속 의원 중 바른정당 출신은 유승민 전 대표를 포함해 8명이다. 대체로 불참했다. 특히 유 전 대표는 어떤 당 행사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잠수 상태’가 반년째라고 했다. 전화도 받지 않았고 문자를 남겼지만 콜백도 없었다. 어제 열린 당의 신년인사회도 반쪽 행사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의 대외 활동은 대학 강연이 전부다. 얼마 전 서울대 강연에선 ‘저의 개혁 보수와 바른미래당의 가는 길이 맞지 않아 괴롭다’고 토로했다. 4·27 판문점선언 비준동의안을 둘러싼 분란이 그런 예다. 당 지도부는 전향적이었지만 바른정당 출신들은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반대파였던 지상욱 의원에게 물었더니 “유 전 대표가 보수 통합이 아니라 보수 재건을 말하지 않았느냐”며 당장의 한국당 행엔 부정적이었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당내 노선투쟁을 하겠다는 뜻”이라고 더 완고하게 해석했다.
 
물론 유 전 대표는 보수 재건을 말하고 있다. 또 다른 대학 강연에선 “반문이 보수 재건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잘랐다. 한국당 쇄신이 먼저란 얘기인데 중요한 건 현실에서 그가 복당 명분을 찾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당에서 나경원 원내대표를 만든 친박의 목소리는 커졌고 그의 복당엔 장벽이 높아졌다. 고 이재수 기무사령관 장례식에선 태극기들의 ‘배신자’ 비판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태경·지상욱 두 의원 정도를 제외하면 유 전 대표가 바른미래당과 함께 할 거라고 보는 주변 인사는 없었다. 무엇보다 거대 양당 중심의 한국 정치구조 자체가 커다란 원심력이다. 바른미래당이 주장한 최저임금 인상 시행 연기는 한국당 비협조로 부각되지 않았다.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는 한국당이 주도한 국회 보이콧을 따르며 빛이 바랬다. 차별화엔 동력이 생기지 않고 동력을 위해 협조하면 존재감이 없어지는 딜레마다.
 
더 큰 문제는 거대 양당이 몸집을 불리는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큰 내년 총선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도입이 현실화되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은 생존 발판이 마련된다. 소선거구제가 중대선거구제로 바뀌어도 덤벼 볼 만하다. 당연히 야권발 정계개편 바람엔 제동이 걸린다. 하지만 그런 이유 탓에 영호남당인 거대 양당이 선거제 개편에 동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거제 개편이 물 건너가면 존립 기반 자체가 흔들린다.
 
국민의당 출신이지만 바른미래당을 탈당해 한국당 입당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이언주 의원에게 물었다.
 
바른미래당을 탈당하나.
“나뿐 아니라 보수 성향 의원들은 대체로 바른미래당에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당에 어떤 문제가 있나.
“처음 창당 선언 때는 중도보수를 표방하고 명시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헌법 가치를 철저히 지키되 기존 보수를 넘어서자는 취지였는데 어느 순간 정체성이 모호해졌다. ‘바미스럽다’는 말까지 나도는 지경이다.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건 죽는 길이다. 통합 전 국민의당이 그랬다.”
 
중도보수는 뭔가.
“문재인 좌파 정권을 강력하게 견제하는 게 나갈 방향이다. 문 정부가 주적이고 한국당은 경쟁자 관계인데 바른미래당은 때로 더불어민주당 이중대 역할을 하면서 경쟁자와는 주적처럼 싸웠다.”
 
탈당 러시가 언제쯤 이어질까.
“한국당 전당대회로 지도부가 바뀐 뒤 새 지도부의 혁신과 통합 의지에 달린 문제 아닐까 싶다.”
 
안철수 전 대표가 창원의 4·3 재보선에 나가 당선되면 당 분위기가 달라지지 않겠나.
“나오면 어렵다고 본다. 정체성과 정치 철학이 불분명해 보수를 분열시키고 혼란에 빠뜨렸다는 게 안철수를 바라보는 영남 민심이다. 정계에 다시 나온다면 당의 재보선 패배 수습을 명분으로 삼을 텐데 국민들이나 정치권은 야권 분열에 대한 걱정이 클 거다.”
 
다음 달 말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당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 ‘막강 보스’다. 하지만 한국당 차기 당권을 거머쥐었다고 곧바로 보수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겠느냐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여론조사론 보수 통합을 주도할 두드러진 인물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 분열된 보수를 더 크게 분열시키는 전당대회가 될 수도 있다.
 
비박 복당파인 김성태·주호영 의원이 선출되면 친박계는 크게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 총선 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복권까지 더해지면 박근혜 신당이 만들어져 한국당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친박계가 미는 황교안 전 총리나 김진태 의원 등 강성 친박, 홍준표 전 대표가 당권을 잡는다면 바른미래당 소속 바른정당 출신의 복귀엔 급브레이크가 걸린다.
 
물론 이런 시나리오는 정치 공학이다. 정치는 공학이 아니다. 생물이다. 선거에서 이겨야 정치를 계속할 수 있다. 1차적으론 4·3 재보선으로 민심 향방이 드러난다. 한국당이 이기면 야권에선 ‘뭉치면 산다’ 분위기가 급속하게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죽고살기식 계파 갈등 역시 ‘반문연대’ 앞에 급속하게 잦아들 공산이 크다. 그래서 야권 재편은 다음 달 한국당 전당대회가 아니라 곧바로 이어지는 4·3 재보선 결과가 관건이다.
 
경남의 창원 성산과 통영·고성은 재보선이 확정됐다. 재판 중인 다른 지역은 선거일 30일 전까지 형이 확정돼야 하는데 1~2석 정도 가능할 수도 있다. 권성동·염동열·원유철·이현재·홍문종 의원은 1심 재판 중이어서 4월 재보선 대상이 아니다. 김재원·김한표 의원은 각각 1심 무죄와 1·2심 무죄 판결을 받았다. 모두 한국당 소속이다.
 
부산·경남 지역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데다 민주당의 동진정책으로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의 힘이 됐다. 하지만 영남 지역 러스트벨트화 등과 맞물려 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가파르게 추락하는 곳이기도 하다. 민주당이 모두 지면 정국 주도권을 잃고 친문과 비문간 내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의미가 크다 보니 가능성과는 별도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출마설까지 나돈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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