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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서 차트 바뀌어…아들 3년전 죽었는데 몰랐다"

중앙일보 2019.01.01 15:37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병원에서 다른 사람과 진료기록이 바뀌는 바람에 3년 전 아들이 죽어 화장까지 했는데도 몰랐다며 50대 여성이 경찰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2015년 대구 병원으로 옮기다 다른 사람과 신분 바뀌어
50대 여성, 아들 죽은 지 3년 뒤에야 알고 진정 접수
복지부 "환자 미확인, 법적 근거 없어 처벌 어려워"

경북 영천경찰서는 1일 "경기도 수원시에 사는 강모(53)씨가 '병원에서 차트가 바뀌어 아들이 죽은 것도 몰랐는데 진상을 밝혀달라'는 내용의 진정서가 접수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강씨는 지난 18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차트가 바뀌어 3년 전에 치료받지 못하고 죽었다는 제 아들…밝힐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강씨는 이 글에서 "아들은 지적장애 1급으로 태어났다. 성인이 되면서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해 집에 잠금장치를 해도 문을 열고 나가 이웃에 피해를 주곤 했다"고 했다. 강씨는 "그러던 내가 갑상선암과 위암 판정을 받았다. 장기입원이 필요해 아들을 돌보기 어려워 정신병원에 맡기게 됐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2013년 10월 아들을 경북 영주시의 한 병원에 입원시켰다. 아들은 병원생활을 힘들어했다. 걱정할 때마다 병원에서는 "'치료에 방해되니 면회 오지 말라'고 했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얼마뒤 영주의 병원에서는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며 나가라고 했다. 그때부터 2년간 강씨는 경북 청도군, 문경시, 성주군에 있는 병원으로 옮겨다니며 아들을 돌봤다.  
 [일러스트=박용석]

[일러스트=박용석]

문제는 2015년 11월 27일 성주군에서 대구의 병원으로 이동하면서 불거졌다. 당시 강씨의 아들은 지적장애를 앓던 동년배 이모(당시 24세)씨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했다. 강씨에 따르면 대구 한 병원의 차가 환자들을 데리러 왔고, 관계자가 동승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날 어찌된 영문인지 두 환자의 차트가 뒤바뀌었다. 병원이 꼼꼼히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에 강씨의 아들은 이씨가 됐고, 이씨가 강씨의 아들이 됐다.   
 
강씨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2개월 전이다. 지난해 10월 병원을 또 옮기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아들이 맞는지 확인을 하라며 강씨에 사진을 보냈다.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며 확인을 요청한 강씨는 믿기 어려운 답변을 들었다. 아들이 이미 사망해 화장까지 마쳤다는 것이다. 
 
조사결과 아들은 3년 전 대구에 있는 병원에서 열흘 만에 영천에 있는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고 4개월 뒤인 2016년 3월 사망했다. 신분은 뒤바뀐 상태였기에 병원 측에서는 이씨의 부모에게 사망 사실을 알렸다. 영천 병원 측은 "이씨의 부모가 자기 아들이 맞다고 했기에 화장했다"고 해명했다. 이씨의 부모는 그가 어렸을 때 병원에 맡겨 얼굴을 잘 몰랐다는 것이다. 
 
사망원인은 영양실조로 인한 심정지였다. 강씨는 "그토록 건강하던 아들이 왜 42㎏의 쇠약한 몸으로 죽었는지 의문"이라며 "당시 병원측의 관리 부실이 의심된다"고 했다.
 
강씨는 차트가 바뀐 대구 병원 측에 정신병원 입원 시 보호자에 환자 신분을 확인해야 하는 의무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게 아니냐고 따졌다. 대구 병원 측은 "관계자가 실수한 것 같다"며 "그분은 이미 그만두셔서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 측은 "병원에서 환자 신분을 보호자에 확인시켜야 하는 의무는 있다"며 "하지만 법적 규정은 아니어서 처벌은 어렵다"고 했다. 
 
경찰은 강씨의 진정서를 토대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기락 영천경찰서 수사과장은 "신분 미확인으로는 법적 처벌이 어려워 어머니가 고소를 못 하고 진정서를 낸 것 같다"며 "병원을 상대로 차트상 잘못된 약을 처방받은 것인지 등을 살펴보고 혐의가 있으면 입건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트가 뒤바뀐 대구의 병원과 강씨의 아들이 사망한 영천의 병원에 추가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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