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해남 간척지 살인, 미스터리로 남나

중앙일보 2019.01.01 09:00
경찰서 유치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중앙포토]

경찰서 유치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중앙포토]

전남 해남 ‘간척지 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스스로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이번 사건이 미스터리로 남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살인 피의자 경찰서에서 극단 선택하면서 수사 속도 못내
경찰, 목숨 끊은 피의자의 살해와 사체유기 증거 확보 못해

간척지 시신 부검에도 사인 '파악 불가' 타살도 불명확
시신 목 노끈 피의자 DNA 안나오면 수사 토대 흔들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해남경찰서는 살인 등 피의자 김모(59)씨가 숨졌지만 수사는 계속하고 있다. 김씨는 체포 하루 만인 지난달 28일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치장 근무자는 잠을 자고 있었다.
 
김씨는 지난달 18일 해남군 산이면 공사 현장에서 암매장 상태로 발견된 타살 추정 시신 사건의 용의자였다. 목에 노끈이 감긴 상태의 사망자 신원은 광주광역시에 주소를 둔 장모(58)씨였다.
 
경찰은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김씨를 체포했다. 암매장 현장 주변 등의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9월부터 10월 사이 김씨가 차량으로 인근을 오간 사실이 확인돼서다. 해남은 김씨의 본적지다.
해남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해남경찰서 전경. [연합뉴스]

 
시신 발견 9일 만인 지난달 27일 살인·사체유기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김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처음에 해남에 온 사실 자체를 부인하던 김씨는 경찰이 증거와 함께 추궁하자 “해남에 온 것은 맞다”면서도 살인이나 사체유기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김씨가 광주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장씨에게 접근해 통장을 개설하고 휴대전화를 개통해준 뒤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었다. 금전 문제가 범행의 배경이 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경찰은 김씨를 상대로 1차 조사를 했지만 수사는 더는 진전되지 못했다. 김씨의 말처럼 그가 해남에 온 사실은 확인했지만, 살인이나 사체유기를 저질렀다고 볼 확실한 증거나 목격자를 확보하지 못해서다. 억울함을 주장하던 김씨는 2차 조사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전남 해남경찰서 유치장에서 살인 사건 용의자 김모(59)씨가 사망한 가운데 과학수사대 관계자가 현장 감식을 마치고 물건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전남 해남경찰서 유치장에서 살인 사건 용의자 김모(59)씨가 사망한 가운데 과학수사대 관계자가 현장 감식을 마치고 물건을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피해자가 사망한 데다가 목격자도 없는 이번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힐 유일한 인물인 용의자가 사망하면서 경찰 수사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100% 확신할 수 없는 경찰의 추정이 된다.
 
당장 장씨가 어떻게 죽었는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했지만 사망 경위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타살된 것인지도 확실하지 않다는 얘기다.
 
경찰은 장씨의 목에 노끈이 감긴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과수 분석을 통해 노끈에서 김씨의 DNA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확보되지 않으면 김씨가 살해했다는 경찰 수사의 기본 토대까지 흔들리게 된다.
경찰 로고.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경찰 로고. [일러스트 김회룡 기자]

 
사체유기 혐의에 대한 증거도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경찰은 김씨의 승용차에서 장씨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혈흔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장씨가 김씨의 차량에 탑승했다'는 것을 넘어 '시신이 실렸다'는 추정까지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공범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은 “현재까지 수사한 바로는 공범이 있다고 볼만한 정황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공범이 없다고 볼만한 근거도 없다. 살해부터 사체유기의 과정을 담고 있는 CCTV나 목격자 등이 없어서다. 익명을 요청한 타지역 경찰 관계자는 “용의자 김씨의 진술을 통해 수사 단계를 밟아나가야 했는데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경찰서 유치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뉴스1]

경찰서 유치장.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 없음. [뉴스1]

 
살해 동기도 미궁에 빠질 수 있다. 경찰은 김씨와 장씨 사이의 금전 거래 내역을 들여다보고 있다. 장씨의 돈이 김씨에게 갔다면 이 과정에 두 사람 사이 갈등이 생겼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은행 송금 등을 거치지 않았을 경우 이 같은 내역도 확인되지 않을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의 피의자 신병 관리 소홀로) 결국 김씨가 사망하긴 했지만 다양한 수사 기법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남=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관련기사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