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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 ‘딴 짓’ 했어도, 절차 틀렸으면 해고 무효”

중앙일보 2019.01.01 09:00

“계속 트레이너를 할 생각이 있긴 한거야!”

 
지난 2017년 7월, 헬스 트레이너 장모씨는 근무하던 헬스장 관장으로부터 회의시간에 호되게 질책을 당했다. 얼마 전 근무시간에 전기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공부하다 걸린 탓이었다. 언젠가 다른 직업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하던 장씨는 “계속 트레이너를 할 생각은 없다”고 답하긴 했지만, 헬스장을 당장 그만둘 마음은 없었다.

 
헬스장. [중앙포토]

헬스장. [중앙포토]

 
며칠 뒤 장씨 앞으로 권고사직 통지서가 왔다. 통지서에는 “근무시간 내 사적인 업무를 보고, 반성도 하지 않고 동료들 앞에서 퇴사하겠다고도 했으니 권고퇴직 처분을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장씨가 10일 내로 퇴직 요청서를 먼저 제출하지 않으면 한달 안에 해고 처분하겠다고도 했다.

 
장씨는 “난 한 달 안에 그만두겠다고 한 적 없다, 계속 일하겠다”는 의사를 동료를 통해 관장에게 전달했다. 그는 그 사건 뒤에도 계속 출근했지만 결국 통지서대로 8월 말에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근무시간에 '딴 짓'…해고 정당할까 
그는 그 해 11월 서울지방노동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복직’ 판정을 받았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에서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그러자 헬스장 관장이 “장씨 해고는 정당했다”며 서울행정법원에 불복 소송을 냈다.

 
관장은 재판에서 장씨가 “계속 트레이너를 할 생각이 없다”고 말한 점을 들어 스스로 사직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어차피 트레이너들과 1년 단위로 재계약을 체결하니 얼마 안 있어서 장씨와의 계약이 만료될 예정이었다고도 했다.

 
장씨가 근무하는 2년 동안 업무에 소홀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가 근무시간에 자격증 공부를 한 것뿐만 아니라, 근무지를 이탈하거나 비회원을 사적으로 가르치는 등 자신의 지시를 수차례 어겨왔다는 것이다. 불친절한 태도로 인해 회원들로부터 불만이 접수된 적도 있다고 했다. 애초에 근무시간에 딴짓을 하면서 단초를 제공한 건 장씨였으니 해고도 정당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 “절차 제대로 안지키면, 부당해고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13부(부장 유진현)는 지난해 12월 13일 “장씨를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1일 밝혔다.

 
유 부장판사는 헬스장 관장이 ‘업주는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서면 통지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 조항을 어겼다고 봤다. 장씨를 해고하는 과정에서 권고사직통지서에 적은 내용만으로 해고를 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관장이 재판에서 언급한 ‘근무지 이탈’ ‘비회원 교습’ ‘불친절’ 등은 정작 장씨가 해고당할 당시에는 통보받지 못한 점도 들었다.

 
또 “그만두겠다”던 장씨 말은 나중에 트레이너를 그만둘 수 있다는 뜻에 가깝지 당장 사직 의사를 밝힌 건 아니라고 법원은 판단했다. 헬스장 관장의 ‘1년 단위 계약’ 주장도 장씨 근로계약서에 그런 내용이 전혀 들어있지 않아 효력을 인정받지 못했다.
 
유 부장판사는 “장씨를 해고할 만한 사유가 있었어도 절차상으로 위법했다면 부당해고다”고 밝혔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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