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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이 얼었다고? 이 다리에서 봐야 결빙 인정된다

중앙일보 2019.01.01 06:00
31일 서울 동작구 한강대교 주변에 얼음이 얼어 있다. [뉴스1]

31일 서울 동작구 한강대교 주변에 얼음이 얼어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한강대교. 다리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얇은 얼음 띠가 한강을 덮고 있다.
 
한쪽에서는 낮 동안에 햇볕을 받아 녹은 얼음 조각들이 유빙처럼 한강을 떠다녔다.
 
한강이 얼어버린 탓에 유람선은 운항을 멈췄다. 그나마 작은 119 구조선만이 얼음 사이로 난 좁은 물길을 따라 한강대교 밑을 통과했다.
  
기상청은 이날 올겨울 들어 처음으로 한강 결빙이 관측됐다고 발표했다. 오전 7시에 공식 관측 지점인 이곳에서 한강이 언 것을 확인했다.
 
강력한 한파의 영향으로 27일부터 서울 일 최저기온이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고 낮 기온도 며칠째 영하에 머물면서 한강 수면이 얼어붙은 것이다. 한강은 보통 낮 기온이 영하인 날씨가 사흘 이상 이어지면 언다.
 
정보연 수도권기상청 관측과 주무관은 “다리에 설치된 CCTV를 통해 한강이 결빙된 것을 관측한 뒤, 서울기상관측소 근무자가 현장에 나가 직접 맨눈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1906년 이후 한강 얼지 않은 건 7번뿐 
한강 결빙 표지석

한강 결빙 표지석

기상청이 한강의 결빙 상태를 공식적으로 관측한 건 110여 년 전인 1906년부터다.  

 
정확한 관측지점은 한강대교 노량진 쪽 두 번째와 네 번째 교각 사이다. 여기서 상류 쪽으로 100m 부근에서 남북 간에 띠 모양의 결빙이 관측돼야 한다. 결빙이란 얼음으로 인해 수면이 완전히 덮여서 강물을 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기상청은 “1906년 당시 노량진 나루는 한강 주요 나루 중에 접근성이 쉬웠기 때문에 관측 기준점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1900년대 초에는 배가 한강의 노량진 나루와 마포 나루 등을 통해 사람과 물자를 싣고 다녔다. 
 
한강 결빙은 1906년 관측 이래 1934년이 12월 4일로 가장 빨랐고, 1964년에는 2월 13일로 가장 늦게 얼었다.  
  
결빙이 관측되지 않은 해는 지난 113년 동안 총 7번 있었다. 최근에는 2006년에 한강이 얼지 않았다.  
  
이번 겨울 한강 결빙은 평년(1월 13일)보다 13일 빠르게 나타났다. 지난해(12월 15일)보다는 16일 늦었다. 
  
윤기한 기상청 통보관은 “기온이 떨어지면 한강이 가장자리부터 얼기 시작해 가운데로 오기 때문에 다리 위에서 한강이 얼었는지를 관측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전국빙상대회 한강서 열려
1956년 완전히 결빙된 한강을 찾은 시민들이 한강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해외문화홍보원]

1956년 완전히 결빙된 한강을 찾은 시민들이 한강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대회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 해외문화홍보원]

조선 시대에는 겨울이 되면 한강의 얼음을 직사각형으로 잘라 서빙고와 동빙고에 보관했다. 

 
지금의 서울 용산구 동빙고동·서빙고동은 얼음을 저장하는 창고가 있던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이렇게 모은 얼음은 이듬해 봄부터 반출하기 시작했다.
 
김일권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조선 시대에는 한강의 범람과 함께 결빙을 관리하는 직책이 별도로 있을 정도로 한강 결빙은 중요한 기상 현상이었다”고 말했다.
 
6·25전쟁 당시 한강철교가 폭격으로 부서지자 피난민들은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걸어서 건너기도 했다.
 
1970년대에는 전국 빙상대회가 한강의 얼음 위에서 열려 스포츠팬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온난화로 결빙 기간 짧아져  
31일 한강대교 인근에서 한 시민이 조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한강대교 인근에서 한 시민이 조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강 결빙은 평년 기준으로 1월 13일, 해빙은 2월 5일이다. 해빙은 결빙된 수면이 녹아 어느 일부분이라도 노출돼 다시 결빙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관측을 시작한 1900년대에는 12월에 한강이 얼었다가, 3월이 돼서야 녹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시화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강의 결빙은 늦어지고, 해빙은 점점 빨라지는 추세다.
  
결빙일 수는 1960년대에는 평균 42.2일이었으나 1990년대 17.1일, 2000년대 14.5일로 급격히 줄고 있다.
 
한강의 얼음 두께도 과거에는 30㎝ 이상으로 두꺼웠지만, 최근에는 10㎝ 안팎으로 얇아졌다고 한다.
 
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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