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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우리는 변할 수 있을까?

중앙일보 2019.01.01 00:17 종합 24면 지면보기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새해가 밝았습니다. 연례행사처럼 신년 계획을 위한 자기계발서가 날개 돋친 듯 팔리며 외국어학원과 피트니스센터 등록이 늘어납니다. 다이어트와 금연을 포함해 각종 계획이 선포되고 책상 앞에 선언문이 붙여집니다. 작심삼일 원칙에 따라 며칠 동안은 이런 현상이 지속됩니다.
 

변화를 위한 계획을 세우는 새해 첫날
변해야 할 것과 간직해야 할 것을 생각한다

이 시간이 지나고 나면 비장했던 마음은 잊혀지고, 사흘이라도 한 게 아예 안 함보다는 낫다는 주장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금연을 예로 들자면, 흡연이 무슨 문제냐는 부정부터, 문제이기는 하지만 본인은 심각한 게 아니라는, 심각하긴 하지만 끊을 방도가 없다는, 남들은 끊을 방법이 있겠지만 본인은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다양한 합리화가 등장합니다. 인간은 습관의 동물인지라 살아온 관성에 저항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습니다. 강한 존재가 아니라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는 자가 생존한다는 말에는, 적응을 위한 변화가 강함보다 더 어렵다는 뜻이 들어있습니다.
 
첫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늘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람은 과연 변할까?”
 
변할 수 있다와 없다는 의견이 대략 반반으로 갈립니다. 변하지 않는다고 하는 편은 주로 인간의 본성이 타고난다고 생각하고, 변한다고 하는 편은 대개 인간의 의지를 강조하는 쪽입니다. 생물학적 결정론과 인본주의적 자유의지까지 등장하며 팽팽하게 맞서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경험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변하는 부분도 있고 변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결론은 다소 허무하게 평행선처럼 정리되지만 각자의 경험들은 꽤 선명합니다. 의지를 가지고 변화한 긍정적 성공사례도 있지만, 변해버린 사람에 대한 씁쓸한 기억까지. (쉽게 변하지 않는 사람도 ‘초심’은 쉽게 변합니다. 변한 게 아니라 원래의 모습일까요?) 반면에 다짐을 반복했지만 결국 변하지 않았던 개인적 체념부터 세상이 변할 것 같았으나 결국 변한 게 없다는 사회적 절망까지.
 
변화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필요합니다. 문제에 대한 인식, 체계적인 계획, 꾸준한 인내의 유지.
 
대개 정말로 변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진지한 인식이나 성찰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을 비난하고 스스로는 문제에 대해 아무 생각도 없지요. 그래서 문제를 깨닫는 순간 반 이상 해결되었다는 말도 합니다. 잘못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고쳐질 희망이 보입니다.
 
문제를 의식했더라도 모호하고 추상적 계획, 비현실적 목표를 세운다면 변화는 불가능합니다. 계획만 세우면 저절로 되겠지 하는 헛된 바램. 현실에 우렁각시는 없습니다. 구체적(S)이고 측정가능(M)하고 달성가능(A)하고 현실적(R)이고 시간제한적(T)인 ‘SMART’ 계획을 설정해야 합니다. 중요함을 알더라도 어려운 일을 미루려는 지연행동(procrastination)이 인간의 본능이기에 시간목표를 정하고 추진해야 합니다. 주변에 선언하고 지지를 얻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변화된 행동을 시작하는 것은 그야말로 시작일 뿐, 지속이 얼마나 어려운가요. 끊임없는 유혹과 싸우는 인내가 필요합니다. 한 번의 실수를 할 때 스스로 불가능한 인간이라고 자책하며 무너지곤 합니다. 오히려 그 기회를 자신에 대해 더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변화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변해야 할 부분은 변하지 않고 변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 변한다는 게 아닐까요. 초심 같이 변하지 않아야 하는 모습은 변해버리고 정작 바뀌고 발전해야 할 모습은 완고하게 유지하는 우리의 삶.
 
새해를 맞아 라인홀트 니버의 ‘평안의 기도(serenity prayer)’를 떠올려 봅니다. “우리가 변화시킬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을 변화시키는 용기를, 그리고 이 두 가지를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소서.”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간직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새해 첫날입니다.
 
송인한 연세대 교수·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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