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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시면 토할 것 같아요" 우유 버리는 아이들, 알고보니…

중앙일보 2018.12.31 12:15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급식으로 받은 우유를 들고 학교 건물 뒤쪽으로 모여듭니다. 우유 팩을 뜯은 아이들은 먹지도 않은 새 우유를 배수로에 쏟아붓습니다. 아이들이 버린 우유는 하얀 강이 되어 배수로를 타고 흘러갑니다.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출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최근 중국 웨이보에서 화제가 된 동영상의 한 장면인데요. 지난 24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베이징뉴스, 더 페이퍼, B타임닷컴 등 중국 현지 언론을 인용해 이 사건의 전말을 보도했습니다.
 
동영상의 배경이 된 곳은 후난(湖南)성룽후이(隆回)현에 있는 한 초등학교인데요. 아이들은 "급식으로 받은 우유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며 "한 입만 마셔도 토할 것 같아서 우유를 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2000년 이후 낙후 지역을 중심으로 아이들의 영양 상태 개선을 위해 우유를 무료로 제공해왔는데요. 이 정책을 통해 2000만 명 이상의 아이가 혜택을 받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동영상 속 학교 역시 정부의 무료 우유 급식 정책에 따라 아이들에게 매일 우유를 제공해 왔습니다. 이 학교에 급식용 우유를 공급한 곳은 샹미유업(湘蜜乳業)으로 주변 330개 학교에도 우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샹미유업은 2012년 회사 설립 후 룽후이현 인근 우유 급식을 독점해왔는데요. 중국 정부는 유제품 협회의 인증을 받은 곳만 급식용 우유를 공급하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이 회사의 경우 2015년 이후 협회의 인증을 받지 못해 학교에 우유를 공급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출처 중신망]

[출처 중신망]

학교 측에서는 "아이들이 우유가 너무 차가워서 먹지 못했던 것 같다. 추운 겨울에 찬 우유를 먹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명했는데요. 말이 안 되는 변명 때문에 일각에서는 학교 측이 우유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사실을 덮으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룽후이현은 이 지역 11만명 학생에게 샹미유업의 우유가 제공됐다며 무자격 업체가 어떻게 급식 우유 납품을 할 수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출처 중신망]

[출처 중신망]

중국에서는 불량 우유 급식 문제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낙농업체가 학교 교장과 직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불량 우유를 공급한 것으로 드러나 학부모들의 공분을 샀고요. 어떤 학교에서는 교장들이 불량 우유 공급을 눈감아주는 조건으로 뇌물과 함께 고급 백주로 유명한 우량예(五糧液)를 선물 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는데요.
 
아이들이 먹을 것으로 장난을 치는 파렴치한 범죄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중국 정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차이나랩 김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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