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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옥죄는 규제로는 한국에 미래가 없다

중앙일보 2018.12.31 00:28 종합 27면 지면보기
정재홍 콘텐트제작에디터 논설위원

정재홍 콘텐트제작에디터 논설위원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은 벤처 투자와 중국 경제 전문가다. 그는 중소·벤처기업 투자 촉진을 위해 모태펀드를 운용하는 한국벤처투자 대표를 지냈고, 2015년부터는 금융위원회 산하 핀테크지원센터장을 맡아 국내 스타트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정 원장이 『중국이 이긴다』를 펴냈다. 그는 지금이 아날로그 경제에서 디지털 경제로 바뀌는 대변혁기라고 말했다.
 

디지털 경제 비중 현재 20% → 10년 뒤 50%
아날로그 규제 계속 고집하면 영영 뒤처져

지난해 전 세계 디지털 시장 대 아날로그 시장 규모는 20대 80 정도다. 이것이 10년 뒤엔 50대 50으로 바뀔 전망이다. 정 원장은 “우리는 지금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3차 산업에서 4차 산업으로, 미국에서 중국으로 헤게모니(패권)가 이동하는 거대한 변화의 시대에 살고 있다”며 “지진이 날 것을 빠르게 예측한 동물은 살아남고 그렇지 못한 동물은 죽는 것처럼, 지금의 시대 변화를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생사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시대 변화에 우리는 잘 대응하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부정적이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한국 경제는 지금 국가 비상상황”이라며 “20년간 쌓인 투자 부족과 신기술 부족으로 주축 산업이 붕괴한 게 한국 경제 위기의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지난 20일 혁신성장본부 민간공동본부장에서 물러나며 “혁신성장이 잘 안 돼 나라가 잘못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는 저출산 고령화와 함께 반도체 이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새로운 산업이 등장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타개할 수단으로 정부는 혁신성장을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3일 “혁신성장과 일자리 만들기를 위한 제조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과제”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를 어떻게 실현하느냐다.
 
차량 공유(카풀)는 정부의 혁신성장 의지를 판가름하는 시금석이다. 정부가 택시 기사 등 이해 당사자들의 반발을 극복하고 미래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의지와 역량이 있는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카풀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운송수단이 마차에서 자동차로 바뀌었듯, 자동차도 소유에서 공유로 변하고 있다. 중국 최대 카풀업체 디디추싱의 기업가치는 56조원 이상으로, 현대자동차 시가총액(28일 기준 25조3197억원)의 두 배를 웃돈다.
 
한국에서는 규제에 막혀 차량 공유가 파행을 겪는 사이 중국의 공유 경제는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국가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43% 늘어난 4조9205억 위안(약 804조원)에 달했다. 이 센터는 중국의 공유경제 시장이 연평균 40% 이상 성장해 2025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 산업에는 한국도 빨리 올라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제 식민지로 전락한 구한말 때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경제에 영영 뒤처지게 된다. 우리 디지털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규제와 이해 관계자의 반발이다. 원격의료·빅데이터·드론 등 미래 먹거리는 규제에 막혀 질식 상태다. 혁신성장은 4차 산업혁명을 옥죄는 규제를 획기적으로 없애야 가능하다. 그 과정에서 택시 기사 등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를 최소화하는 게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이들이 디지털 경제에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한국은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인공위성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서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밀리고 있다.
 
정부와 기업·개인은 시대의 흐름에 절박한 각오로 대응해야 한다. 젊은이들이 의사·공무원·교사 등 안정적 직업만을 찾는 나라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도전하고 실패하며 다시 도전하는 ‘창업 국가’가 우리의 모습이 돼야 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교수가 언급했듯<중앙일보 12월 3일자 24면> 대통령과 정책 담당자가 자기 자녀에게 창업을 권할 정도로 규제를 없애야 한국 경제는 다시 비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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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홍 콘텐트제작에디터·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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