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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초보다 싼 사립대 등록금 10년째 꽁꽁, 경쟁력 추락

중앙선데이 2018.12.29 00:48 616호 2면 지면보기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장의 고민
김인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강사법과 등록금 동결 문제를 유연하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김인철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은 ’정부가 강사법과 등록금 동결 문제를 유연하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대학들이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 10년째 계속되는 등록금 동결과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 시행, 학령인구 급감, 대학 구조조정 등 사방이 난제투성이다. 4차 산업혁명의 문명사적 변혁기를 맞아 세계의 대학들은 달려 나가는데 제자리 지키기도 버거워한다. 그렇다고 발만 구를 수는 없다. 기해년(己亥年)에는 다시 고삐를 죄고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 역할을 전국 4년제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가 해야 한다. 전국 153개 사립대 총장 협의체인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김인철(한국외국어대 총장) 회장은 고민이 많았다. 지난 24일 한국외대 총장실에서 김 회장을 만났다.
 
새해 8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된다. 시간강사의 불안정한 신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한 것인데 외려 대학이 들끓고 있다.
“2011년부터 추진돼 8년 만에 시행되는 법의 취지엔 전적으로 동감한다. 핵심은 강사를 교원의 한 종류에 포함하고, 임용기간을 1년 이상으로 하며, 3년까지 재임용 절차를 보장하고, 방학 중에도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4대 보험 혜택도 받는다. 하지만 부산대 강사 파업이 보여주듯 사태가 간단치 않다. 재정 감당이 어려운 대학들이 강사와 강좌 수를 줄이고 있다. 강사법이 강사의 목줄을 죄는 역설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가 재정인가.
“그렇다. 등록금 동결과 입학금 폐지, 입시 전형료 수입 감소로 대학들은 살림이 어렵다. 그런 상황인데도 정부의 ‘강사처우개선비’ 지원액은 288억원에 불과하다. 국립대는 71억원, 사립대는 217억원이다. 그나마 사학진흥재단의 저리 융자 65억원을 빼면 실제 사립대 몫은 152억원에 불과하다. 대학당 1억원도 안 된다. 그 돈으로 어떻게 강사를 포용할 수 있나.”
 
전국 대학의 시간강사는 7만6164명으로 전체 교원의 34%를 차지한다(교육부, 2017년 기준). 11만 명(46%)에 육박했던 6년 전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열 명 중 세 명은 시간강사다.
 
 
강사법 시행령 손질해 속도 조절을
 
정부 지원액 288억원은 어떻게 책정됐나.
“강사협의회에 따르면 4년제와 전문대를 합한 추가소요 예산은 3393억원이다. 4대 보험과 방학 중 임금을 모두 합한 것이다. 강사료는 국립대의 시간당 7만6000원을 적용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이찬열 위원장도 개정안을 발의할 때 국공립대는 796억원, 사립대는 1388억원으로 책정했다. 그런데 국회 논의 과정에서 550억원으로 줄더니 최종적으론 288억원으로 반 토막 났다.”
 
적립금을 1~2%만 헐어 써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적립금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대부분 특수목적용 기금이어서 경상비나 강사 급여로 사용하기 어렵다. 일부라도 쓸 수 있는 대학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차원의 대책이 있나.
“강사법을 유예하는 건 쉽지 않다. 후유증을 줄이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다. 추경을 통해 예산을 더 확보해야 한다. 강사도 살리고 대학도 살리려면 한 학기에 최소 500억원, 연간 1000억원의 국비가 필요하다. 대학들도 그만큼을 더 부담해야 한다. 방학 중 급여를 최소화하거나 당분간 지급을 유예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강사법 시행령을 손질해 완급을 조절하자는 얘기다.”
 
사립대 강사의 평균 시급은 4만~6만원 등 천차만별이다. 주당 9시간 강의해도 연봉이 1000만원 남짓이다. 그래도 전임교원의 미래를 꿈꾸며 현실의 고통을 참는다.
 
강사법이 고등교육 생태계를 위협한다는 지적이 있다.
“강사는 대학 교육의 한 축이자 후속 세대의 연구 기반이다. 강사 문제를 복지 차원이 아닌 대학과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위→강사→교수로 이어지는 학문 생태계가 무너지면 인재 양성의 미래는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현장의 외침을 외면해선 안 된다.”
 
김 회장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등록금 동결이라고 주장했다. 대학 살림살이가 갈수록 쪼그라들어 경쟁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등록금이 2009년 이후 계속 동결됐다. 새해에도 그럴 것 같다.
“교육부가 최근 새해 등록금을 올해보다 최대 2.25%까지 올릴 수 있도록 산정 방법을 고시했다. 최근 3년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1.5%였으므로 인상 한도가 물가상승률의 1.5배인 2.25%로 결정된 것이다. 그러나 생색에 불과하다.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4000억원 규모의 국가장학금을 신청할 수 없고,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재정 지원 사업에도 배제된다. 어느 대학이 올릴 수 있겠나.”
 
사립대 등록금이 사립 초등학교보다도 싸다는 분석이 있다.
“충격적이다.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니 서울 39개 사립 초교의 2013년 평균 교육비가 738만9000원이더라. 그런데 사립대 연간 등록금은 736만원이다. 2016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서 연간 학비가 가장 비싼 상위 10개 사립초교의 평균이 1058만원이다. 대학 여건이 얼마나 열악한지 더 설명이 필요한가. 교수 1인당 학생 수도 초·중등보다 훨씬 많다. 올해 교사 1인당 평균 학생 수는 유치원 12.3명, 초등 14.5명, 중학교 12.1명, 고교 11.5명이다. 반면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2.4명이다.”
 
그래서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다고 보나.
“그렇다. 1980년부터 국가 경쟁력을 평가해 온 세계경제포럼(WEF)의 종합 순위를 보면 우리는 2010년 이후 계속 하락세다. 다른 지표들은 20위권 전후로 선방하지만 국가 경쟁력과 대학 교육 경쟁력만 추락한다. 대학 경쟁력은 2011년 59개국 중 39위였는데 2017년에는 63개국 중 53위에 그쳤다.”
 
대학의 노력이 중요한데 재정 타령만 하는 것 같다.
“물론 원인은 복합적이다. 대학의 안이함도 반성한다. 하지만 재정이 영향을 미친 건 팩트다. 2018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자. 우리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1만109달러로 OECD 평균 1만5656달러의 64.6%에 불과하다. 고등교육재정 정부부담률 역시 OECD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1%인데 우리는 0.9%다. 하버드대는 어떤가. 1년 예산만 45억 달러(약 4조9500억원)다. 2017년 기부기금이 371억 달러(40조8100억원), 기금 운영수입이 40억 달러(4조4000억원)다. 그런 대학과 경쟁력을 논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다.”
 
재정 문제와 더불어 가장 시급한 현안은 입학자원 감소다. 교육부는 현재 50만 명 수준인 입학정원을 2023년까지 40만 명으로 줄이는 구조개혁을 진행 중이다.
 
 
하버드대는 1년 예산만 4조9500억원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을 거란 자조도 나온다.
“대학들이 잘 알고 있고 노력 중이다. 아쉬운 건 교육부 평가가 구조조정을 위한 무한경쟁의 상대평가라는 점이다. 대학별 특수성이 반영되지 않아 자율성과 다양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 특성과 규모, 소재지를 반영하는 공정한 지표를 만들고 중복 평가도 없애야 한다. 피로도가 심하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고등교육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변신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제조업 분야의 로봇 도입으로 향후 20년간 아시아 근로자 1억3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학들도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 양성에 명운을 걸어야 한다.”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대학 간, 학과 간 장벽을 허물고 다양한 대학연합과 학제 도입, 창의융합형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 특성화해야 한다. 통섭이 중요하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융·복합 커리큘럼을 만들고, 창조적 파괴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쌓도록 해야 한다. 사회공학적(social engineering) 능력도 키워줘야 한다.”
 
정부의 고등교육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대학의 지속 가능성은 정부 규제나 평가로 결정되는 게 아니다. 재정 건전성과 교육의 질 향상은 자율이 기본 동력이다. 정부는 지원 역할만 해야 한다. 그래야 대학이 살아 숨 쉰다.”
 
“법인·학교 소유 부동산 활용하게 규제 풀어줘야”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등록금 동결 방아쇠는 2008년 12월 5일 당겨졌다. 당시 교육과학기술부는 총장들을 불러놓고 “학부모들의 고통을 덜어 달라”며 2009년부터 사실상 인상 금지 명령을 내렸다. 2011년엔 고등교육법을 고쳐 ‘등록금 인상 상한제’까지 도입했다. 등록금 인상률이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이나마도 명목상 규정이었다. 등록금을 올리는 대학은 국가 장학금(Ⅱ유형) 지원을 못 받게 하더니 재정 지원 사업에서도 제외했다. 대학들은 물가상승률만큼도 올리지 못하고 납작 엎드렸다. 그 결과 2009년 평균 740만9800원이던 사립대 등록금은 올해 743만300원으로 10년간 2만500원(0.28%) 오르는 데 그쳤다. 대학들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10년간 등록금 동결로 인한 재정 수입이 15% 이상 감소했다”고 주장한다.
 
현 정부에서도 등록금 인상은 어려운 분위기다. 정치권도 인상을 금기시한다. 그러자 대학들은 국회에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과 사립대학 지원특례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일본처럼 일반 경상비나 시설비를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수익사업 숨통을 틔워 줄 것도 요구한다. 사립대학총장협의회 황인성 사무국장은 “법인 소유 수익용 부동산이나 학교 소유 교육용 부동산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를 개선해야 등록금 동결 잔혹사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영유 교육전문기자 
 
양영유 교육전문기자/중앙미디어랩 yangyy@joongang.co.kr
김인철=빠르게 가지 않고 꾸준하게 가는 게 중요하다는 ‘마라톤 인생 철학’을 갖고 있다. 올 4월부터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회장을 맡았다. 1957년 경남 마산생. 한국외국어대에서 행정학을 공부한 뒤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외대 기획처장·대외부총장을 거쳐 2014년 총장이 됐고, 올 3월 연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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