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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는 만능키…조합 설립서 철거까지 착복·뇌물 릴레이

중앙선데이 2018.12.29 00:45 616호 4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재건축·재개발 비리
광주광역시 관내 한 재개발사업 지역은 2008년 조합이 설립된 이래 지금까지 갖가지 잡음과 비리 의혹으로 사업이 10년째 표류 중이다. 구청으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나와야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비로소 공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조합은 최근에도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보류돼 언제 착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해당 지역 조합장은 시공사로부터 1억3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사업은 지연되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조합 설립 10년 지났지만 사업 표류
정비업자 “조합장에게 뇌물” 고백
비리 의혹 조합장 “거짓 폭로” 반박

관리처분계획 인가 때 ‘비리 절정’
확정되면 조합원 추가분담금 폭탄
구청 공무원이 업자 소개 의혹도

 
2012년부터 올 3월까지 해당 지역 재개발 조합의 정비업체였던 K사 대표 A씨는 중앙SUNDAY와 만나 그동안 조합 안팎에서 벌어졌던 복마전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A씨는 “시공사 선정과 총회 개최 과정에서 많은 불법이 있었고, 조합장 B씨에게 뇌물이 건네졌다”고 폭로했다. 그는 자신도 뇌물 전달 과정에 관여한 바 있다고 고백했다. 또 “이런 일이 가능했던 데는 막대한 자금을 들여 홍보 용역인 OS를 조직적으로 가동했기 때문이었다”고 덧붙였다.
 
 
동원한 인력 OS, 일당 18만~20만원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전국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선 유사한 패턴의 비리가 반복되고 있다. 시공사 선정과 조합의 중요 안건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OS’가 판친다. OS는 아웃소싱(Outsourcing)을 뜻하며, 홍보 용역업체가 조직적으로 동원한 외부 인력이다.
 
A씨는 “OS는 재개발 조합이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매번 조직적으로 동원된다”고 말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총회를 거쳐 시공사 선정을 의결하게 돼 있는데 여기서도 OS가 동원된다. 광주광역시 재개발사업 조합장 B씨가 조합원 총회가 있기 한 달 전 OS를 동원해 H사를 시공사로 하는 데 동의한다는 서면결의서를 조합원들로부터 받았다. 경쟁입찰은 형식이었고 총회에서 H사가 압도적 표차로 이길 수밖에 없었다. A씨는 “OS 요원은 모두 15명이 동원됐다. 이들은 짧게는 보름 남짓에서 길게는 70일까지 활동하며 한 사람당 일당 18만~20만원을 받았다. 1억원에 가까운 비용이 OS 동원에 쓰였다. 총회는 요식 행위였고 이미 H사로 낙점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OS가 동원된 것은 이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지난해 4월과 6월 B조합장 측에 반대한 이들이 그를 해임하기 위한 조합원 총회를 시도했다. 이들이 ‘B씨 해임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면결의서에 조합원들 서명을 받으면 그 즉시 OS가 따라붙어 ‘해임 동의 서면결의를 철회한다’는 내용의 또 다른 서면결의서에 서명을 받는 일이 벌어졌다. 결국 두 번의 해임총회는 OS를 동원한 조합장 측에 막혀 실패로 돌아갔다. 조합장이 동원한 OS 비용은 시공사로 선정된 H사가 입찰보증금으로 납부한 돈에서 충당됐다.  
 
그렇다면 OS는 어떤 이들로 구성돼 있을까. 대부분 30~50대 여성들이다. 최근에는 돈벌이가 된다고 해서 20대 젊은층도 OS로 일하는 사례가 더러 있다. OS는 조합원들을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이들의 여론이 조합장이나 시공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원래는 총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조합원이 많기 때문에 미리 서면동의서를 받을 필요성에서 OS 동원이 용인됐다. 하지만 실제로는 조합이 원하는 쪽으로 동의서를 받게끔 사전 교육을 철저히 받은 뒤 현장에 투입된다.
 
OS는 시공사 선정뿐 아니라 조합이 결정하는 주요 사안에 개입한다. OS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대목은 기존 건물의 철거와 착공에 앞서 거쳐야 하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단계에서다. 이 단계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관리처분계획안이 총회에서 통과된다는 뜻은 각종 용역사업비 액수와 추가되는 특화공사비가 결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때문에 업체와 짠 조합 측이 가격을 미리 부풀려놓고 이대로 총회에서 통과되도록 사전에 OS가 동원돼 서면결의서 사인을 받는다. 그리고 이렇게 관리처분계획안이 확정되면 이는 곧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거액의 추가분담금 폭탄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이를 조합원들이 깨달았을 때는 이미 모든 행정적 절차가 끝난 뒤라 하소연할 여지도 없어지는 셈이다.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난 후에도 비리는 계속된다. 바로 철거 과정에서 조합장의 묵인하에 고철이 빼돌려진다. 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철근, 동 등은 상당히 비싼 값으로 팔린다. 이 때문에 원칙대로라면 고철을 판 비용은 조합 통장에 입금돼 조합원들의 공동 이익을 위해 쓰여야 한다. 하지만 철거업체가 고철 판 돈을 챙기고 그중 일부는 조합장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경우가 벌어진다. 경찰은 지난 8월 경기도 남양주 한 재건축 조합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조합이 철거 과정에서 나온 고철을 업자에게 넘기고 그 대가로 조합 임원들이 억대의 뇌물을 받아 챙긴 사실을 밝혀냈다.
 
각종 주요 용역업체 선정 과정이 공정한 경쟁입찰이 아닌 담합과 조합 임원들의 은밀한 특정 업체 밀어주기가 반복적으로 벌어지는데도 이를 적발해 내는 지방자치단체는 드물다. 구청 등 지자체가 부풀려진 용역비 등 잘못된 관리처분계획안을 적발해 내고 이를 반려해 브레이크를 걸 수도 있다. 하지만 수사기관의 개입으로 비리가 명확하게 적발되지 않는 한 지자체가 이런 부분을 사전에 적발해내는 사례는 거의 없다. 광주광역시 재개발 과정에서는 오히려 구청의 담당 간부와 조합장이 결탁한 흔적도 나오고 있다. 조합의 복수 관계자들은 “조합장으로부터 구청 공무원이 소개한 용역업체를 잘 챙겨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조합원·지자체·수사기관 하나라도 작동해야
 
여러 의혹에 대해 조합장 B씨는 “일부 돈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조합 사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정비업자인 A씨가 시키는 대로 한 것뿐”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A씨가 각종 용역 사업을 다 먹으려고 욕심을 부리다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앙심을 품고 사실과 다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며 “오히려 정비업체를 잘못 선정해 조합 사업이 2년째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B씨는 구청 공무원과의 의혹에 대해서도 “A씨가 모든 용역사업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것을 막기 위해 공무원이 소개한 업체 얘기를 꺼낸 것일 뿐 실제로 구청 공무원과의 부적절한 만남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도시정비사업 전문가인 김상윤 법무사는 “재개발 과정에서 지장물 철거를 분리해 용역업체와 계약하면 안 된다는 규정이 명확하게 있는데도 조합원들이 문제제기를 해야만 해당 지자체가 감독에 나설 뿐”이라며 “평상시에는 행정기관의 관리감독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비리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똑똑한 조합원, 본연의 역할을 하는 지자체, 비리를 밝혀낼 의지를 가진 수사기관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조합이 만들어지고 기존 건물이 철거되는 순간까지 비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재건축·재개발 사업인 셈이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범죄예방, 석면·수도관 철거…온갖 명목 용역비 뻥튀기
용역비용 부풀리기의 대표적인 사례가 범죄예방 대책 용역이다. 이 용역의 실제 내용은 범죄예방을 위해 관할 경찰서에 협조 요청을 하고 필요 시 가로등이나 CCTV 등을 설치하는 게 핵심이다. 또 필요 시 소수의 순찰 인력의 인건비를 쓴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큰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재개발 조합은 적게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으로 비용을 부풀려 용역 계약을 체결한다.  
 
경기도 의왕시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3개 조합은 총 46억7000만원에 범죄예방대책 용역 계약을 체결해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서울 동대문구 소재 한 재개발 조합 역시 이주관리와 범죄예방계획 용역비를 부풀려 계약했다가 지난 11월 검찰 수사로 비리가 드러났다. 계약금으로 받아간 8억여원 중 5억원이 넘는 돈은 브로커가 챙기고 실제 계약에 쓰인 돈은 2억5000만원에 불과했다.
 
석면조사·철거·감리 용역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석면 함유 면적을 조사한 뒤 이 면적을 기준으로 석면 해체 철거 계약을 해야 한다. 하지만 조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석면 철거와 감리 용역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서울 서대문구 모 조합의 경우 이런 식으로 용역 계약을 체결해 실제 석면 반출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산정해 6억원 정도면 처리가 가능한데도 24억원에 석면 철거 용역 계약을 맺기도 했다.  
 
많은 조합이 용역비 부풀리기에 이용하는또 다른 대표적 항목으로 수도·전기·가스 등 지장물 철거나 이설 또는 인입공사 용역도 있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이들 지장물은 기존 건축물 철거 시 일괄 철거 공정으로 처리되므로 별도의 업체에 분리발주하면 안 된다. 하지만 최근에도 서울 강동구와 성북구 경기도 안양시, 부산시 등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이 지장물 분리 계약이 이뤄져 말썽이 일었다.
 
고성표 기자 
 
고성표 기자, 김나윤 인턴기자 muze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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