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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내전 총성 멈췄지만…충돌 불씨 많아 불안한 평화

중앙선데이 2018.12.29 00:36 616호 11면 지면보기
최익재의 글로벌 이슈 되짚기
예멘 정부와 반군, 유엔 관계자 등은 지난 26일 호데이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병력 철수 문제를 의논했다. 사진은 예멘 수도 사나의 모습. [EPA=연합뉴스]

예멘 정부와 반군, 유엔 관계자 등은 지난 26일 호데이다에서 첫 회의를 열고 병력 철수 문제를 의논했다. 사진은 예멘 수도 사나의 모습. [EPA=연합뉴스]

예멘에서 4년 만에 총성이 멈췄다.
 
정부군과 반군의 가장 치열한 교전 지역인 남서부 호데이다주 전역에서 지난 18일(현지시간) 0시를 기해 휴전이 개시됐다. 예멘 내전은 시리아 내전과 함께 현재 중동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향후 중동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게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예멘 내전은 역내 강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이 각각 정부군과 반군을 지원하는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내전의 결말에 따라 중동 내 역학 관계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만큼 이번 휴전 합의가 갖는 의미는 크다. 하지만 휴전 지속 여부에 대해선 단언하기 어렵다. 다행히 현재까지 주목할 만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다.
 
비난전은 여전하다. 예멘 정부를 지원하는 아랍동맹군 측은 “후티 반군이 호데이다에서 휴전 합의를 어기고 있다. 위반 사례가 100여 건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반군 측도 “포 사격을 하는 등 아랍동맹군이 휴전 합의를 수십 차례 위반했지만 우리는 인내심을 갖고 대응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휴전을 감시하는 유엔 병력재배치조정위원회(RCC) 대표단은 지난 26일부터 현지 활동이 들어갔다. 임무는 평화협상에서 합의된 호데이다에서의 휴전과 3주 내 동시 철군 여부를 감시하기 위해서다. RCC는 호데이다 항구 3곳의 통제권도 조만간 인수할 계획이다. 이 항구들은 국제사회가 지원하는 구호품과 식량의 70%가 유입되는 곳이다. 유엔에 따르면 지금까지 예멘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1만 명이 넘는다.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1590만 명은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예멘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고국을 떠난 예멘 난민들이 제주도로 대거 입국해 큰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올해 난민을 신청한 484명 중 2명에 대해 난민 자격을 부여했다. 412명은 인도적 체류를 허가했다. 2011년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이 소말리아 해적으로부터 석해균 선장을 구출한 곳도 예멘 인근 아덴만이다. 이 때문에 석 선장은 ‘아덴만의 영웅’으로 불렸다. 2009년에는 관광지에서 발생한 자살폭탄 테러로 한국인 4명이 숨진 곳이기도 하다.
 
◆예멘에 평화 정착될까=우선 내년 1월 21일부터 포로 교환이 시작된다고 국제적십자위원회(ICRC)가 밝혔다. 스웨덴 평화협상에도 참여한 ICRC는 “양측을 합해 총 1만6000명에 달하는 포로 명단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또 “우선 몇 주간 실제 명단에 있는 사람들이 구금돼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벌인 뒤 포로 교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평화협상의 가장 큰 수확을 호데이다에서의 휴전을 꼽았다. 호데이다는 정부군과 반군 모두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지역으로 그동안 가장 치열하게 전투가 벌어졌던 상징적인 곳이다. 사실 2015년 3월 내전 발생 이후 여러 차례 협상이 추진됐지만 제대로 합의에 이른 적은 없다. 2016년에도 예멘 정부와 반군이 100일 동안 협상을 벌였으나 성과를 내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이 실질적으로 첫 성과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로이터 통신 등은 “휴전과 포로 교환 등에 합의한 이번 협상의 시작은 성공적이지만 여전히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라며 “휴전 이후에도 치안 유지를 위해 남겨 놓은 병력 간 충돌이 우려되는 등 불안 요소가 많다”고 전했다. 예멘 정부와 반군은 내년 1월 말께 2차 평화협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내년 협상에서는 폐쇄된 사나 국제공항 재개와 경제 재건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예멘 내전은 정부군과 후티 반군 간 싸움이지만 그 뒤에는 사우디와 이란이 있다. 사우디는 수니파의 좌장으로, 이란은 시아파의 맹주로 불리면서 역내에서 종파 대결을 벌이고 있는 라이벌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월 2일 터키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발생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피살 사건은 예멘 내전의 변곡점이 됐다. 사우디는 당초 사건 개입을 강하게 부인하다가 3주 만에 살해를 인정했다. 이로 인해 사우디의 국제사회 입지는 크게 위축됐고 군사적 지원을 하고 있는 예멘 내전까지 도마에 올랐다. 사우디는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예멘 내전에 대한 정책 방향을 군사적 개입 대신 협상으로 틀었다. 지난달 말 사우디가 예멘 반군의 요구를 수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평화협상에 나선 배경이다.
 
미국의 압력도 사우디로서는 큰 부담이었다. 미 상원은 지난 13일 카슈끄지 피살과 관련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책임이 있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또 사우디에 대한 미국의 무기 지원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도 채택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압박했다.
 
AP통신 등은 “예멘은 2011년 중동의 민주화 혁명인 ‘아랍의 봄’으로 정권이 바뀐 나라 중 유일하게 협상을 통해 권력이 이양됐지만 주변 강국들의 지원으로 내전을 치열하게 겪고 있다”며 “예멘 내전의 향방은 사우디와 이란의 역할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식량난=유엔에 따르면 4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예멘 전체 인구의 53%에 달하는 1590만 명이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교전이 치열하게 벌어졌던 호데이다를 비롯해 아마나트 알 아시마와 다마르 등 인구 100만 명 이상인 13개 주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게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조사 결과다. FAO는 인도적 지원이 없을 경우 내년에는 식량 부족으로 고통받는 예멘인이 전체 인구의 67%인 21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4년째 이어진 내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6만 명이 넘는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동안 언론들은 유엔이 집계한 1만여 명을 인용해 보도해 왔다. 그러나 분쟁과 테러 등을 연구하는 다국적 단체인 ACLED는 최근 “2016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예멘 내전으로 6만223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내전이 시작된 2015년 3월부터 그해 12월까지 피해를 제외한 수치다. 이 단체는 “사망자 중 47%가 올해 사망했으며 민간인 사망자의 71%는 아랍동맹군에 의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최익재 기자 ij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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