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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재무장 신성장동력?

중앙선데이 2018.12.29 00:20 616호 30면 지면보기
위험하지 않은 몰락

위험하지 않은 몰락

위험하지 않은 몰락
강상중·우치다 다쓰루 지음
노수경 옮김, 사계절
 
내비게이션 없이 운전하기가 어려운 시대가 돼 가고 있다. 조금만 낯선 곳에 있어도 불안하다. 우리의 삶에도 내비게이션은 필요하다. 엄청난 속도로 폭주하는 21세기 세계사의 한가운데서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맬 때가 많다. 나는 과연 어디서 떠돌고 있는 걸까. 나의 좌표는 어딜까.
 
『위험하지 않은 몰락』은 내비를 작동시키는 위성항법장치(GPS)다. 현대 일본을 대표하는 두 지식인 강상중과 우치다 다쓰루는 잔잔하면서도 격정적으로 현대인의 항로를 계산하고, 암초를 피해 가는 항해술을 소개한다.
 
이들은 대담을 통해 오늘날의 세계는 글로벌 자본주의의 역풍으로 다시 한번 출구가 보이지 않는 좁고 험한 길에 들어섰다고 진단한다. 파리에서의 테러와 이민자 출신 젊은이들이 일으킨 폭동을 ‘세계 최종 전쟁’(이 책의 일본어판 원제목)의 전조로 본다. 자유·평등·박애를 기본원리로 내건 프랑스 사회의 이문화·이민족에 대한 차별과 배타성이 잉태하고 폭발시킨 현상으로 봤다. 프랑스의 겉으로 드러난 자애한 얼굴 뒤에 숨은 파시즘과 반유대주의, 이민자 배척이라는 폭력적 얼굴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세계의 우경화에 대해서는 국민국가의 액상화 해체 과정에서 생겨나는 삐걱거림과 비명이라고 규정한다. ‘프랑스를 프랑스인 손에’라고 외치고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우며 ‘USA, USA’를 절규하는 것은 그들이 믿어 왔던 훌륭한 건국 원리와 이념이 소멸되는 상황에서 불안함과 절망감을 더욱 과격하게 표현하는 증상이라고 파악했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글로벌 자본주의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자 다시 파괴를 통한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무기산업에 열을 올리는 현상도 비판했다. 아베 신조 정권의 ‘전쟁할 수 있는 일본’으로의 개헌 시도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친미화중(親美和中)을 취하는 변경 국가 한국은 세계 제국(帝國)의 재편 과정에서 두 강대국의 힘겨루기 사이에서 합종연횡하며 적절히 균형을 잡아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강상중과 우치다 다쓰루 두 사람은 좌파와 리버럴리즘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다분히 그런 노선에 큰 관심을 기울인다. 만인의 공감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한 점도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길잡이 내비로 활용하고 경청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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