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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시시각각] 총리 7년차 아베의 롱런 비결

중앙선데이 2018.12.29 00:20 616호 34면 지면보기
김동호 논설위원·콘텐트기획에디터

김동호 논설위원·콘텐트기획에디터

‘웰컴투 동막골’은 성공한 영화였다. 2005년 당시로는 적잖은 관객 수 650만 명을 동원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리더십의 본질을 생각해보게 했다는 점이다. 그 압권은 인민군이 던진 질문에 동막골 촌장이 응답하는 장면에 나온다. “큰 소리 한 번 치지 않고 부락민을 똘똘 뭉치게 하는 그 영도력의 비결이 뭡니까?” “마이(많이) 멕여(먹여)야지!” 이 문답은 조직의 리더십은 부락민이든 국민이든 배불리 먹이는 데서 지지를 받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보여주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성공한 리더로 꼽힌다. 그는 2012년 12월 26일 총리에 취임하자 세 개의 화살로 무장한 ‘아베노믹스’에 시동을 걸었다. 우선 재정을 확 풀었다. 활력이 떨어진 민간 기업이 기력을 되찾기 어렵자 정부가 나섰다. 둘째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동원한 양적완화였다. 셋째는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전략 추진이었다. 세계의 전문가들은 모두 회의적이었다. “역대 정권이 모두 실패한 구조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이유에서였다.
 
아베는 그제 총리 임기 7년 차에 들어갔다. 지난 9월 자민당 총재 3연임에 성공하면서 ‘원톱 쇼군’이 됐고, 2021년 9월까지 총리 재임이 가능해졌다. 내년 8월 24일이면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의 기록(재임일 2798일)을 깨고 전후 최장수 총리가 된다.
 
아베는 사학재단 스캔들로 한때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정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금도 아베 내각 지지율은 40%대를 지키고 있다. 내각 유지엔 별문제가 없다. 한국은 전쟁 가능 국가로의 헌법 개정 시도 등 아베의 우경화에 대해 우려한다. 하지만 일본 국민은 반대 목소리를 낼 뿐 퇴진론은 힘을 얻지 못한다. ‘마이 멕여’주고 있으니까 그렇다. 이 모든 게 경제 활력에서 나온다. 일부 중소기업은 일손이 없어 문을 닫고, 대학생은 3학년 때 ‘입도선매 취업’이 된다. 대학을 나와도 후리타(프리+아르바이트)로 전전하던 ‘잃어버린 20년’의 암울한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아베의 롱런 비결은 이같이 ‘마이 멕이는 것’이다. 재임 기간 중 만든 일자리는 450만 개에 달한다. 그 동력은 셋째 화살 ‘성장전략’에서 발사한 국가전략특구였다. 아베는 “일본을 세계에서 가장 비즈니스 하기 좋은 곳으로 만든다”며 기업의 발목을 잡는 제도와 규제를 과감하게 바꿔나갔다. 법인세를 낮추고 고령자가 자녀·손주에게 증여할 때는 비과세 한도를 2500만엔까지 대폭 늘렸다. 소비 증대를 위해 젊은 세대가 공부하고 결혼하고 주택 마련하는 데 쓰는 돈은 비과세한다는 얘기다. 돈이 돌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정반대로 갔다. 법인세와 소득세를 올리고 공무원을 늘렸다. 또 기업하기 좋은 환경보다는 시대착오적인 노동운동하기 가장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노조원들이 대낮에 기업 경영인에게 전치 10주의 린치를 가해도 경찰이 그냥 지켜보기만 했다. 그 결과 출범 초기 81%를 기록했던 국정수행 지지율은 어느새 40%대를 뚫고 내려갈 모양새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는 쑥대밭이 됐다. 뛰어야 할 기업이 경제민주화에 주눅 들어 바짝 엎드려 있어서다. 지지율 하락은 이런 결과의 거울일 뿐이다. 지금 경제정책으론 국민을 제대로 멕일 수 없다는 걸 누구나 다 알게 됐다는 얘기다. 지지자들조차 고용 참사와 소득분배 참사를 보면서 등을 돌리고 있다. 청와대 참모들이 지지율 반등을 바란다면 ‘소득주도 성장’의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동막골 촌장의 지혜부터 되새기길 바란다. 아베노믹스도 완전하지는 않다. 그래도 국민을 멕이는 데는 성공했다. 그게 아베의 롱런 비결이다.  
 
김동호 논설위원·콘텐트기획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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