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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종용 ‘문건’대로 환경공단이사장 사표

중앙일보 2018.12.28 03:00 종합 1면 지면보기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환경부 문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이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환경부 문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이인걸 전 특감반장 등 5명에 대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공공기관 블랙리스트’라고 주장한 문건을 27일 확인한 결과, 환경부가 일부 산하기관 인사들의 사퇴를 종용한 정황이 드러났다.
  

산하기관장 등 사퇴 정황 드러나
반발 임원엔 “업무비 감사” 압박
21명 후임에 일부 친여 인사 확인

한국당이 문건에서 공개한 환경부 산하기관 인사는 총 21명이다. 문건이 작성된 지난 1월 당시 임기가 남은 인사는 13명이었고, 이 중 5명은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물러났다.
 
한국환경공단의 전직 임원 A씨는 “올해 초에 환경부로부터 사표를 내라는 요구를 받고 대상자들이 전부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나는 정상적인 절차대로 진행하자고 주장했다”며 “그랬더니 두 달 뒤에 감사관실에서 와서 업무추진비를 봐야겠다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전직 임원 B씨는 “지난해 5월에 환경부 고위 인사가 찾아와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정권이 바뀌었는데 그만두셔야 하는 거 아니냐’며 사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임기 남은 기관장 사표 받고 11개월간 방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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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성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의 경우 임기를 1년 반가량 남긴 지난 1월에 사표를 제출했다. 전 이사장은 “정부가 바뀌면 기관장은 나오는 게 맞겠다 싶어서 사표를 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이사장은 사표를 내고 11개월 뒤인 지난 3일에서야 퇴직 처리가 됐다. 후임 이사장 인선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11개월이나 이사장이 공백 사태로 있었던 건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왜 임기가 한참 남은 이사장의 사표를 무리하게 일찍 받아서 공단을 식물 상태로 만들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올해 초 환경부 기획조정실장으로 근무했던 박천규 차관은 “환경공단 이사장을 만나 재신임을 받는 건 관례라고 언급한 적은 있지만 사퇴를 종용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사표를 제출한 인사 중에서 임기를 마치고 퇴직하거나 연임한 경우도 있었다.
 
빈자리 친여권 인사들로 채우기도
김용남 전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김용남 전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와대 특감반 진상조사단 회의에서 환경부 산하기관 임원들의 사퇴 등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한국당은 이번 문건이 문재인 정부가 자기 쪽 사람의 자리를 만들려고 작성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건에 등장한 산하기관의 후임 인사를 확인해보니, 상당수가 이른바 ‘여권 실세’와 가까운 인사들로 채워졌다.
 
신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에는 재공모 끝에 장준영 전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이 임명됐다. 그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과 정무수석실에서 비서관을 지냈다.
 
한국환경공단 경영기획본부장의 후임으로는 이치범 전 환경부 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박찬호 그린패트롤 측정기술개발사업단 사무국장이 발탁됐다. 이 장관은 2007년 당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출마를 돕기 위해 장관직을 그만둘 정도로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대학 후배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남광우 씨는 환경보전협회 상근부회장으로 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가 고용정보원에 재직하던 2007년에 고용정보원 차장을 지내기도 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에는 시민단체 출신인 서주원 전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이 임명됐다. 서 사장은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남편이다. 
 

천권필·정진호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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