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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이 간다] 김태우 "새누리 2명 사표 반발…환경부가 문건주며 말해"

중앙일보 2018.12.28 00:04 종합 27면 지면보기
감찰 결과 나온 날 울분 토한 김태우 수사관
서울동부지검 수사관들이 지난 26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조국 민정수석 등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연합뉴스]

서울동부지검 수사관들이 지난 26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사무실이 있는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조국 민정수석 등을 고발한 사건과 관련해서다. [연합뉴스]

나이 마흔셋, 두 아이의 아빠는 6급 공무원이다. 그가 ‘분노의 화염’을 내뿜고 있다. 권부의 중심인 청와대 민정수석실을 향해서다. 민정수석실 감찰반원이었던 그는 “나를 기용했던 상관들의 거짓말과 배신감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자신이 탈법 사찰의 실행자였고 민정수석실의 묵인 또는 지시가 있었다고 스스로 폭로했다. 그가 작성한 동향 및 첩보 보고 리스트에선 우윤근·이강래·김상균 등 여권 인사, 김학송 등 야권 인사는 물론 민간인의 이름도 튀어나왔다. 급기야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불거졌다. 그가 돈키호테가 될지, 다윗이 될지는 미지수다. 타칭 ‘미꾸라지’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인터뷰해 그의 ‘유전자(DNA)’를 들여다봤다.
 
강추위가 몰아친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 앞은 을씨년스러웠다. 이 별관엔 청와대의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김태우 수사관 등 원대 복귀된 8명의 특감반원이 지난해 7월부터 근무했던 사무실이 있다. 전날 서울동부지검 수사팀이 찾아와 압수수색을 해 간 뒤라선지 주변이 어수선했다. 착잡한 마음으로 김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검찰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성동 별관에서 압수수색을 하는 사이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성동 별관에서 압수수색을 하는 사이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성동 별관 근무는 어떻게 했나.
“매일 오전 7시 30분까지 출근해서 10시 무렵까지 전날 수집한 정보와 자료를 갖고 회의를 했다. 전체 회의는 1주일에 2~3회 했다. 전체회의 말고도 특별한 사안 있으면 데스크와 특감반장에게 개인 면담 보고했다. 10시부터 나가서 점심·저녁 약속하고 차 마시고 밤늦게까지 술 마시며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 과정에서 당구 치고 볼링 치며 만나는 수사관도 있고 오후 4시부터 저녁 식사하는 사람도 있고 각자 나름대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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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미꾸라지’‘유전자’‘불순물’ 중에서 제일 격분했던 청와대 반응은 뭔가.
“저는 미꾸라지라고 부른 것 등 때문에 분노한 게 아니다. 말하는 수준이 놀라웠지만 그걸로 화가 나진 않았다. 거짓말하는 것에 화가 났다. 저한테 다 보고받고 건건이 나한테 시키고 ‘야 이건 너무 좋다. 국정농단 냄새가 풀풀 나고 좋네’라고 하더니….”
 
이날 조간신문엔 문재인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 의혹이 대서특필돼 있었다.
 
특감반이 블랙리스트 의혹 문건을 작성한 경위는.
“청와대 특감반이 출범한 게 지난해 7월 4일이다. 당시 감찰 대상인 대한민국 전체 공공기관 330여곳의 사장(또는 이사장)·감사 등 660여명 리스트를 특감반 1980년생 막내 경감이 밤을 새워 가며 엑셀로 만들었다. ‘공공기관 알리오’(www.alio.go.kr) 사이트에 나오는 기획재정부 지정 공공기관 리스트를 참고해서다. 리스트 항목에 출신 성분과 잔여 임기, 특이 이력을 적었다. 맨 마지막 오른쪽 칸에 세평과 동향이 들어간다. 예를 들어 새누리당 전문위원 출신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 때 어디 있었다, 지난 정부 BH(청와대)에 있었다는 식이다. 그 작업을 막내도 하고 우리도 했다. 그 엑셀 자료를 갖고 특이 이력자 중에서 임기가 5~6개월 이상 남은 사람을 소팅하니(추려내니) 약 200명쯤 된 걸로 기억한다. 그들을 특감반원 8명이 정부 부처별로 나눠 맡은 뒤 동향을 파악해 보고했다. 이인걸 특감반장이 그걸 반부패비서관(박형철)에 보고했다. 당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가 일자리 만들어 줘야지’라는 말도 했다. ‘블랙리스트’란 제목의 명단을 만든 건 아니지만 이런 게 블랙리스트 아닌가.”
 자유한국당 김용남 전 의원이 23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첩보 이첩 목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용남 전 의원이 23일 '청와대 특별감찰반 첩보 이첩 목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그런 일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나.
“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당시 나만 청와대에 세 번째 파견 나온 것이고 나머지 특감반원 7명은 청와대 근무 초짜였다. 나는 이명박 정부 때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사찰 건, 박근혜 정부 때 정윤회 문건 파동 등 위험한 일 많이 봐서 사정을 잘 안다. 그런데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특감반 출범하자마자 사정을 잘 모를 때 이인걸 특감반장이 시킨 것이다. 이 일로 회의도 많이 했고, 심지어 이인걸 특감반장이 다른 사정기관에서 올린 공공기관장 세평 보고서를 같이 주면서 참고하라고 했다. 우리만 한 게 아니고 국무총리실도 한 것으로 안다. 총리실은 민간인 사찰로 덴 경험이 있지만 공공기관이라서 괜찮다고 봤을 수 있다. 하지만 감찰 대상이라 하더라도 목적이나 방법이 불순한 의도가 있는 리스트 작성이라면 잘못이다. 이건 찍어내기다, 찍어내기…. 임기가 남아 있으면 큰 비리가 아닌 이상 마치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환경부가 작성을 시인한 산하기관 8곳 임원 동향 파악 문건은 그중 일부인가.
“그렇다. 환경부는 ‘김 수사관이 달라고 요청해서 준 것이고 윗선에 보고 안 하고 줬다’고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 나는 지난해 1월 18일쯤 운영지원과장한테 해당 자료를 받은 거로 기억한다. 당시 감사관실에 첩보 확인차 갔다가 운영지원과에 들렀는데 대화 도중 우연히 내가 ‘산하 기관에 별일 없느냐’고 묻자 ‘이미 만들어 놓은 것’이라며 산하기관 임원의 동향 문건을 줬다. 그걸 주면서 ‘사표 잘 받고 있다. 그런데 새누리당 쪽 인사 2명이 반발한다’고 했다. 그 문건을 그대로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줬다. 버스 타고 상경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아 미리 사진 찍은 걸 텔레그램으로 전송도 했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내가 담당하는 부처가 환경부·국토부·노동부·과기정통부 등 네 곳이다. 만약 환경부에 내가 먼저 자료를 요청했다면 다른 세 곳엔 왜 안 시켰겠나. 꼬리자르기 하는 것이다.”
 
민정수석실 윗선에선 어떻게 됐나.
“그건 알 수 없다. 저흰 이인걸 특감반장에게 보고했다.”
 
청와대를 겨냥해 폭로하는 이유는 뭔가.
“오늘 대검 감찰 결과에서 정보 반출 및 골프 접대 혐의로 해임의 중징계를 요청했기에 나는 곧 잘릴 것이다. 지금 잃을 게 없는 사람이다. 그동안 일하면서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친여당 쪽 인사에 대한 첩보보고서는 하나도 채택이 안 되고, 과거 정부 사람들 잘못을 보고하면 좋아하더라. 특감반 오자마자 쓴 게 김학송 전 도로공사 사장의 일감 몰아주기 건이다. 처음엔 당연히 야권 제보가 더 많았다. 여권은 근무하다 보니 첩보가 들어왔다. 작년에 처음 쓴 게 우윤근 주 러시아대사의 금품수수 의혹 건이었다. 이어 철도시설공단 김상균 이사장의 비위 의혹 건, 쫓겨나기 직전에는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의 납품 특혜 의혹 건과 A장관의 비위 건을 보고했다. A장관 건은 두세 번 썼다. 그러다 보니 내가 오랜 기간 미움을 받았고 표적감찰 당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원래 여야 안 가리고 보고서를 썼지만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이러진 않았다. 친여권 인사 관련 보고를 하더라도 건강한 비판으로 받아들여야지, 보고서 쓴 사람을 미워해서 되는가.”
 
A장관 건은 뭔가.
“지금은 시기가 아닌 것 같다. 나중에 얘기하겠다.”
 
김 수사관은 특감반 출범 이후 생산한 첩보보고서 20건 중 18건을 혼자 썼다고 한다. 어찌 된 일인지 물었다.
 
“청와대 근무가 처음인 다른 특감반원들이 5~6개월 적응하는 동안 거의 혼자서 일했다. 그런데 부려먹을 만큼 부려먹고 억울한 일 당하자 보호는커녕 감찰 요청하고 내치는 모습에 배신감을 느꼈다. 또 이 일이 정당한가에 대한 고민, 첩보 활용을 선별적으로 하는 이중적 모습에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아이가 6세, 3세 둘이다. 참으려고 했지만 인간적 모멸감, 울분에다 더 이상 청와대의 행태가 묵과할 수 없다고 봐서 문제 제기에 나섰다.”
 
청와대 세 번 근무는 어떻게 가능했나.
“이명박 정부 말기에 민정수석실에 들어가 1년 일했고 박근혜 정부 때 유임돼 1년 4개월을 더 근무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이 부임하면서 오래된 사람 나가라고 해서 복귀했다. 이번 정부 출범 후 6급 수사관 전원에게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을 원하는 사람은 지원하라는 쪽지가 와서 응시했다.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인걸 특감반장이 면접 보고 15분 뒤 전화해 같이 일하자고 해서 합류한 게 인연이 됐다.”
 
김 수사관이 지난해 7월 청와대 캐비닛 문건(※과거 정부의 국정농단 자료)을 발견한 당사자라는 설이 있다.
“아니다. 캐비닛 문건의 존재도 모르다가 언론 보도가 난 뒤 알았다. 안종범 경제수석실 산하에서 캐비닛을 관리했던 기재부 출신 인사들을 나눠서 조사한 게 우리 감찰반원들이었다.”
 
청와대는 감찰 대상 아닌 첩보는 보고하지 말라고 했다는데.
“한 번도 들은 적 없다. 이상한 것 갖고 오면 경고했다고 하는데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그럼 내가 경고를 수십번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어떤 공무원이 시키지도 않은 일 하겠나. 할까요 말까요 물었더니 해보라 해서 하는 거지. 반부패비서관실에서 테마를 정해줬다, 참여정부 인사의 비트코인 보유 상황, 지역 토착 비리, 불공정 갑질 등 갖고 오라고 했다. 테마에 맞춰서 민간부문이라도 시멘트 회사의 불공정 갑질에 대한 첩보 지시를 받고 생산했다. ”
 
범죄 정보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검찰 고위직 출신 S변호사는 “통상 7급 검찰직으로 들어온 수사관은 범죄정보 직군에서 6급을 달고 청와대에 파견 가 5급으로 진급하는 게 꿈이라고 한다”며 “이런 승진 욕심 때문에 불법과 탈법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가기도 하지만 윗사람이 싫어하는 정보는 절대 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번 사건의 진실은 검찰 수사를 통해 가려지게 됐다. 석동현 변호사는 “향후 쟁점은 민간인 사찰 유무, 권력 실세의 비리 첩보 묵살 여부, 외교부 등 공무원들에 대한 위력 감찰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중 특별감찰반이 민간인 신분이자 박근혜 정부 시절 임명된 박용호 전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을 사찰했다는 의혹 등 민간인 사찰 건은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
 
이른바 ‘적폐 수사’에 올인해온 문무일 검찰총장의 검찰은 시험대에 올랐다. 살아있는 권력을 앞에 두고 있어서다. 이쯤 되면 ‘재판 거래’ 프레임에 갇혔다고 항변하는 수사대상 판사들처럼 청와대 사람들도 이젠 ‘사찰 프레임’에 갇혔다고 억울해하진 않을까.
 
조강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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