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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KPX케미칼 노조 대의원은 왜 스스로 목숨을 끊었나

중앙일보 2018.12.27 14:24
숨진 KPX케미칼 노조 대의원 이모씨가 안치된 울산 하늘공원 봉안실 모습. [사진 KPX케미칼 노조]

숨진 KPX케미칼 노조 대의원 이모씨가 안치된 울산 하늘공원 봉안실 모습. [사진 KPX케미칼 노조]

지난 21일 울산시 남구의 우레탄 소재 생산업체 KPX케미칼 노조 대의원이었던 이모(50)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노조는 회사의 노조 탄압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회사측은 이씨가 우울증 등을 앓아왔으며 노조 탄압을 하지 않았다고 맞서고 있다.
 

지난 21일 태화강 명촌교 다리 밑에서 이모씨 숨진 채 발견
노조 "노조 탄압" 주장, 회사 "우울증 앓아" 반박

26일 경찰과 케미칼 노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오전 10시쯤 울산 태화강 하류 명촌교 다리 밑에서 이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외상이 없었고 범죄 혐의를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이 없어 타살이 아닌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씨가 남긴 쪽지 형태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씨는 유서에서 “이 일을 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더는 피해를 주기 싫다.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취지의 글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에는 ‘노조탄압’ 등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단서는 없었다는 것이 경찰 측 설명이다.  
 
2016년 초 KPX케미칼 집회 모습. [사진 KPX케미칼 노조]

2016년 초 KPX케미칼 집회 모습. [사진 KPX케미칼 노조]

하지만 노조 측은 이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을 노조탄압과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3년 전인 2015년 12월 10일부터 3개월간 파업을 벌였다. 노조 설립 후 28년간 노사분규가 한 차례도 없었던 곳이었다. 그러나 당시 박근혜 정부 때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추진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회사 측에서 정부 지침에 따라 임금 삭감과 임금피크제 등을 시행하려 했고, 노조는 “사측이 300억원의 흑자를 전망하면서도 경기 침체와 정부의 지침에 편승해 조합원의 임금을 삭감하고 고용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반발하며 대립이 시작됐다.  
 
이후 노사간 갈등이 심해졌고 이 과정에 한국노총 산하의 케미칼 노조 외에 개별 노조가 하나 더 회사 내에 생겼다. 노조 측은 “이후 회사 측에서 기존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각종 공작을 펼쳤고 성과급(600여만원) 등으로 회유해 새로 생긴 노조로 조합원들이 많이 이탈했다”며 “이씨는 2015년부터 노조 대의원을 맡아 오면서 이 과정에 큰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최근에 근무 여건이 힘든 곳으로 배치를 받으면서 스트레스를 받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이씨가 속한 노조는 원래 120여명 정도였으나 이후 조합원들이 다른 노조로 가거나 비노조원이 되면서 현재는 45명 정도만 남았다.  
 
2015년 말 KPX케미칼 집회 모습. [사진 KPX케미칼 노조]

2015년 말 KPX케미칼 집회 모습. [사진 KPX케미칼 노조]

회사 측은 지난 11월 말쯤 바뀐 ‘근무조 편성표’를 공고했다. 이씨는 현재 맡은 공정보다 좀 더 복잡한 공정을 하는 곳으로 배치가 됐다. 노조 관계자는 “이씨가 이 편성표를 본 뒤 스트레스를 받는 등 이상징후를 보였는데 노조 쪽에서는 이런 회사의 결정이 노조를 와해하고 이씨를 탄압하기 위해 안 좋은 곳으로 배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후 지난 19일 오후 6시쯤 자택에서 외출한 뒤 이틀 뒤 숨진 채 발견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는 “이씨가 2년 전쯤 우울증으로 휴직을 했었는데 편성표가 공고된 뒤 다시 우울증 등의 이상 징후가 있다는 주변 동료 이야기가 있어 회사 측에서 이씨의 배치를 다른 곳으로 바꾸기로 협의하고 있었다”며 “그 후 이씨에게 다른 곳으로 배치한다는 것을 알리려고 했는데 이미 이씨가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노조 탄압’으로 이씨를 어려운 공정에 배치한 것이 아니고 1년 단위로 순환적으로 직원을 배치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2016년 초 KPX케미칼 집회 모습. [사진 KPX케미칼 노조]

2016년 초 KPX케미칼 집회 모습. [사진 KPX케미칼 노조]

한편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26일 회사 측으로부터 이씨의 죽음과 관련된 자료를 넘겨받아 이 과정에 노조 탄압 등이 있었는지를 조사 중이다. 이씨는 지난 23일 울산 영락원에서 장례가 치러진 후 울산 하늘공원에 안치된 상태다.
 
울산=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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