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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병 세훈이 달라졌다"···한달째 의원실 도는 오세훈

중앙일보 2018.12.27 06:00
 26일 오전 9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복당 이후 거의 한 달째 의원회관을 매일 찾고 있다. 한국당 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인사하기 위해서다. 오 전 시장은 “바깥에 나가 있던 탕아가 돌아왔으면 안에 있던 가족들한테 찾아뵙고 인사하는 게 도리 아닌가”라며 “전에 선거운동을 이렇게 했으면…”이라고 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예방을 마친 뒤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2일 오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나경원 신임 원내대표 예방을 마친 뒤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오 전 시장의 의원회관 ‘순회’는 사전 약속 없이 그냥 찾아가는 방식이다. 따라서 허탕 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좌진은 “의원 중 열에 여덟은 자리에 없다”고 전했다. 다행히 이날 스타트는 나쁘지 않았다. 처음 사무실을 들른 성일종 의원이 자리에 있었다. 이미 두 번 찾아갔지만 못 만났다고 한다. 성 의원 역시 오 전 시장을 보자 반갑게 맞았다. 둘은 자리에 앉아 덕담을 주고받았지만, 의례적인 인사말만 있진 않았다. 뼈있는 말들이 오갔다.
 
 
▶성일종=아니 굳이 이렇게 직접 안 오셔도 되는데.
▶오세훈=거의 8년 만에 복귀인데요, 당연히 인사드려야죠.
▶성일종=당 대표 출마하시려는 거죠?
▶오세훈=아직 확정하진 않았고요, 우선은 입당 인사차….
▶성일종=이번 원내대표 선거 보셔서 아시겠지만, 더는 한국당에 계파는 없습니다. 계파 의존해선 되지도않고요. 계파 정치하려는 분들, 저희 초ㆍ재선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오세훈=저 역시 ‘뭉텅이’표에 기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얼마 전 복당파 원외위원장 모임 있었는데 일부러 가지 않았습니다. 괜한 오해 살까 봐서요.
 
오 전 시장이 성 의원 사무실을 나온 시간은 9시 40분쯤. 이후 이채익-이만희-윤종필 의원실을 잇달아 찾았지만, 의원은 자리에 없었다. 다들 의원모임-지역구 행사 등의 일정이란다. 오 전 시장은 뻘쭘한 듯 서서 보좌진에게 “아 그럼, 제가 담에 다시 찾아올게요”라고는 방을 나왔다. “이런 일이 너무 흔해 이젠 (의원이) 있으면 황송할 정도”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연합뉴스]

 
심지어 한 중진 의원실엔 4번 찾아가고도 엇갈리자 오히려 의원실에서 연락이 와 다섯번 만에 만남이 성사된 적도 있다고 한다. 112명 한국당 의원 중 오 전 시장이 아직 대면 인사를 못 한 이들은 11명이라고 한다. “올해 가기 전에 다 돌아볼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오 전 시장의 ‘불쑥 방문’에 대해 당내에선 “우리 세훈이가 달라졌나, 다소 의외”라는 얘기가 적지 않다. 한 재선 의원은 “‘맨땅에 헤딩’하는 거 아닌가. 정치인 오세훈 하면 솔직히 경쟁력은 있지만 ‘왕자병’이라는 이미지도 있었는데 이번엔 바닥 민심을 훑으려는 진정성과 권력 의지가 조금은 느껴졌다”고 했다. 반면 “전당대회 나오려고 눈도장 찍고 다니면서 아직 출마할지 모른다고 하는 건 전형적인 ‘간보기’”라고 꼬집는 의원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마치고 입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를 마치고 입당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재 한국당은 당협위원장 교체와 맞물려 2020년 총선때 민주당의 거물 지역구에 투입하는 ‘자객 공천’이 키워드다. 이에 오 전 시장은 “차기 총선에 당에서 어디를 나가라고 해도 기꺼이 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 지역구인 ‘서울 광진을’ 출마 가능성도 “당연히 유효하다”고 했다.
 
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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