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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타미플루 여중생 사망 ‘단순 추락사’로 내사 종결…왜?

중앙일보 2018.12.27 03:00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경찰청 전경. [사진 부산경찰청]

 
타미플루 복용 후 추락사한 여중생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단순 추락사로 내사 종결할 예정이다. 자살 가능성이 적은 데다 타살 혐의를 찾을 수 없어 단순 사고사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타미플루 부작용과 이상행동
인과관계 형법으로 밝혀낼 수 없어

여중생 혈액검사 결과 나오는 내년
1월초 단순 추락사로 내사종결

국내 타미플루 부작용 입증되지 않아
의약품 피해기금 신청은 가능

 
이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부산 연제서 관계자는 27일 “사망한 A양(13)은 교우 관계가 원만하고, 가정생활도 평탄해 자살로 추정할만한 정황이 없다”며 “또 집안에 침입자가 없어 타살로 보기도 어렵다. 유족의 주장대로 타미플루 부작용을 사망 원인으로 보더라도 형법으로는 이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없다”고 말했다.  
 
형사 사건에서 피의자는 사람으로 한정되는데 의약품 제조사나 의약품 허가자를 형법으로 처벌하려면 사망 원인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경찰이 타미플루 부작용과 A양의 이상행동과의 인과관계를 밝혀낼 수 없는 만큼 단순 추락사로 내사 종결할 수밖에 없다. 다만 유족의 요청대로 A양의 혈액 검사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요청한 상태라 검사결과가 나온 뒤 내사 종결할 방침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A양의 혈액에서 타미플루 외 다른 약물 반응이 나오면 수사가 이어질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며 “혈액에서 타미플루 성분만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오면 경찰은 더는 수사할 게 없다”고 말했다.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중앙포토]

항바이러스제 타미플루. [중앙포토]

 
국내에서 타미플루 부작용과 이상행동과의 인과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2016년 11세 남자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뒤 21층에서 추락 사망해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받았지만,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사망과의 인과관계를 배제할 수 없다’는 두루뭉술한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 관계자는 “일부 외국에서 타미플루 부작용 사례가 보고돼 있어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타미플루를 사망 원인인 것으로 결론짓지 않았다”고 말했다.  
 
A양 유족이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받으려면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에 의약품 부작용 피해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이후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보상금 지급 여부가 결정된다. 보상금은 의약품 제조·수입업체가 펀드 형식으로 갹출한 비용으로 지급된다.    
 
A양 유족은 타미플루 부작용을 고지하지 않은 의사와 약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항변했다. A양 어머니는 “딸 장례식장에서 여동생이 ‘언니는 의사나 약사한테 타미플루 부작용을 왜 듣지 못했냐’고 물어봐서 깜짝 놀랐다”며 “당시 병원과 약국 측이 딸과 함께 간 남편에게 부작용을 알려줬으면 남편이 그날 딸과 함께 잤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타미플루 사용상의 주의사항 [식품의약품안전처]

타미플루 사용상의 주의사항 [식품의약품안전처]

 
하지만 법적으로 의사와 약사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 의료법에는 수술, 수혈, 전신마취 등 3가지 중대한 위해에 대해 의사에게 설명의무를 부과한다. A양은 3가지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 약사법으로 복약지도를 하지 않은 약사에게 보건당국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다. 부산 연제구청 보건소는 해당 약국에 과태료 30만원과 ‘경고’ 행정처분을 내릴 예정이다. 이에 A양 어머니는 “사람이 죽었는데 고작 약사에게 과태료 30만원 처분이 내려진다는 게 말이 되냐”며 “의료 관련 사고에서 환자가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고 하소연했다.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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