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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11년 새 44계단 상승 비결은 혁신과 소통

중앙일보 2018.12.26 00:03 종합 16면 지면보기
대학의 길, 총장이 답하다 
이길여 총장은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창의성과 협업,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능력 4가지를 꼽았다. [우상조 기자]

이길여 총장은 미래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으로 창의성과 협업,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능력 4가지를 꼽았다. [우상조 기자]

지난 11일 교육부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2021년 38개 대학의 폐교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올해 50만 명인 입학자원이 2021년 42만 명으로 줄기 때문이다. 세계적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도 인공지능(AI) 등 기술의 발달로 2030년엔 대학의 절반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급속한 사회변화가 대학의 생존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이길여 가천대 총장
대학 통합 이후 경쟁력 강화
올 수시 지원자 수 전국 4위
AI와 협업하는 인재 키울 것

이와 같이 전례 없는 위기 상황에서 가장 발 빠른 대응을 하는 곳이 가천대다. 병원 진료와 학생 수업에 국내 최초로 AI 의사 왓슨을 도입하고 전교생에게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 했다. 혁신의 결과로 가천대는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11년 새 44계단이나 뛰었다. 이길여 총장은 “앞으론 AI가 할 수 없는 인간 고유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이런 인재를 키우기 위해 혁신하지 않는 대학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말했다. 24일 오후 경기도 성남의 가천대 총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올해 수시모집 경쟁률이 21대 1을 넘었다.
“2700명 모집에 5만4169명이 지원했다. 지원자 수를 놓고 보면 전국 4위다. 개교 이래 가장 많다. 가천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다. 실제로도 가천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프트웨어 중심대학으로 선정됐는데 당시 기업의 졸업생 평판도에서 최상위 평가를 받았다.”
 
올해로 학교가 통합된 지 11년이 지났다. 그 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나.
“2006년부터 순차적으로 4개 학교를 통합했다. 그러면서 입학 정원 3008명, 학과 51곳이 줄었다. 그 대신 가천대는 내실을 다졌다. 2007년 중앙일보 대학평가에서 76위였지만 올해는 32위다. 이외에도 2015년 이후 정부의 대학특성화사업과 ACE사업 수주, 창업선도대학 선정 등 각종 평가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모든 구성원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열심히 뛴 결과다.”
 
이 같은 급속 성장의 비결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혁신이고 두 번째는 소통이다. 지난 10여 년간 대학 구성원들은 하루도 가만있어 본 적이 없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했다. 수업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이고 학생들의 복지에 귀를 기울였다. 목표를 정하면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 구성원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했다.”
 
 
교수는 티처가 아닌 코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네르바 스쿨 같은 새로운 대학이 등장하면서 전통적 교육기관이 위협받고 있다. 미래 대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대학은 더 이상 지식과 정보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곳이어선 안 된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지식탐구 역량을 길러야 한다. 그러려면 교수도 ‘티칭(teaching)’이 아니라 ‘코칭(coaching)’을 해야 한다. 학생과 함께 배우고 이해하는 코치가 돼야 하는 것이다. 가천대는 새로운 교육법을 연구하기 위해 젊은 교수 100명이 모여 워크숍을 진행 중이다. 새로운 교육방식을 찾는 것을 시작으로 미래 대학의 모델을 만들어 가려 한다.”
 
구체적으로 수업의 방식이 어떻게 변하나.
“미래엔 창의성과 협업,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능력 등의 역량이 필수다. 이를 키우기 위해선 수업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내년부터 가천대는 ‘12+4’ 유연학기제를 본격 도입한다. 12주는 수업을 하고 4주는 학생 주도로 프로젝트 활동을 한다. 실제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주제를 선정해 연구하고 논문도 쓰며 일정의 결과물을 낸다. 또 내년부터 모든 신입생은 무박 2일간 창의캠프에 참여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씽킹’ 능력을 키운다.”
 
전교생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 했다.
“2002년 국내 최초로 소프트웨어 단과대학을 만들었다. IT는 디지털 시대의 언어이기 때문이다. 말과 글을 쓸 줄 알아야 다른 학문을 할 수 있듯, 소프트웨어는 이제 필수다. 모든 학생은 전공별로 4~8학점의 관련 수업을 의무로 듣는다. 소프트웨어 전공 학생들은 미국 스타트업에 파견되는 등 실무 위주의 교육으로 현장 능력을 키우고 있다. 전공 학생들의 취업률은 정규직 기준으로 90% 이상이 넘을 만큼 높은 성과를 보인다.”
 
 
AI 시대엔 따뜻한 의사 돼야
 
1987년 길병원에 국내 최초로 전산 시스템을 도입했다. 원래 IT에 관심이 많은가.
“IT에 대해 잘 안다기보다는 변화에 민감하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한다. 의사결정권자가 모든 분야를 전문가만큼 알 수는 없다. 그 분야의 최고를 영입해 믿고 맡겨야 한다.”
 
의사 시절 가슴에 늘 청진기를 품고 다닌 걸로 유명하다.
“예전에 난방이 잘 되지 않던 때는 몸에 청진기가 닿는 것만으로도 움찔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환자들은 열이 많기 때문에 조금만 차도 굉장히 고통스럽다. 그래서 생각한 게 청진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었다. 학교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하면 학생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면 저절로 혁신의 방향이 나온다. 지난 10여 년 간 가천대가 급성장할 수 있던 것도 학생을 생각하는 구성원들의 진실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본다.”
 
올해는 가천의대 설립 20주년이었다. 앞으로 새로운 20년의 과제는 무엇인가.
“미래 인재를 키우는,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대학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의 인간 의사는 더 이상 왓슨과 같은 AI를 따라갈 수 없다. 왓슨은 수십만 명의 환자 정보와 수천만 페이지의 의학 정보를 담고 있다. 인간 의사는 AI가 할 수 없는 환자와의 교감, 감성적인 소통 등에 힘써야 한다. AI 시대에는 인술(仁術)로서 의술(醫術)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AI가 할 수 없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데 새로운 20년을 집중하겠다.”
 
◆이길여 총장
서울대 의대를 나와 1958년 산부인과를 개원했다. 78년 길의료재단을 세우고 2012년 가천의대와 경원대를 통합한 가천대를 설립해 초대 총장에 올랐다. 개원의 시절엔 환자 진료 때 청진기가 차갑지 않도록 늘 가슴에 품고 다녀 ‘따뜻한 의사’란 별칭을 얻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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