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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주가 원해서? 모든 방을 북향으로 설계한 건축가

중앙일보 2018.12.25 09:00
[더,오래]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19) 
건축을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이다. 결과물은 시각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다. [사진 pxhere]

건축을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이다. 결과물은 시각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다. [사진 pxhere]

 
건축을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공간을 디자인하는 것은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이다. 결과물은 시각적으로 나타나지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다. 디자인도 그렇지만 건축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이 공정마다 주요역할을 한다. 공사단계마다 완성도가 높아야 좋은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매 공정을 옆에서 지켜볼 수 없으니 일부 공정에서 부실공사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
 
건축은 디자인 관점에서 종합예술이라고 할 수 있고 한편으로는 건축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 수많은 사람이 관여하므로 종합작품으로 부를 수도 있겠다. 오케스트라 연주에서 어느 악기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듯이 건축공사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오케스트라와 건축이 확연히 다른 것이 있다. 건축에서는 선행공사가 잘 돼야 후속 공사가 무리 없이 진행된다.
 
공사 기간이 늦어지거나 하자가 발생할 경우 서로 다른 공정의 잘못으로 떠넘기는 경우가 많다. 최종 결과물은 대개의 경우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다. 건축주는 최종 결과물을 확인할 때까지 마음고생을 많이 한다. 그러고서도 결과물이 만족스러우면 별문제가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건축, 특히 주택의 경우에는 완성된 후 결과물에 만족하기가 쉽지 않다. 처음 상상했던 공간이나 집의 모양과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설계 과정에서 3D나 모형으로 설명해도 비전문가인 건축주가 공간에 대해 완벽한 이해를 하기란 불가능하다. 불특정 다수가 사용하는 여타 건축물과 달리 주택은 규모는 작지만 특정 가족구성원의 삶을 담는 공간으로서 매번 다른 디자인이 요구된다. 집집이 구성원이 다르고 구성원들의 성격과 요구사항도 달라서 다 만족하게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대체로 보면 단독주택의 구조와 외형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그 집의 주부인 경우가 많다. 주부의 결정 권한이 커지면서 주택에서 차지하는 주방과 욕실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그러나 주부의 결정 권한이 커졌다고 해서 가족구성원들의 요구사항을 다 무시할 수도 없다.
 
대체로 단독주택의 구조와 외형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그 집의 주부인 경우가 많은데, 주부의 결정권한이 커지면서 주택에서 차지하는 주방과 욕실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중앙포토]

대체로 단독주택의 구조와 외형을 주도적으로 결정하는 사람은 그 집의 주부인 경우가 많은데, 주부의 결정권한이 커지면서 주택에서 차지하는 주방과 욕실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 [중앙포토]

 
이런 이유로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의 주택을 설계하기가 꺼려진다. 앞서 언급한 대로 우여곡절 끝에 주택의 디자인을 확정한다고 해도 공사과정에서 여러 상황을 거치다 보면 결과물에 늘 아쉬움이 남게 된다. 그 집을 방문할 때마다 마음에 걸리고 그 집에 사는 사람들도 불만이 있으니 고생 다 해놓고 가까운 사람들과 좀 서먹서먹해질 때가 있다.
 
최근에 서울에 사는 초등학교 동창이 양평에서 전원생활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면서 단독주택 설계에 대해 조언을 부탁했다. 이미 건축가, 공사업체와 몇 차례 접촉해서 주택의 구조는 의견 접근을 상당히 했고 공사비도 어느 정도 서로 합의를 본 상황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초등 동창의 주택디자인에 관여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많이 진행되어서 시공계약 직전이라고 하니 마음이 편했다. 몇 가지 원론적인 이야기와 공사 진행하면서 건축주가 꼭 알고 있어야 할 사항들만 알려주고 잊고 있었다.
 
그런데 설계안이 다 완성되었다고 한 번만 봐달라는 요청을 받고 도면을 보게 되었다. 도면을 보는 순간 어이가 없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현관, 거실, 안방, 식당이 모두 정북향을 향하도록 설계가 되어 있었다. 2층의 침실과 가족실도 북향으로 설계되어 있었다. 남쪽에는 계단실과 화장실, 드레스실 등이 배치되어 있다. 이유를 물으니 북향의 전망이 좋아서 전망을 살리도록 설계를 해 달라고 건축가에게 요청했다는 것이다.
 
건축주가 북향 전망을 살리고 싶다고해서 주택에서 주요 실들을 모두 정북향을 향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도면대로 시공되면 그 집은 일 년 내내 해가 들지 않을 것이다. [사진 Pexels]

건축주가 북향 전망을 살리고 싶다고해서 주택에서 주요 실들을 모두 정북향을 향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도면대로 시공되면 그 집은 일 년 내내 해가 들지 않을 것이다. [사진 Pexels]

 
건축주가 북향 전망을 살리고 싶다고해서 주택에서 주요 실들을 모두 정북향을 향하도록 설계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 도면대로 집이 시공되면 현관, 거실, 안방, 식당은 일 년 내내 해가 들지 않는 영구음영이 된다.
 
더 가관인 것은 건축주의 요구를 듣고 그 요구에 맞게 새로 디자인한 것이 아니고 현관, 거실, 주방, 식당이 남향으로 설계된 표준 도면에다가 방위표시만 거꾸로 뒤집어 그려놓았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지도나 설계도면은 위쪽이 북향이다. 그런데 그 주택 평면도에 그려진 방위표시를 보니 아래쪽이 북향으로 표시되어 있다.
 
즉, 주요 실이 남향으로 설계된 주택 도면에다가 방위표시 하나 뒤집어서 건축주에게 설계안이라고 제시한 것이다. 남측의 햇빛을 집안으로 끌어들이고 싶다는 건축주의 요구에 남측에 있는 계단실과 안방 드레스실에 좁고 긴 쪽창을 몇 개 뚫었다. 일 년 내내 집안에 햇빛이 들지 않는 어둡고 추운 집으로 설계되어 있다.
 
집이 완성되었을 때 건축가는 건축주의 요구에 충실하게 설계했다는 핑계로 책임회피가 되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집은 서울보다 춥다는 양평지역 산비탈에 짓는 집이다. 북측의 전망을 꼭 살리고 싶다면 북측 전망을 확보하면서 햇빛을 충분히 집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디자인이어야 한다. 조금만 연구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디자인이 가능한데 이렇게 무성의하게 도면을 만들어놓았다.
 
건축가는 건축주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해서 좋은 디자인을 만들어 내야 한다. 그러나 위의 경우처럼 건축주의 요구대로만 만들어 내는 것은 건축가로서도 전문가로서도 자격이 없다.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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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웅익 손웅익 프리랜서 건축가. 수필가 필진

[손웅익의 작은집이야기] '사람은 공간을 만들고, 공간은 사람을 만든다.' 더위와 추위를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집, 투자와 과시의 대상으로의 집에서 벗어나 집은 살아가는 공간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건축가이자 수필가인 필자를 통해 집의 본질에 대해,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서의 집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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