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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열풍부터 '페미니즘'까지, 2018 대중문화 키워드⑦~⑫

중앙일보 2018.12.25 08:00
방탄소년단은 세계로 날아올랐고, 보헤미안 랩소디는 본고장보다 뜨거운 열풍을 일으켰다. 힐링형 예능과 생활형 먹방은 힘든 시대에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가 됐다. 한국사회를 바꾸고 있는 미투와 페미니즘은 문화계도 뒤흔들었다. 충격과 논쟁, 감동과 화제가 교차한 2018년 대중문화를 12개의 키워드로 결산한다.  
 

◇영국보다 뜨거운 ‘퀸’ 열풍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가 열창하고 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한 장면. 프레디 머큐리(라미 말렉 분)가 열창하고 있다.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여기가 퀸의 나라인가’ 농담이 나돌 정도로 ‘퀸’ 열풍이 뜨거웠다. 전설적인 영국밴드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10월말 개봉할 때만 해도 예상하지 못한 신드롬이다. 퀸을 추억하는 40~50대를 시작으로 20~30대로 관객층이 확장되며 비수기 극장가를 달궜다. 입소문의 힘도 대단했다. 노래를 함께 따라부르는 싱어롱 상영과 N차(반복) 관람문화가 가세해 열기를 더했다. 음악영화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850만 관객을 넘어섰다. 국내 극장 매출은 퀸의 본고장 영국을 앞질렀다. 열풍은 극장 밖으로 번졌다. 퀸 음반과 음원판매량이 급증하고, 방송사들도 서둘러 퀸 관련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퀸 음악이 중장년층에겐 추억으로, 젊은 세대에게는 새로운 음악으로 소비됐다”“‘마이너(사회적 소수자)가 마이너를 위해 노래한다’는 프레디 머큐리의 철학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위로받았다”등의 분석이 이어졌다.     
 
 ◇대중문화계 뒤흔든 ‘#미투’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물의를 빚은 김기덕 감독(왼쪽)과 배우 조재현 [중앙포토]

'미투' 가해자로 지목돼 물의를 빚은 김기덕 감독(왼쪽)과 배우 조재현 [중앙포토]

 서지현 검사의 용감한 고백으로 시작된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은 문화계를 뒤흔들었다. 연극·영화·문학·미술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이름난 거장이나 낯익은 얼굴들이 과거 성추행·성폭력을 저질렀다는 고발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져나왔다. 제자들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진 배우 조민기는 사죄글을 남긴 뒤 스스로 목숨을 끊어 충격을 더했다. 충무로의 흥행보증수표로 꼽혔던 배우 오달수, 연극·영화·방송을 넘나들며 활동한 조재현 등 여러 배우들도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이들이 출연한 영화·드라마 제작진은 분량을 편집하고 재촬영하는 등 대응에 진땀을 뺐다. 대세로 떠올랐던 방송인 김생민 역시 미투의 가해자로 지목받고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미투 운동은 우리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겨준 동시에 문화계에서 '이 바닥은 원래 그런 곳'이라는 그릇된 인식과 관행을 깨는 계기가 됐다. 
 
◇슬픈 가족사 들춰낸 ‘빚투’  
'빚투'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래퍼 도끼의 인스타그램. 그는 논란 직후 '말조심'이란 신곡을 발표했다.

'빚투'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래퍼 도끼의 인스타그램. 그는 논란 직후 '말조심'이란 신곡을 발표했다.

상반기 대중문화계를 뒤흔든 논란이 ‘미투’였다면, 연말을 뜨겁게 달군 것은 ‘빚투’(빚+미투)다. 연예인의 가족 또는 친척이 사기를 치거나 빚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청와대 게시판까지 가득 채웠다. 래퍼 마이크로닷을 시작으로 숱한 연예인이 ‘빚투’로 지목됐다.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가슴 아픈 가정사까지 공개됐다. 처했던 상황과 대응에 따라 대중의 반응은 엇갈렸다. 사실무근이라던 마이크로닷은 부모의 사기 혐의가 드러나자 “이민 당시 5살이었기 때문에 이를 알지 못했다. 아들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겠다”고 사과했지만 활동 중단 이후에도 책임회피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도끼는 어머니의 채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했지만 “밥값 천만원” 등의 ‘말 실수’로 비난을 받았다. 반면 차예련, 휘인, 티파니, 한고은, 조여정 등은 부모의 채무로 인해 고통 받아왔다는 점에서 동정을 받았다. 빚투가 무분별하게 제기되며 '현대판 연좌제' '마녀사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영화도 예능도 '프랜차이즈'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의 한 장면. 한국형 프랜차이즈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신과함께-인과 연'의 한 장면. 한국형 프랜차이즈로 큰 성공을 거뒀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시리즈 2편에 이어 이 3편도 1000만 영화가 됐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어벤져스:인피니티 워'. 시리즈 2편에 이어 이 3편도 1000만 영화가 됐다. [사진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할리우드 속편만 아니라 한국형 프랜차이즈가 큰 성공을 거뒀다. 김용화 감독의 저승 판타지 영화 ‘신과함께’ 2부작이 한국 시리즈물 최초로 쌍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지난 연말 개봉한 1편이 1441만 관객으로 2부작 총제작비 400억원을 가뿐히 회수하더니, 올 여름 개봉한 2편은 1227만 관객을 동원했다. 코믹 수사극 속편 ‘탐정:리턴즈’, 시리즈로 기획된 슈퍼 히어로물 ‘마녀’도 각기 300만 관객을 넘었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할리우드 제작사 마블 스튜디오는 ‘어벤져스:인피니티 워’로 시리즈 두 번째 1000만 영화를 탄생시켰다. TV에선 이미 브랜드가 된 나영석 사단의 예능이 새 얼굴을 투입, 업그레이드된 활약상을 보였다. 스페인 남부 섬마을에 새로 문을 연 ‘윤식당2’는 배우 박서준을 영입, 역대 tvN 예능 시청률 1위까지 올랐다. 3년 만에 돌아온 ‘꽃보다 할배 리턴즈’는 배우 김용건을, 5‧6시즌을 잇달아 방영한 ‘신서유기’는 피오(블락비)를 합류시켜 한층 막강해진 웃음폭탄을 터뜨렸다.   
 
◇자연과 힐링과 만난 ‘소확행’
스크린에 소확행 바람을 몰고온 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스크린에 소확행 바람을 몰고온 영화 '리틀 포레스트' [사진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小確幸)은 각박한 세상에 지친 마음을 위로하듯 힘을 발휘했다. 예능에선 시즌2로 돌아온 JTBC ‘효리네 민박’이 선두였다. 추우면 장작 때고, 날 좋으면 귤 따는 소박한 제주살이가 “닮고 싶다”는 호응을 끌어냈다. 나영석 사단의 ‘숲속의 작은 집’(tvN)은 외딴 숲속 집에서 나만의 작은 행복을 찾는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며 ‘다큐 예능’ ‘힐링 예능’이란 평가를 받았다. 극장가에선 임순례 감독, 김태리 주연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사계절 자연주의 밥상을 스크린에 차려냈다. 저예산 영화인데도 150만 관객을 모으며 소확행 바람을 이어갔다. 취업‧연애에 실패하고 시골집에 돌아온 주인공이 친구들과 농사지어 밥 해먹는 과정은 그 자체로 따뜻한 위로였다. 올해 신인감독상을 휩쓴 전고운 감독의 독립영화 ‘소공녀’도 있다. 20대 가사도우미 미소(이솜 분)가 하루 한 잔 위스키와 담배를 지키려 월세 집을 포기하며 겪는 얘기다.
 

◇82년생 김지영과 '페미니즘'
페미니즘 논쟁을 재점화한 소설 '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 논쟁을 재점화한 소설 '82년생 김지영'

페미니즘을 둘러싼 각축전은 더 거세졌다. 여성의 권리에 대한 인식과 지지는 극장가에도 뚜렷했다. ‘오션스8’ ‘할로윈’ ‘인크레더블2’ 등 여성의 승리를 내세운 할리우드 영화, ‘마녀’ ‘미쓰백’ ‘허스토리’ 등 주체적인 여성 서사를 그린 한국영화가 잇따라 나왔다. 학대아동과 전과자 여성의 연대를 그린 ‘미쓰백’은 ‘쓰백러’란 이름의 여성 중심 팬덤을 일으키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반면 이에 반발하는 ‘백래쉬’ 현상도 두드러졌다. 배우 정유미는 페미니즘 입문서로 유명한 조남주 작가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의 영화판 주연에 캐스팅되면서 악플에 시달렸다. 앞서 아이돌 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이 책을 읽었단 이유로 사진이 잘리고 불태워지기도 했다. 소설은 지난달 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 논쟁은 힙합계에도 번졌다. 래퍼 산이가 신곡 ‘페미니스트’와 일부 발언으로 여성혐오 논란을 일으키자 래퍼 제리케이, 슬릭 등이 산이의 행태를 비판하는 랩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남·정현목·나원정·민경원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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