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그렇지만, 앙트십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이번에는 특히 학교 안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가 많았어요. 아이디어가 특출나서 흥미롭다기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늘 벌어지는, 있을 법한 일들을 ‘문제’로 발견하고 자신들의 힘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온 과정의 기록이라 특별하죠. 앙트십코치인 양은주 앙꼬쌤은 “학기가 짧고 해야 할 일도 많은 2학기라, 프로젝트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도전이었다”고 전합니다. 바쁜 학교생활 중에도 시간을 쪼개 ‘앙트십’이란 마인드셋에 한 발 가까이 다가간 학생들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소개합니다.

2018년 2학기 앙트십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이 자신들의 최종 결과물을 발표하는 자리, 우앙파티가 지난 22일 열렸다.
비좁은 책상, 어떻게 안 될까?
상우조는 책과 개인물품을 넣을 수 있는 상자 ‘스마트 박스’를 만들었습니다. 발 받침으로도 쓸 수 있는 다용도 박스인데, 의자 다리 사이에 들어갈 크기로 제작했죠. 그럴듯한 아이디어지만 막상 써보니 문제점도 생겼습니다. 바닥에 있는 박스에서 책을 꺼내는 게 불편하다는 점이죠. 특히 키 큰 친구들이 불편함을 호소했습니다. 또 청소할 때 박스가 걸리적거리고 금세 낡아 버리는 것도 문제였죠. 상우조는 인쇄지와 골판지를 합친 합지로 박스를 더 튼튼하게 만들고, 뚜껑은 여닫이형에서 미닫이형으로 바꿨습니다. 매뉴얼도 준비했습니다. ‘발에 박스가 걸리면 의자 밑에 넣어주시고, 청소할 땐 책상 위로 올려주세요’ 등의 사용설명을 적은 거죠. 상우 학생은 “실제로 사용하자 개선할 점이 계속 나와 힘들었다(웃음)”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그래도 그때그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 거 같아요. 실패해도 좋으니 배운다는 생각으로요.”
잠 좀 자도 될까?
데탕트조는 수면실을 장기적으로 운영해도 될지 정식으로 학교의 허락을 받을 계획입니다. 프로젝트를 응원해주는 선생님도 생겼습니다. 남자 선생님 휴게실의 매트리스를 빌려주겠다고 선뜻 제안하셨죠. 은비 학생은 “친구들의 적극적인 호응이 고마웠다”며 “학교 허락을 받으면, 교내 모금을 진행하거나, 운영에 필요한 매트리스를 지역에서 후원받을 수 있는지 알아볼 계획”이라고 말합니다. 도영 학생도 소감을 털어놨습니다. “스스로 계획하고 아이디어를 진전시키는 일이 처음엔 어색했는데(웃음), 지금은 우리가 해냈다는 것이 무척 신기해요. 다음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번 앙트십스쿨에 참여한 학생들은 특히 학교 안의 생활에 초점을 맞춘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했다.
꼭 교복 재킷을 입어야 해?
마이스터팀이 1~2학년 1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94%의 학생이 ‘불편하다’에 응답했죠. 이유를 묻자 ‘교복 자체가 불편하다’부터 ‘교복을 다 챙겨 입는 이유를 모르겠다’, ‘재킷 대신 다른 옷을 입는 게 더 따뜻할 것 같다’까지 다양한 답변이 나왔습니다. 이런 불편함은 학교 선생님들도 공감했지만, 재킷 자율화에 대한 의견은 학생들과 달랐습니다. ‘선생님 앞에서는 갖춰 입는 게 예의’라는 이유부터 ‘비슷한 옷을 입은 아이들끼리 모이고 나머지는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의견도 나왔죠.
마이스터팀은 먼저 다른 학교 사례와 뉴스를 검색했습니다. ‘추울 때 외투를 편하게 입는 건 학생 인권’이라는 뉴스와 학생들을 위해 반바지와 후드티를 교복으로 지정한 한가람고 사례를 알게 됐죠. 그리고 재킷을 입지 않고 외투를 착용하는 시범 기간을 갖게 해달라는 ‘교복 착용 개선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무조건 입지 않겠다는 건 아닙니다. 등하교나 교무실을 방문할 때는 재킷을 입는 전제입니다. 1~2주 시범 기간을 가진 후 다시 설문조사를 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교장선생님께 건의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교복 재킷을 꼭 입고 외투를 입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풀어본 인천전자마이스터고 2학년 ‘마이스터팀(정한결·김미성·장재연·정용신·김다훈·권혁)’이 발표하고 있다.
누가 내 키보드를 빼갔지?
조재연팀은 바로 설문조사를 실행했습니다. 당연하게도 설문조사에 응한 학생 전체가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어요. 또 ‘직접 키보드 자판을 빼거나 배열을 바꾼 적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90.3%의 학생이 ‘예’라고 대답했죠.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묻자 ‘내가 눌러야 하는 부분이 이미 빠져 있어서(92.9%)’부터 ‘내가 원하는 배열로 만들어보고 싶어서(14.3%)’, ‘별다른 제재가 없어서(25%)’ 같은 대답이 나왔습니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조재연팀은 해결 방안을 모색했습니다. 그리고 키보드가 더 고장 나는 것을 막기 위해 키보드 캡을 제작해 씌우기로 했죠. 비닐 지퍼백과 가위, 테이프만으로 만드는 키보드 캡입니다. 지퍼백 두 개의 밑단을 잘라낸 뒤 테이프로 이어 붙이고 키보드에 씌우면 끝이죠. 그리고 캡 좌측 아랫부분에 문구를 적어 넣었습니다. ‘키보드 배열을 바꾸지 말라’는 경고 문구죠. 그런데 ‘비닐 위에 매직으로 쓴 경고 문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문구 자체가 인상적이지 않다’는 의견이 이어졌죠. 고민하던 팀원들은 경고 문구를 다시 만들었습니다. 바뀐 경고문은 이렇습니다. “당신의 이빨(올바른 표기법은 ‘치아’지만 강렬함을 전달하기 위해 ‘이빨’로 갔습니다)이라면 뽑으시겠습니까?” 조재연팀은 “공익 문구 같은 느낌이 들지만(웃음), 경각심은 확실히 전달된다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우앙파티는 ‘크리스마스파티’라는 콘셉트로 열렸다.
넘쳐나는 쓰레기 어떡할까?
성암국제무역고 2학년 ‘네이처팀(김도희·서수빈·안현미)도 분리수거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교내 학생 64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38명이 ‘분리수거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답했죠. 실제로 ‘알약은 일반쓰레기’라고 답한 학생이 51명, ‘닭이나 소의 뼈는 음식물 쓰레기’라고 답한 학생이 48명이었습니다. 이 조사를 바탕으로 분리수거표를 수거함 옆에 부착했지만,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아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퀴즈입니다. 쓰레기를 알맞게 분리하는 학생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퀴즈를 진행한 거죠. 27명이 참여했고 만점자가 2명이 나왔습니다. 그 결과 학생들이 분리수거를 손쉽게 진행하며 교실에서 쓰레기 냄새도 사라지게 됐습니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 1학년 ’캔바이캔팀(유진희·최다연·김민지·박민초·이지아)‘은 학교에서 자주 먹는 캔 음료가 남았을 경우 보관하는 문제 해결에 나섰다.
마시고 남은 캔 음료 어떡할까?

우앙파티 전체 워크숍에서는 10개의 앙트십 미션을 수행하여 뱃지를 획득하면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을 수 있었다.
학교 앞 건널목, 안전하게 건널 수 있을까?
캠페인 이후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캠페인을 봤다는 학생이 73명, 캠페인이 도움됐다는 답변이 79명이었죠. 안전지킴이조는 “학생들의 인식을 개선하고 안전 문제에 기여했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승우 학생은 “학생 신분이라 제약이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강산 학생은 “학교 안이든 밖이든, 우리 주변에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죠. “사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팀으로 움직이고, 또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가며 해결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2018년 2학기 앙트십스쿨을 종료하고 우앙파티에 모인 학생들.
강산 학생의 말 그대로입니다. 학교는 학교대로, 사회는 사회대로, 세상에는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어른들은 보통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른이 이런 문제를 대신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에 분명 한계는 있습니다. 또 어른들이라고 해서 모든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학생이라고 해도 스스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보는 경험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에 나가 만나는 수많은 문제 역시 풀어나갈 수 없게 되고 맙니다.
앙트십스쿨을 운영하는 오이씨랩의 장영화 대표는 “앙트십은 세상을 만나는 통로”라고 설명합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이 아름답다고만 말하면 안 되잖아요.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에 나간다는 것은 스스로 나를 지켜야 한다는 뜻이기도 해요. 공부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공부만 잘해서 인생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거든요. 공부를 잘하지 못해도 성공할 수 있고, 회사를 그만둬도 다음을 준비할 수 있도록,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힘을 길러야 해요. 저는 그 통로가 앙트십이고, 핵심은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생각해요. 이때 중요한 것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해결해 나가는 거죠. 앙트십스쿨은 그 판을 깔아줄 뿐이고요.”
글=commons, 사진=오이씨랩
로우틴을 위한 신문 ‘소년중앙 weekly’
구독신청 02-2108-3441
소년중앙 PDF 보기 goo.gl/I2HLMq
온라인 소년중앙 sojoong.joins.com
소년중앙 유튜브 채널 goo.gl/wIQcM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