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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싶은데 뺨 맞은 日···"미군이면 韓 격침" 막말까지

중앙일보 2018.12.23 13:02
 우리 해군 함정이 지난 20일 동해상에서 표류한 북한 어선 수색 과정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소속 초계기에 화기 레이더를 겨냥한 데 대해 일본 정부가 연일 강경하게 반응하고 있다. 21일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이 “화기 레이더 조준은 사격 직전에 실시하는 것으로 지극히 위험한 행위다. 강력하게 항의했다”고 밝힌 게 그 시작이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로이터=연합뉴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로이터=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이와야 방위상의 발표 전후, 공식ㆍ비공식적으로 “조난한 북한 선박을 빨리 찾기 위해 모든 레이더를 가동했고, 인근 상공을 비행하던 일본 해상초계기도 겨냥하게 된 것”이란 설명을 전달했다. 한국 정부는 조난 북한 선박과 관련해 지난 20일 구조한 북한 선박 승조원 3명과 시신 1구를 22일 판문점을 통해 북한에 송환했다.  
하지만 당시 구조 상황에 대한 한국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본 방위성은 22일 발표문을 내 “화기 관제 레이더는 공격 목표의 방위와 거리를 정확하기 측정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광범위한 수색엔 적당치 않다. 조난 선박 수색을 위해선 수상 수색 레이더를 사용했어야 했다”,“설사 선박 수색을 위해서였다고 하더라도 화기 관제 레이더 사용은 극히 위험하다”고 비판했다. 재차 유감을 표시하며 재발방지도 촉구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일본 언론을 상대로 “화기 레이더 조준은 (초 단위가 아닌) 수 분간에 걸쳐 이뤄졌고, (한번이 아닌) 복수에 걸쳐 이뤄졌다”며 ‘고의적인 행동’이었음을 주장했다.

 
일본 언론을 통해선 더 험한 말들도 흘러나왔다. 지지통신은 “고의였다고 의심할 수 밖에 없다”,“(한국측 설명은)정말 구차한 변명”이라는 방위성내 주장을 전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연합뉴스]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 [연합뉴스]

산케이 신문은 “만약 미군이 당했다면 적대행위로 간주하고 즉시 (함선을) 격침하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방위성 간부의 말을 인용했다. 요미우리는 “수색 이외의 모종의 의도가 있다고 일본 정부는 보고 있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 내 “이제 한국과의 관계회복은 불가능하다”는 기류가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총리관저 관계자는 “이제 한국은 상대도 못하겠다. 당분간 한국은 그냥 내버려 둔다”는 말도 했다. 신문은 이어 “이 관계자의 말은 아베 총리의 의향을 대변한 발언으로 보인다. 향후 양국 관계가 더 냉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14일 사이타마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朝霞)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14일 사이타마현의 육상자위대 아사카(朝霞) 훈련장에서 열린 자위대 사열식에 참석하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도쿄신문의 보도처럼 일본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경한 대응에 나선 데는 아베 신조(安倍晋三)총리의 의중이 담겨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정부의 사전 설명에도 불구하고 방위상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해 강한 어조로 항의를 쏟아낸 자체가 이례적이었다. 또 22일엔 아베 총리의 측근인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관방 부장관이 공개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로, 매우 유감”이라며 총리관저 내 격앙된 기류를 전했다.   
 
야마다 히로시(山田宏) 방위정무관은 트위터에 "우리나라(일본)를 위협하고 자위대원의 생명을 위험에 처하게 한 행위로 용서하기 어렵다"며 "내 편으로 생각했더니 뒤에서 총을 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를 놓고 최근 대법원의 강제징용 재판과 위안부 재단 해산 등으로 쌓여온 한국에 대한 불만이 폭발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양국 관계를 잘 아는 도쿄의 소식통은 “일본 정부로선 안 그래도 울고 싶은데 한국 정부가 뺨을 때려 준 것 같은 기분일 것”이라고 했다.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상은 23일 해외출장을 떠나며 기자들에게 "(징용 재판 등)어려운 문제들이 있는 와중에 한국 국회의원의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이름)상륙 ,또 이번 해상에서의 사안까지 발생했다"며 "한국 정부에 확실한 대응을 요구해 나가겠다"고 했다.


24일 서울에서 열리는 김용길 외교부 동북아국장과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의 협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다뤄질 전망이다.


◇지한파들도 “한국 적절 조치해야”=아베 정부의 대응과는 별도로 일본내에서 지한파로 꼽히는 인사들 사이에서도 한국 측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악으로 흐르고 있는 양국 관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재일한국인 2세 출신의 진보 정치학자로 일본 내에서 신망이 높은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는 23일 오전 TBS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록 어선 수색을 위한 것이었다고 해도 이번 레이저 조준은 매우 위험한 행위로, 일촉즉발의 상황을 불렀다”며 “한국 정부가 (보다) 확실하게 설명하고, 어떤 형태로든 재발 방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사히 신문은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레이더 조작 책임자인 함장의 통제력에 문제가 있었거나, 악화되고 있는 한·일관계의 영향을 받아 (누군가가) 경솔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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