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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내가 승진 안됐을까, 나도 몰래 쌓인 이것 때문

중앙일보 2018.12.23 13:00
[더,오래]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22)
보이지 않는 이력서. 요즘 평판을 이렇게도 표현한다. 요즘 들어 더욱더 개인의 평판이 중요해진 건 왜일까. 이전과는 달리 SNS 등으로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밀접해지면서 이전과 달리 정보를 얻고 나누는 것이 너무 쉬워진 것이 그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의 일상생활 중에서도 알게 모르게 평판이 쌓이게 된다. 
 
카카오택시는 앱을 통해 고객과 택시를 연결해주는 편리한 플랫폼이다. 한데 때로는 고객들이 이 편한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중앙포토]

카카오택시는 앱을 통해 고객과 택시를 연결해주는 편리한 플랫폼이다. 한데 때로는 고객들이 이 편한 시스템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었다. [중앙포토]

 
먼저 카카오택시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 카카오택시는 앱을 통해 고객과 택시를 연결해주는 편리한 플랫폼이다. 하지만 때로는 고객들이 이 편한 시스템을 악용하기도 한다. 택시를 호출한 뒤 연락을 끊어버려 택시기사가 탑승장소까지 가서 허탕을 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택시를 부르고 나서 탑승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기면 콜 취소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기적인 고객이 많은 거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기사가 약속을 어긴 고객을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 약속 불이행 기록이 누적돼 다른 기사들이 공유하게 되면서 그 고객은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제한이 따른다. 
 
이와는 반대로 콜을 잘 취소하지 않는 고객은 VIP 마크가 떠 기사들이 서로 콜을 잡으려고 한다. 이는 자잘한 평가가 쌓여 그 사람에 대한 하나의 ‘평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또한 하차 이후 손님이 기사를 평가하는 장치도 마련돼 있다. 그래서 이런 양방향 평가 시스템은 서로 간에 ‘한번 보고 그만’이라는 생각을 지우고 자신의 평판을 위해 더 조심하게 하는 작용을 한다.
 
투숙객의 평판 댓글 보고 숙박 여부 결정   
어느 집(또는 방) 공유 플랫폼 이미지. 에어비앤비와 같은 집 또는 방 공유 플랫폼은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공유 비즈니스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 측에서는 호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신분 확인이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사진 에어비앤비]

어느 집(또는 방) 공유 플랫폼 이미지. 에어비앤비와 같은 집 또는 방 공유 플랫폼은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공유 비즈니스의 대표적 사례이다. 이러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 측에서는 호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신분 확인이 들어가고 있다고 한다. [사진 에어비앤비]

 
이왕 공유비즈니스를 꺼냈으니 평판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사례를 들어보자. 바로 에어비앤비와 같은 숙박 공유 플랫폼이다. 호텔과 같이 보안이 잘된 곳도 아니고 전문 임대업이 아닌 개인이 방이나 집을 빌려주는 것인데, 집주인을 어떻게 믿고 머무를 수 있을까.
 
이러한 플랫폼을 제공하는 회사 측에서는 호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다고 한다. 아무나 방을 임대하고 싶다고 다 가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안의 우려가 있는지라 투숙객은 어떠한 기준으로 방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스럽기 마련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투숙객의 피드백을 유도하는 시스템이 개발돼 있다. 내 지인은 피드백, 즉 댓글이 전혀 없는 방은 절대 선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처럼 실제 사용자의 집에 대한 평판이 결정적인 선택기준이 되기도 한다. 
  
몇 년 전의 일이다. 대기업과 대기업 간의 빅딜이 언론에 연일 보도된 일이 있었다. 피인수 기업의 구조조정 대상자를 골라내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인수기업으로부터 평판 조회를 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몰랐던 피인수 기업의 병폐가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은 인수 회사가 인수를 포기하고 말았지만, 이는 임직원의 평판이 곧 기업의 평판으로 연결된 좋은 예다. 단순히 임직원의 평판을 알아볼 목적으로 조회 작업을 진행했다가 M&A(기업인수·합병)에 영향을 미친 결과를 초래했다.
 
채용에서 영향을 미치는 평판 조회. 하지만 내부승진자들을 대상으로 평판 조회를 진행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국내 대기업에서 내부임직원의 임원승진절차의 기준으로 평판 조회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겼다고 한다. [중앙포토]

채용에서 영향을 미치는 평판 조회. 하지만 내부승진자들을 대상으로 평판 조회를 진행한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최근 국내 대기업에서 내부임직원의 임원승진절차의 기준으로 평판 조회를 외부 전문업체에 맡겼다고 한다. [중앙포토]

 
최근 국내 대기업이 임원 승진 대상자에 대한 평판 조회를 의뢰해 왔다. 채용 때 평판 조회가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는 많이 들어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부승진자를 대상으로 평판 조회를 진행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있을까. 물론 아직은 그리 흔치 않은 일임은 틀림없다.

 
동료·부하의 평판이 임원 승진 여부 좌우    
공채로 들어와 우수한 인사 고가를 받아 승진대상자로 선발될 만큼 인재일 텐데 평판 조회 결과가 과연 변별력이 있을까. 처음에 드는 생각은 솔직히 그랬다. 그러나 실제로 뚜껑을 열어보니 거의 판도라의 상자를 연 느낌이었다. 인사부의 데이터는 어디까지나 실적 위주의 정량적인 수치가 대부분이다. 반면 승진대상자들과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동료와 부하직원의 점성적인 얘기는 그야말로 딴판이었다.
 
평판 조회에서 대상자의 성향을 파악한 결과 미처 몰랐던 사실이 여럿 발견됐다. 좋은 실적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세세한 부분까지는 데이터만으로는 커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조회 결과를 정리한 리포트를 받아든 인사부 담당자들이 매우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나는 평판 조회 업무만 올해로 15년 차다. 처음 이 업계에 발을 디딜 때만 해도 하는 업무에 대해 아무리 쉽게 설명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생소한 개념이었다. 또 그런 전문회사가 존재하는 게 신기하다는 얘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그럴 때마다 언젠가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 선진국과 같이 제삼자의 평판이 중요시되는 시대가 오리라는 생각을 늘 해 왔다. 이제는 특정한 상황이 아닌 일상생활에서도 이렇게 우리가 알게 모르게 영향력을 끼치는 그야말로 평판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몸소 느낀다.
 
정혜련 HiREBEST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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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정혜련 HiREBEST 대표 필진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 인력개발에 잔뼈가 굵은 HR 전문가. 은퇴를 하면 꼭 재무적 이유가 아니라도 활기찬 삶을 위해 재취업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교 졸업 후 첫 직장에 취직하려면 경쟁력있는 스펙을 쌓아야 하듯이 재취업에도 그에 맞는 스펙과 경력이 필요하다. 은퇴에 즈음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사례별로 준비해야 할 경력관리 방법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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