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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시대에 30년전 포석 쓰는 프로 기사의 승부는?

중앙일보 2018.12.23 12:00
[더,오래]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17)
생각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면 돈키호테처럼 시대착오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 기나긴 역사를 가진 바둑에서도 계속 새로운 기술이 나오고 있다. 기존의 기술만 사용한다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 것이다.
 
세상이 계속 변하고 있다는 것을 모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변화를 잘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4차 산업혁명시대라고 떠들어대지만 그 혁명적인 변화를 실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시대착오적인 돈키호테들
라 만차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1863년 귀스타브 도레 작품. [중앙포토]

라 만차의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1863년 귀스타브 도레 작품. [중앙포토]

 
하지만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해 보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요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교통정보나 음식점 정보를 검색한다. 카톡으로 여행지의 사진이나 재미있는 동영상을 보내기도 한다. 인공지능이나 가상현실 프로그램이 생활 속으로 밀려오고 있다.
 
세상이 변하면서 사람들의 생활상도 달라지고 있다. 결혼을 안 하고 혼자 사는 이른바 ‘혼밥족’이 많아지고 있다. 노령층이 두터워지고 출산율은 줄어 미래사회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유심히 보면 세상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면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변화에 어느 정도 맞춰나가며 적응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소설 속의 돈키호테와 같이 시대에 뒤떨어진 행동을 할 수 있다. 돈키호테는 망상에 사로잡혀 옛날 기사처럼 갑옷을 입고 칼을 차고 세상에 나간다. 오늘날 돈키호테와 같이 과거의 행동이나 관습에 매달리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정치나 이념 등에서 보면 과거의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바둑에서도 30년 전이나 20년 전에 유행했던 포석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전투형으로 유명한 S 9단이 대표적이다. S 9단은 조훈현·이창호 사제대결이 한창이던 1990년대의 화점 포석을 줄기차게 사용한다. 스마트폰 시대에 편지를 쓰는 식이랄까.
 
물론 이런다고 해서 규칙이나 매너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변화의 시대에도 전통적 방식을 고수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런 타입은 낡은 기술에 의존하는 고지식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게 된다. 무엇보다도 알파고 정석 등 인공지능 바둑의 새로운 기술이 성행하는 시대에 구태의연한 포석이나 정석을 고집해서는 이기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변화에 시니어는 민첩하게 대응하기가 힘들다. 젊은 세대보다 적응력이 떨어지고,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니어라고 해서 돈키호테로만 남을 수는 없다.


세상의 대세 흐름을 잘 읽으려면
박정환 9단과 박영훈 9단이 제12회 춘란(春蘭)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4강에 올랐다.   한국바둑의 간판스타 박정환 9단은 17일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중국의 신예 셰커 6단에게 238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사진은 박정환(오른쪽) 9단이 중국의 셰커 9단과 8강에서 대국하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박정환 9단과 박영훈 9단이 제12회 춘란(春蘭)배 세계바둑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4강에 올랐다. 한국바둑의 간판스타 박정환 9단은 17일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시에서 열린 대회 8강전에서 중국의 신예 셰커 6단에게 238수 만에 백으로 불계승을 거뒀다. 사진은 박정환(오른쪽) 9단이 중국의 셰커 9단과 8강에서 대국하는 모습.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 프로기사들은 바둑을 둘 때 먼저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한다. 그리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토대로 자신의 목표와 전략을 결정한다. 기사들은 종종 ‘대세의 흐름’이라는 말을 한다. 그 흐름을 감지하며 바둑을 두어나간다.
 
세상의 바둑판에서도 대세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함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것을 파악하려면 신문이나 인터넷 등의 뉴스와 칼럼을 읽으면 된다. 매스컴에서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을 다루고 칼럼을 통해 세상의 트렌드와 대응전략 등을 얘기해 준다.
 
뉴스와 칼럼을 보면 세상에서 달라지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보일 것이다. 세상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심이 생긴다면 그 분야의 책을 읽어보는 것도 좋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이 대세의 흐름이라고 한다면 이에 관한 책을 한두 권 읽어보는 것이다. 고령화 사회가 필연적인 흐름이라면 시니어의 인생전략에 관한 책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될 것이다.
 
세상의 흐름은 개인의 삶에 음으로 양으로 영향을 주니 이 흐름을 파악하며 능동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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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현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 필진

[정수현의 세상사 바둑 한판] 바둑에 올바른 길이 있듯이 인생에도 길이 있다. 중년과 노년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정수가 아닌 꼼수와 속임수에 유혹을 느끼기 쉽다. 인생의 축소판으로 통하는 바둑에서 삶의 길을 물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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