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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익 저처벌’ 도박 사이트…몸통 못 잡고 깃털은 집행유예

중앙선데이 2018.12.22 01:01 615호 2면 지면보기
[SPECIAL REPORT] 온라인 도박 활개 왜
‘강남바둑이’는 지난해 5월부터 올 8월까지 운영된 인터넷 도박 사이트다. 이 사이트에 접속한 회원들은 6개 은행계좌에서 436억여원을 사이버머니로 환전해 속칭 ‘바둑이’라는 게임을 했다. 사이버머니는 다시 현금으로 환전됐고 이 과정에서 대포통장이 쓰였다. 이 사이트의 총책은 ‘마오’. 실명도, 나이도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이 사이트 서버는 일본에 있는데 서버 관리는 중국에서 하는 다국적 사이트다. 경찰이 지난 8월 은행 인출기에서 거액의 돈을 찾고 있는 인출책을 잡으면서 사이트 홍보책, 회원 모집책, 대포통장 모집책, 도박 수익금 관리책 등을 줄줄이 체포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홍기찬 부장판사는 이들에 대해 도박 공간 개설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지난달 8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단순 종업원으로서 범행가담 정도가 비교적 경미한 점,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불기소 54%, 법원선 형량 낮아져
구속돼도 “몇 년 살면 두둑히 챙겨”

해외에 서버 두고 대포통장 이용
점조직으로 운영해 단속도 어려워

보이스피싱처럼 계좌 정지해야
조세포탈로 불법수익금 환수도

 
 
위장수사 안 하면 일망타진 어려워
 
서울 금천경찰서도 2조7000억원대 도박 사이트를 적발했다고 지난 10월 발표했다. 주범은 조직폭력배(조폭)와 연계해 해외에 서버를 둔 ‘파워볼’ 사이트를 운영했고, 이 과정에서 수천 명이 재산을 탕진하는 등 피해를 보았다. 그런데도 1심 법원은 주범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했다. 이처럼 경찰이 검거 단계에서 수천억원대, 수조원대 규모의 도박단을 적발했다고 홍보하지만 법원에 가면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3년형 정도 받고 출소한다. “운영자가 아니다”고 주장하면 형량은 더 줄어든다. 외국에서 서버를 관리하는 책임자나 총책, 그 위의 우두머리는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현재 베트맨 사이트(스포츠 토토)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입금과 출금 등 금전이 오가는 온라인 도박사이트는 모두 불법이다. 그렇지만 네이버나 구글, 다음 등 포털 사이트와 유튜브에선 사설 토토 사이트는 쉽게 검색된다. 카카오톡 광고 글이나 블로그의 댓글에서도 도박 사이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불법은 넘쳐나는데도 어쩌지 못한다. 여기엔 높은 범죄 수익과 낮은 처벌이란 구조적 한계가 있다. 불법도박을 운영하면서 얻는 범죄수익이 이로 인해 발생하는 처벌 등 불이익보다 큰 것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도박 사건(처분 기준) 중 54%가 불기소(혐의 없음, 죄가 안 됨, 공소권 없음, 각하 등)됐다. 설령 구속된 범죄자도 “몇 년만 형 살고 나오면 두둑히 한몫 챙긴다”고 대놓고 말한다. 이종화 광운대 범죄학과 교수는 “처벌 수위가 낮고, 적은 투자에 비해 이익이 크기 때문에 불법 도박 사이트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사이트 운영자에게 이름만 빌려준 바지사장이나 인출책 같은 잔챙이만 잡힌다. 법원도 이들에 대해 형량을 높게 매기기 힘들다. 재판 과정에서 도박 사이트는 이름을 바꿨고, 베팅 기록·입출금 내역 등 채증자료도 사라지고 없다. 경찰이 상당 기간 불법 사이트에 들어가 베팅을 하면서 위장수사를 하지 않는 한 불법 사이트 운영자부터 말단까지 조직 전체를 와해시키기는 쉽지 않다.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자는 프로그래머를 모집해 온라인 웹 사이트를 만들고, 외국에 서버를 두고 관리를 하며, 입금과 출금을 위해 대포통장·대포폰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 이런 조직력과 자금력을 조폭이 갖고 있다. 경기도 성남을 무대로 활동하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이 지난해 불법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다 적발됐다. 태국 파타야의 한 리조트에서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는 프로그래머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베트남으로 도주한 조직원이 지난 4월 강제송환되기도 했다. 해남십계파 조직원도 4조1000억원대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과 관련돼 지난 4월 구속됐다. 고흥파·신미주파· 유성파·신유성파·21세기파 등도 도박 사이트와 연계됐다는 게 검찰 수사 결과였다.  
 
한 경찰서의 김모 사이버수사팀장은 “불법 도박 사이트의 성행은 조폭의 수익 구조 변화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들은 철저히 점조직으로 움직여 수사를 더디게 만든다”고 말했다.
 
 
도박과의 전쟁은 조폭과의 전쟁
 
조폭은 점조직으로 연결돼 일부 조직원이 적발되더라도 꼬리자르기 식으로 조직 전체를 보호한다. 수시로 대포통장 계좌와 대포폰을 바꿔 단속을 피한다.
 
도박과의 전쟁은 조폭과의 전쟁이다. 그런데도 감시·감독기관, 사이트 차단 기관, 대포통장거래 중지 기관, 적발·검거기관은 따로따로 움직이고 있다. 조폭과의 전쟁에서 이기려면 관련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계돼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홍완희 검사는 “프로그램 개발·관리, 콜센터 운영, 서버 관리, 회원 모집, 수익금 인출·배분이 국내외에서 벌어지고 있어 여러 유관기관과 사정기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영자 등에게 처벌을 강화하고 금전적 이득이 돌아가지 못하게 하는 조치도 뒤따라야 한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지난 4월 도박 사이트 운영에 관여한 조폭 등에게 조세포탈 혐의를 걸었다. 이렇게 되면 연간 포탈 세액이 10억원만 넘어가도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형량을 가할 수 있는 데다 불법수익금도 환수할 수 있다. 도박 사이트 개설만으로 징역 3년형을 받은 운영자도 조세포탈 혐의를 걸어 다시 구속 가능하다.
 
이 밖에 불법도박 운영에 사용되는 금융계좌는 보이스피싱과 연계된 사기 금융계좌처럼 신속히 지급 정지시켜야 한다.
 
강홍준·김홍준 기자 kang.h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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