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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착공식 제재 면제…한·미가 내민 손, 북한이 잡을까

중앙선데이 2018.12.22 00:51 615호 6면 지면보기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이 남북 합의대로 오는 26일 북한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다. 또 내년 봄 남북이 공동으로 시작할 6·25 전사자 유해 발굴 사업과 독감 진단 키트 및 치료제 타미플루의 대북 지원도 가능해졌다. 21일 외교부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에서 착공식 행사에 필요한 물자 중 유류 등 대북 제재 대상 품목에 대해 제재 예외 인정을 받는 절차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워킹그룹 회의 한국 측 수석대표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한·미 워킹그룹 논의 결과 철도 연결 착공식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했다. 이 본부장은 “남북한 유해 발굴 사업도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게 됐으며 북한 동포에 대한 타미플루 제공 문제도 해결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또 다른 현안이었던 약 800만 달러 규모인 국제기구를 통한 정부의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 본부장은 “미국도 인도적 지원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에 따라 이 문제를 리뷰하기 시작했다”며 “리뷰 과정에서 계속 함께 의논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21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한·미 워킹그룹 2차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관련,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인도적 지원이 유엔 제재 때문에 금지되지는 않지만 (지원 단체 관계자에 대한) 면허와 북한 여행 허가는 해당 단체가 북한에서 업무를 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워싱턴으로 돌아가 관련 정책을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석방한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것이 북한에 적용했던 규정을 검토하게 된 요인”이라며 “우리가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이를 기반으로 새해 북한과 다른 일을 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비건 대표는 지난 19일 한국 도착 직후 “대북 인도적 지원을 위한 방문일 경우 미국 국민의 북한 여행 금지 조치를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비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내년 1~2월로 언급한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북한의 협상 파트너들과 다음 단계의 협의로 넘어가기를 열망하며 그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관해 얘기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새해가 시작되고 머지않아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만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이 올해 북한과 관련해 한 번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적이 없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지금 북·미 간에 여러 논의가 진행 중이니 지켜보자”고 말했다. 6자회담 수석대표 출신인 이수혁 의원은 “오늘 비건 대표를 따로 만났는데 북한과의 협상에 대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짜고 있었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 관련 발언은) 북한에 대화를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작심하고 보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최근 한·미가 취하고 있는 일련의 ‘신뢰 구축 캠페인’이 먹힐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먼저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상응 조치로 요구해온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날도 ‘이번 조치가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 신뢰를 쌓을 수 있는 다른 여러 문제에 대해 살펴볼 준비는 돼 있다”면서도 “미국은 독자 제재와 유엔 제재를 해제할 의도가 전혀 없다(no intention)”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신뢰 구축 조치’는 어디까지나 북·미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한 조치일 뿐 대북제재 해제와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북한은 제재 해제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20일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정체된 원인을 진단하는 개인 논평에서 “우리는 제재 따위가 무섭거나 아파서가 아니라 그것이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진정성을 판별하는 시금석이기 때문에 문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대북 추가 제재와 유엔 인권결의안 채택 등 ‘신뢰 구축 캠페인’과는 상반된 대북 메시지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는 점도 비핵화 협상 재개와 2차 정상회담 개최에 장애 요인이 될 수 있다. 미 재무부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최악의 인권’을 이유로 북한의 2인자 최용해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한 최고위층 세 명에 대한 독자 제재를 발표했다. 또 지난 17일(현지시간) 유엔 총회는 북한 인권결의안을 통과시키면서 김 위원장을 겨냥해 ‘가장 책임 있는 자’에 대한 제재를 요구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결론을 담았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도 비핵화 문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최용해 부위원장 제재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 등에 있어 시기를 조절하거나 유연성을 보일 필요가 있었다”며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의 양보를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지금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강태화·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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