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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아빠 사진 공개한 세자매 "두렵지만 지지않겠다"

중앙일보 2018.12.22 00:48
이혼한 아내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가 지난 11월 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이혼한 아내를 아파트 주차장에서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모씨가 지난 11월 1일 오전 서울 양천경찰서에서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법정에 들어온 그 사람은 평온했다. 지각해서 교무실에 혼나러 온 학생정도 표정이었다. 어떻게 사람을 죽인 사람이 저런 모습일까 믿을 수 없었다.”
 
이혼한 전처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서울 등촌동 살인 사건’ 피해자 둘째 딸 김모(22)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감정이 격해져서 잠시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21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심형섭)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딸 김 씨는 아버지 김모(49)씨와 마주했다. 사건이 있고 난 뒤 처음이었다. 그는 김 씨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다. 대신 ‘그 사람’ ‘살인자’라는 호칭을 썼다.
서울 등촌동 살인 사건’ 피해자 둘째 딸 김모(22)씨는 재판이 있기 하루 전 20일 오후 아버지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서울 등촌동 살인 사건’ 피해자 둘째 딸 김모(22)씨는 재판이 있기 하루 전 20일 오후 아버지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서울 등촌동 살인 사건’ 피해자 둘째 딸 김모(22)씨는 재판이 있기 하루 전 20일 오후 아버지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세 자매가 모두 동의해서 내린 결정이다.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서울 등촌동 살인 사건’ 피해자 둘째 딸 김모(22)씨는 재판이 있기 하루 전 20일 오후 아버지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세 자매가 모두 동의해서 내린 결정이다. [보배드림 커뮤니티 캡처]

 
김 씨는 “우리 세 자매는 아직도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힘든 나날을 보내는데 그 사람의 얼굴은 너무 좋아졌고 얼굴에 살도 오른 것 같았다”며 “살인자가 아니라 새신랑이 들어오는것 같았다”며 분노했다.
 
김 씨는 재판이 있기 하루 전인 20일 오후 아버지의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세 자매가 모두 동의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했다. 김 씨는 "재판 날짜가 다가오니 두려웠는데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재판 전날에 사진을 올린 것은 나는 지지 않겠다는 다짐, 스스로와의 약속이었다"고 말했다.
 
법정에는 왜 혼자 갔나?
언니는 우리 셋 중에 그 사람과 가장 연락을 많이 했다. 범행 몇 시간 전에도 함께 있었다. 아쉬움과 배신감이 더 크다고 한다. 언니가 더 힘들어질까봐 가지 말라고 했다. 막내는 아직 미성년자인데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서 법정에는 혼자 가게 됐다.
 
신상공개 결정이 힘들지 않았나?
우리 세 자매는 서류상으로 가해자 측의 가족이기도 하고 피해자 측의 가족이기도 하다. 살인범의 신상공개를 하면 우리에게도 피해가 오는 것이다. 엄마가 이혼 후 한동안 연락을 끊고 살았던 지인분도 이런 식으로 소식을 접하게 되면 안 좋은 이야기도 오갈 것 같아서 고민을 많이 했다. 하지만 그건 우리 자매가 감당해야 하고 신상공개는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
어느 순간 바뀐 것이 아니라 원래부터 폭력적인 사람이었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와 동거할 때도 목을 조르고 칼을 휘두르며 폭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러다 언니가 생겨서 결혼하게 됐는데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도 폭력을 행사했다. 본인은 훈육이라고 했지만, 분이 풀리지 않는다면서 막무가내로 때렸다. 차라리 없는 게 더 낫다고 생각을 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혼한 가정, 아빠 없는 사람이 부러울 정도였다. 학교 끝나면 대문을 여는 게 두려웠다.
 
미성년자인 동생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
아빠가 너무 무서웠기 때문에 동생은 아예 아빠와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영향으로 동생은 사람과 단절하는 게 습관이 됐다. 고등학교도 자퇴하고 집에만 있기도 했다. 이혼 후 엄마와 함께 지내면서 많이 호전됐다. 검정고시도 봤다. 내년에 대학에 들어가려고 해서 엄마도 정말 좋아했었다. 하지만 상태가 호전되는 와중에 이런 일이 일어나서 동생의 상태가 더 안 좋아 지고 있다.
 
바라는 게 있다면?
검사 측에서 무기징역 구형을 했는데 더는 감형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지금으로도 충분히 힘드니까 그 사람의 가족들이 우리 가족에게 아무 해를 끼치지 않았으면 한다. 구속돼 있는 상황만으로도 불안하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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