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최저임금 대처 미숙해 죄송…내년엔 ‘소주성 2.0’ 승부수

중앙선데이 2018.12.22 00:02 615호 4면 지면보기
[박신홍의 人사이드] 소득주도 성장 설계 홍장표 위원장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내년엔 혁신성장·공정경제와 보조를 맞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은 ’내년엔 혁신성장·공정경제와 보조를 맞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꼭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신인섭 기자]

올해 하반기 가장 논란이 됐던 이슈를 들라면 단연 ‘소득주도 성장’을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새로운 경제성장 패러다임의 핵심 키워드가 바로 소득주도 성장(약칭 ‘소주성’)이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은 그 시발점이었다. 하지만 역풍 또한 만만찮았다. 당장 자영업자와 영세 소상공인이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는 “대기업과 수출에 의존하는 기존의 성장 전략으론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경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당장 먹고살 대책부터 마련하라”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져만 갔다.
 

논란과 참회
“자영업자 대책 뒷북” 비판 뼈아파
국민적 컨센서스 먼저 구했어야

추진 배경은
불균형 성장 전략에 양극화 심화
IMF 등서도 성장·분배 조화 강조

속도 조절론
‘소주성’은 현 정부 정체성과 직결
고용안전망 등 오히려 속도 높여야

2기 경제팀
김수현은 소통, 홍남기는 조율 강점
특위도 양극화·불평등 해소책 낼 것

문재인 정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시행착오와 아마추어적인 대응에 대한 세간의 비판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새해에도 지금의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인가. 소주성의 설계자로 불리는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을 만난 것도 이 같은 궁금증 때문이었다. 홍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첫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소주성을 진두지휘하다 지난 6월 물러난 뒤 9월부터 특위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마침 그를 만난 지난 17일은 문재인 대통령이 확대 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경제 살리기 총력전을 선언한 날이었다.
 
 
6개월 내 가시적 성과 … 기조는 그대로 유지
 
직설적으로 묻겠다. 뭐가 잘못된 건가.
“음…. 무엇보다 국민의 마음을 얻고 국민과 함께 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많은 분은 최저임금을 올리고 근로시간을 줄이면 성장률이 확 올라가고 경제도 금세 활성화될 거라고 생각한 듯싶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정책 기조는 경제의 체질을 바꾸려는 거다. 그래야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처음 가는 길이고 멀고 험난한 길이라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다. 쉬운 길이라면 이전 정부가 이미 가지 않았겠나. 여기에 정부 정책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 이런 상황을 먼저 솔직하게 설명 드리고 국민적 컨센서스를 모았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최저임금도 사전 대책 마련 없이 덜컥 인상부터 하니 뒷북 소리를 듣는 것 아니냐.
“그런 비판도 많이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지난해 정부 출범 후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게 바로 최저임금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책이 뒤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올해였다. 최저임금 추가 인상이 예고됐다면 인상률과 상관없이 자영업자와 영세 중소기업 대책을 먼저 내놨어야 했다. 정무적 고려가 미흡했달까. 게다가 실제 진행되는 과정을 보니 최저임금과 관련된 사람이 예상보다 훨씬 많았다. 나름대로는 경제에 충격이 올 거라 예상하고 일자리 안정자금도 심혈을 기울여 조성했는데…. 제 주변의 자영업 하시는 분들도 ‘왜 우리는 늘 후순위냐’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더라. 죄송스러울 따름이다.”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이 지난 9월 6일 첫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위 위원장이 지난 9월 6일 첫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그의 ‘참회록’은 계속됐다. “소주성은 양극화와 불평등을 개선하는 게 주된 목표인데 정작 올해 소득 분배는 더 악화되지 않았나.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사실 시장 반응을 100% 예측하고 정책을 내놓으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그게 결코 쉽지 않다. 현실은 늘 변하는 만큼 그 속에서 부족한 부분을 끊임없이 보완하는 수밖에 없다. 특위도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문 대통령도 ‘밑그림을 잘 그려라. 그리고 빈틈을 메워라. 보완할 게 있으면 과감히 보완하고 이를 위한 과제를 적극 발굴하라’고 특별히 당부하시더라.”
 
야당은 소주성이 경제 악화 주범이라는데.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가중시킨 것도 맞다. 고용시간이 줄면서 일부 저소득층이 고통받게 된 점도 인정한다. 하지만 경기가 나빠진 모든 책임을 과연 최저임금과 소주성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그건 지나친 평가다. 최저임금 정책엔 공과가 모두 있다. 실제로 근로자 가구 소득이 늘었고 그로 인해 국내 소비도 증가했다. 물론 과도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공은 살리되 과는 철저한 반성을 통해 줄여 가겠다는 거다. 이미 속도를 조절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다른 보완 대책들도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당장 내년 경제가 더 나빠질 거라고 예상되는데 소주성만 집착해서 되겠는가.
“경제가 어려울수록 여성·고령자·장년층·청년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줄 것이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이는 고도성장기 산업 생태계를 고수한 채 대기업 투자만 바라봐서는 해결할 수 없다. 소주성엔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이슈만 있는 줄 아는 분이 많던데 이들을 위한 사회·고용안전망 구축과 노동시장 격차 완화도 주요 분야 중 하나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가속도를 내야 한다. 어려우니까 소주성을 멈추라는 건 이들을 챙기지 말자는 얘기와 다름없다. 이 길 말고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방향이 옳다 해도 지금이 중요하지 않나.
“맞다. 그래서 정부도 단기적인 경기부양 대책을 내놓으려는 거다. 문 대통령도 ‘내년엔 성과를 국민께 보여 드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지 않나. 지난 2년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재정의 역할도 크게 높여 6개월 내 가시적인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할 거다. 그래야 개혁의 동력도 계속 유지될 수 있지 않겠나. 자영업 매출 증대도 핵심 목표 중 하나다.”
 
지금까지의 기조를 바꾸겠다는 건가.
“전혀 아니다. 큰 기조에서 물러설 경우 ‘문재인 정부는 대체 뭘 했느냐’는 정체성 문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사실 촛불 정신에는 공정과 정의라는 개념이 담겨 있지 않나.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한국 경제의 성장이 과연 지속 가능하겠느냐. 대처 미숙은 인정하고 반성할 것이다. 새해에는 소주성을 수정·보완할 것이다. 하지만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해 나갈 것이다.”
 
 
개혁 물 건너갔다? 정부 의지 과소평가한 것
 
소주성은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
“우리나라 경제성장 과정에 대한 반성의 산물이다, 이렇게 정의할 수 있겠다. 지난 40~50년간 수출과 대기업 위주의 불균형 성장 전략, 이른바 추격형 모델을 지속해 왔는데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이게 고장이 나기 시작했다. 소득 분배는 악화되고 양극화는 심화됐으며 저성장은 고착화됐다. 과거의 성공 모델이 수명을 다하면서 오히려 족쇄가 돼 버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대론 안 된다. 선 성장 후 분배가 아니라 분배와 성장이 선순환을 이루는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낯선 이론으로 실험한다는 비판도 있다.
“나 혼자 연구실에서 만든 게 결코 아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이미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은행(WB)도 2015년 ‘우리는 낙수효과를 부정한다’고 선언했고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해 ‘성장의 혜택이 광범위하게 분배돼야 더 강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밝혔을 정도다. 나는 이를 한국적 상황에 적용시켰을 뿐이다. 심지어 이전 정부에서도 다 나왔던 얘기다. 이명박 정부는 동반성장을 추진했고 박근혜 정부 때도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기업 소득이 가계 소득으로 가게 해야 한다’며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았나.”
 
그러면서 그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마찰을 또 다른 예로 들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수출 주도 성장만으론 위험하다. 내수와 가계 소비라는 엔진을 하나 더 달아야 수출과 투자라는 엔진이 식어도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외끌이에서 쌍끌이로 가자는 거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가계 소득을 늘려야 하고 그 일환으로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나온 거다.”
 
소주성에 대한 비판이 야권과 보수 진영에서만 나오는 건 아니다. 여권과 진보 학자들의 우려도 적잖다. 용어의 적실성에서부터 과연 구조개혁이 가능하겠느냐는 회의론까지. 말 그대로 좌우의 협공을 받고 있는 소주성이다. 최근엔 수정·보완 얘기가 나오자 ‘경제개혁은 포기하겠다는 거냐. 이제 집권 3년 차 개혁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책을 본격 시행한 지 1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개혁이 물 건너갔다? 그럼 이번 대책에 포함된 경제민주화와 포용성장 부분은 모두 레토릭인가. 문재인 정부의 개혁 의지를 대단히 과소평가하는 거다. 아직 3년 반이나 남았다. 수십 년 고착화된 경제 구조를 조금씩 변화시켜 나가는 큰 프로젝트 속에서 우리 정부는 할 수 있는 범위까지 최선을 다해 나아갈 거다. 오히려 내년이 진짜 승부수를 던지는,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상반기 예상되는 어려움을 잘 극복한 뒤 연말엔 ‘아, 이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구나’라고 실감할 수 있도록 일자리와 분배에서 확실한 성과를 낼 것이다.”
 
 
김수현·홍남기, 많은 분 만나 목소리 경청해야
 
문 대통령과의 인연은.
“1990년대 부산에서 교수와 변호사로 처음 만났다. 본격적으로 도운 건 2012년 대선 때부터다. 대선 패배 후엔 진보의 성장 담론을 놓고 토론도 많이 했다. 소주성도 그때 얘기된 거고.”
 
청와대에 들어가 보니 어떻던가.
“처음엔 여기가 사람 사는 곳인가 싶었다. 업무가 늘 산더미처럼 쌓여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었다. 초기엔 관료들과 논쟁도 많이 했다. 그동안 해오던 패턴이 아니다 보니 ‘문재인 정부의 철학은 이런 것’이라고 끊임없이 설명해야 했다. 다행히 이견이 좁혀지면서 올해는 현안 관리에 집중할 수 있었다.”
 
2기 경제팀이 1기와 다른 점이라면.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통 능력이 뛰어나더라. 엄청 꼬인 문제를 굉장히 쉽게 풀어내는 스타일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조정 능력이 탁월하다. 여러 부처를 누구보다 잘 조율해 나갈 분이다. 국민은 성과도 중요하지만 어떤 모습으로 진솔하게 다가가느냐를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바라기는 경청하는 자세, 겸허한 자세로 많은 분을 만났으면 싶다. 필요하면 옆집 이웃도 찾아뵙고. 1기는 아무래도 어공(어쩌다 공무원)이 많았고 뭔가 변화의 메시지를 주려다 보니 불안하게 보였을 수 있다. 2기는 변화의 방향이 잡힌 상태에서 안정과 관리에 강점이 있는 분들이 모인 만큼 개혁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기도 한층 수월할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내년엔 소주성이 뭔지 명확히 보여줄 수 있는 정책을 여럿 내놓을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대한 많은 분들을 만나뵐 생각이다. 특히 비판 그룹을 만날 때 생산적 대안이 많이 나오더라. 그분들의 고견을 모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최저임금을 넘어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매진하는 ‘소주성 2.0’을 선보일 계획이다. 물론 여기엔 당장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도 포함될 거다. 청와대와 정부 모두 내년에 승부를 건다는 각오로 신발끈을 고쳐 매고 있다. 2019년이 중요하다. 반드시 성과를 낼 것이다.”
 
박신홍 정치에디터 jbjean@joongang.co.kr

구독신청

공유하기
Innovation Lab
Branded Content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