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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와 생계 사이서 방황하는 카풀, 직접 해보니

중앙일보 2018.12.21 09:00
[더,오래]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23)

어느 날 버스를 이용해 출근한 적이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면서 혼자 운행하는 차들을 보고 나 좀 태우고 갔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을 했다.(이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직장에 출근할 때 주로 내 차를 타고 다녔는데 어느 날 차를 정비해야 해 버스를 이용한 적이 있다. 배차 간격이 길어서 그런지 오랫동안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았다.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다 보니 혼자 운행하는 차가 눈에 많이 띄었다. 그 차들을 보면서 같은 방향이면 나 좀 태우고 갔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을 했다. 한참 만에 온 버스를 타고 가며 내일부터는 내가 그렇게 하리라는 마음을 먹었다.
 
그다음 날부터 버스정류장에 가 나와 방향이 같은 사람들을 태우고 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해선지 잘 타지 않았다. 자가용 영업을 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카풀을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났다. 그들과 함께 출근하며 재미있는 얘기를 나누었다.
 
돈보다 더 귀한 가치 얻은 자가용 카풀
한번은 벤처기업을 창업한 젊은이가 탔다. 그 전날 술을 먹고 차를 놓고 왔단다. 그는 고맙다며 자기도 다음부터 나처럼 카풀을 하겠다고 말했다. 나의 조그만 수고가 다른 사람에게 전파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뿌듯했다. 당시 나는 벤처기업에 대해 컨설팅도 하고 있었으므로 그에게 몇 마디 조언을 해주었다.
 
어떤 때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모시기도 했다. 그러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과 인연을 맺었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행선지에 내려주면 내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럼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했다. “여러분을 모셔다드리고 가면 하루를 즐겁게 시작하게 되거든요.”
 
하루는 아내가 이런 얘기를 한다. “여보, 의도는 좋지만 혹시 교통사고라도 나면 당신이 모두 책임을 져야 할지 몰라요.” 그 소리를 들으니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그다음 날부턴 운전을 더 조심하게 됐다. 이것도 카풀을 하며 얻은 소득 중의 하나다.
 
버스정류장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가벼운 옷차림을 하고 있어 어디 놀러 가느냐고 했더니 직장에 출근하는 길이라고 했다. 얘기를 들어보니 직업이 한의사였다. 차를 타고 가며 덕분에 나의 건강에 관한 상담도 했다. 몇 달 후 그를 또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다. 그가 하는 말이 직장에 차를 두고 와서 버스를 탄 적이 딱 두 번 있는데 그때마다 나를 만났다는 것이다. 참 묘한 인연이다.
 
어느 회사에서 운영하는 카풀 프로그램 모습. 나는 자가용 카풀을 하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과 인연을 맺었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행선지에 내려주면 고마움을 표했다. 그럼 오히려 내가 고맙기도 했다. [사진 현대차]

어느 회사에서 운영하는 카풀 프로그램 모습. 나는 자가용 카풀을 하면서 여러 계층의 사람과 인연을 맺었다. 그들이 가고자 하는 행선지에 내려주면 고마움을 표했다. 그럼 오히려 내가 고맙기도 했다. [사진 현대차]

 
그 후 그는 직장을 분당으로 옮겼고 우리 가족은 그가 개설한 한의원에 다녔다. 해외의료봉사를 가면 현지에서 사 온 것이라며 내게 커피를 선물하기도 했다. 돌이켜 보면 나는 카풀을 통해 돈보다 더 귀한 가치를 얻었다.
 
은퇴하고 나선 그럴 기회가 많지 않지만 요즘도 가끔 카풀을 한다. 한 번은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행선지를 물어보니 분당선 전철 서현역까지 간단다. 차를 타고 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나이는 91세이고, 할머니는 몇 년 전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나이가 꽤 드셨지만 그래도 정정한 편이었다.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더니 전철을 타고 모란역에 내려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성남에 있는 노인정에 가는 길이란다. 우리 동네에도 노인정이 있다. 그런데 왜 할아버지는 굳이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다른 동네에 있는 노인정으로 가는지 의아했다. 아마 그곳에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멋진 할머니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운동으로 확대되는 공유경제
요즘 우리 사회에 공유경제가 유행이다. 물건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 쓰고 나눠 쓰는 소비형태다. 카풀도 공유경제의 일종이다. 자동차를 같이 쓸 수 있다면 그만큼 환경도 좋아지고 에너지 소비도 줄일 수 있다. 여러 나라에서 경기침체와 환경오염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사회운동으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에서 카풀을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택시업계는 손님을 빼앗긴다며 반발하고 대규모 시위를 하기도 한다.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카풀 사업화는 낭패라며 한숨짓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최근 카카오에서 카풀을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택시업계는 손님을 빼앗긴다며 반발하고 대규모 시위를 하기도 한다.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카풀 사업화는 낭패라며 한숨짓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최근 카카오에서 카풀을 사업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요금은 기존 택시의 70~80% 수준이다. 택시업계와 경쟁을 하겠다는 구도다. 그러자 택시업계에서 손님을 빼앗긴다며 반발한다. 대규모 시위도 하고 최근엔 분신한 사람도 있다. 은퇴한 후 생활비를 벌기 위해 개인택시 면허를 취득한 사람은 카풀이 사업화하면 낭패라며 한숨짓는다. 벌써 개인택시 번호판 가격이 뚝 내려갔다고 한다.
 
카풀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서비스다. 그러므로 주체가 누가 되든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기보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접근했으면 한다. 대기업이 영세 택시업자들과 밥그릇 싸움을 해서는 곤란하다. 택시업계도 시위만 하기보다 스스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처럼 스트라이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왜 사람들이 카풀을 이용하려는지 분석하고 그에 대한 방안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공존할 수 있다.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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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기 백만기 아름다운인생학교 교장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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