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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인싸] 의원님, ‘지ㆍ옥ㆍ고’를 아시나요?

중앙일보 2018.12.20 06:00
 
‘여의도 인싸’는 국회 안(inside)에서 발생한 각종 이슈와 쏟아지는 법안들을 중앙일보 정치팀 2030 기자들의 시각으로 정리합니다. ‘여의도 인싸’와 함께 ‘정치 아싸’에서 탈출하세요.
‘지옥고’라는 말이 있습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한 글자씩 따 ‘주거빈곤가구’의 고충을 표현한 조어입니다. 주거빈곤가구란 이 세군데 외에도 PC방, 찜질방,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의 거처를 포함하는 개념입니다.
 
청년 세대와 지옥고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서울의 1인 거주 20∼34세 청년가구 가운데 주거빈곤가구의 비율은 2015년 기준 37.2%입니다. 전국 전체 가구 주거빈곤율(11.6%)의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최근 통계를 볼까요. 국토교통부가 지난 10월 24일 발표한 주거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고시원 거주자만 15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의 평균 연령은 34.6세, 평균 월 소득은 180만 원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4월 6일 오전 국회에서 막을 올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에 참가해 주거빈곤 체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이던 2015년 4월 6일 오전 국회에서 막을 올린 '2015 다함께 정책엑스포'에 참가해 주거빈곤 체험을 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회에서도 이 용어가 종종 쓰이곤 합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9일 경기연구원과 경기도 주관으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토론회’ 축사에서 “요즘 청년들 사이에서 ‘지옥고’라는 말이 크게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갑자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여의도에 계신 분들은 정말 청년들의 주거문제에 깊이 공감하고 있을까요?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면서 힘든 시기를 겪어낸 기성 세대에게 ‘요즘 것들’의 생각과 고민이 오롯이 전달되고 있는 걸까요? 또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대책들은 2030 세대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을까요. 먼저 의원들에게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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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주거난 해소를 위한 정부 정책, 어떤 게 제일 효과적일까요? 
 
▶윤관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간사(더불어민주당)

LH 전세임대를 확대하는 게 당장의 주택수요에 부응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봅니다. (LH 전세임대란 세입자가 원하는 집을 구하면 LH가 해당주택의 소유자와 전세계약을 맺고 이 주택을 세입자에게 저렴하게 재임대하는 사업입니다.) 1억원 전세라면 월세가 30만원 이하가 되도록 설계해서 주거 수준은 높이고 부담은 줄이는 겁니다. 현재 2만호를 운영 중인데 내년에 청년 대상 1만호, 신혼부부 대상 9000호 등 4만호를 추가로 공급한다는 계획입니다.  
 
▶정성호 국회 기획재정위원장(더불어민주당)

공공임대주택 확대가 가장 시급합니다. 유럽국가들은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20% 이상인 곳도 많은데 우리나라는 6.3%입니다. 특히 청년ㆍ신혼부부ㆍ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게 주로 공급되는 공공분양 아파트들의 분양 원가 공개를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면 국민의 알권리 보장뿐 아니라 아파트값 상승을 심리적으로 제동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토론회에 참석,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왼쪽)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토론회에 참석,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 세대는 이런 정책 효과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정부에 어떤걸 기대하고 있는지도 물었습니다.
 
취업준비생 최모씨(26·남)는 ‘지옥고’라 불리는 고시원 생활 3개월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의 월 45만원짜리 방인데 소음이 심하고 난방도 잘 안되서 불편을 겪고 있습니다.   

주거에 대한 가장 큰 고민은 뭔가요?
아무래도 안전 문제죠. 최근 고시원 화재 사건 이후 가족들의 걱정이 커졌어요. 소화기나 스크링클러가 잘 작동하는지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정부에서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정부에서 신혼부부ㆍ청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고 하는데 어떤가요?
둘 다 신뢰가 안가요. 특히 요즘 젊은 남성 세대에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매우 커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20대 국회 지역구 의원 252명 중 25%가 서울 강남에 거주한다면서요. 이분들이 저희 세대의 고충을 알긴 아실까요?
지난 11월11일 오전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서 거주자들이 짐을 정리하기 위해 모여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11월11일 오전 화재로 7명이 사망한 종로구 국일고시원 앞에서 거주자들이 짐을 정리하기 위해 모여있다. 장진영 기자

 
취업 준비를 위해 서울 서대문구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김모씨(25·여)는 충청도에 사는 부모님께 금전적 도움을 받는 게 가장 미안한 일입니다. 한 달에 40만원인 월세에다가 휴대전화요금ㆍ교통비만 최소 20만원 이상인데 홀로 충당하기가 버겁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신혼부부ㆍ청년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고 하는데 좀 와닿는게 있나요?
전혀 없어요. ‘취업성공패키지’에 지원했는데 매달 30만원씩 3개월간 지급되는 돈은 누구 코에 붙이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부모님이 다 직장이 있고, 20대 후반의 평범한 취업준비생이기 때문에 그런 혜택이 저한테까지 올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아요. 실제와 달리 제가 엄청 잘 사는 사람으로 분류가 되더라고요.
결혼을 하려면 자가주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보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상 집을 사는 건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혼을 안 하고싶고, 정확하게 말하면 할 자신이 없죠. 주택 문제는 저같은 20대에게 좌절감을 줘요.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 내외가 지난 8월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양동 현장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시청 제공]

한 달간의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 생활을 마친 박원순 서울시장 내외가 지난 8월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삼양동 현장에서 짐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시청 제공]

 
일단 직장이라도 갖게된 30대는 좀 다를까요. 서울 중랑구에서 하숙하는 김중환씨(34·남)에게도 요즘 최대 고민이 내집 마련입니다. 김씨는 “현재 소득 수준으로는 언젠가 내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희망이 안 보인다”고 말합니다.  
정부 정책 중 와 닿는게 있나요?
부분적으로는 있어요. 중소기업에 취업한 덕에 대출 혜택을 받아서 이걸로 작은 전세방이라도 구하려고 알아보는 중입니다.  
집 걱정 때문에 결혼도 미루고 있나요?
네, 가정의 근본 요소에는 안정적 주거공간이 포함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실상 결혼은 포기 상태죠. 지금의 정책과 지금의 소득수준이 유지된다면 완전히 포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지난 9월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신마곡 벽산 블루밍 메트로'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아파트 및 오피스텔 총441가구로 이루어진 신마곡 벽산 블루밍 메트로는 정부의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첫 분양이라 큰 관심을 받았다. [뉴스1]

지난 9월 14일 오후 서울 강서구에 문을 연 '신마곡 벽산 블루밍 메트로' 모델하우스를 찾은 시민들이 아파트 모형을 바라보고 있다. 아파트 및 오피스텔 총441가구로 이루어진 신마곡 벽산 블루밍 메트로는 정부의 9.13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첫 분양이라 큰 관심을 받았다. [뉴스1]

 
 인천 송도의 오피스텔 전세에 거주하는 직장인 염모씨(25·여)의 주된 관심사도 집값 안정입니다.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서 월급으로 이자를 내고있는데 장기적인 내집 마련, 노후 대비 등을 생각하면 막연하다고 합니다.
정부의 주택 대책, 어떻게 보나요?
일단 체감은 됩니다. 주변에서 행복주택이나 청년임대주택에 입주하는 사례가 있거든요. 하지만 예전에 서울지역 청년임대주택에 응모도 해봤는데 당첨을 기대하긴 힘들었어요.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부동산으로 돈 못벌게 하겠다’는 말은 신뢰가 가나요?
집 값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솔직히 정부를 믿고 기다리다가 나만 부동산 투자 안해서 바보 되는건 아닐까 불안하기도 해요.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정부의 9·13 부동산대책 발표 후 첫 주말인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수혜대상에서 좀 벗어나 있는 신혼부부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실거주자를 위한 대책이 미흡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서울 광진구의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씨(31·여)는 “실거주 목적으로 겨우 대출 받아 집 한채 있는 사람들에게도 세금을 엄청 때리고 대출 금리는 오르니 집 자체를 사지 말라는 걸로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집을 사라는 기조여서 취득세 감면 혜택 등을 받았는데, 최근 이사하려고 새 집을 알아보니 취득세만 3000만원이라 엄두가 안난다는 겁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기대하는 건 없나요?
애초에 부동산 정책이라는 게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통한 적이 있었나요? 건드릴수록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느낌입니다. 투기 목적으로 한 다주택자가 문제인건데 심리적으로는 자신이 서민이라고 느끼는 엉뚱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엄청 뜯어가요. 정부 혜택 받는 건 없는데 세금만 매년 늘어요. ‘똘똘한 한 채’는 한 20억 이상의 집이고, 저같은 사람들은 그냥 ‘애매한 한 채’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3일 저녁 서울 강동구 강일 행복주택을 찾아 청년,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 주민 간담회를 가진 후 한 가구를 방문해 주거환경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지난 13일 저녁 서울 강동구 강일 행복주택을 찾아 청년, 신혼부부 주거 지원 정책 주민 간담회를 가진 후 한 가구를 방문해 주거환경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집 값’은 2018년 한 해를 강타한 최대 화두임에 틀림 없습니다. 2019년에도 계속될 이슈겠지요.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얼마 전 서울 강동구의 신혼부부 행복주택을 방문해 “우리 세대 때에는 그래도 8년 남짓 열심히 일하면 조그만 아파트를 하나 장만할 수 있었는데 요즘엔 어림없고 아예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살 수 있다는 희망, 그게 사라진지 오래라는 것. 청년 세대와의 소통은 이걸 이해하는데서 시작되는 것 아닐까요.
 
김경희ㆍ최연수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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