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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江南人流] 32세 젊은 디자이너가 창조한 ‘NEW 럭셔리’

중앙일보 2018.12.20 00:01 강남통신 4면 지면보기
보테가 베네타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질 좋은 가죽을 기본 소재로 섬세하고 정교한 장인 정신을 패션으로 풀어내 온 이 이탈리아 브랜드는 올해 완전히 달라지기로 작정한 것 같다. 그 첫 번째 신호는 올해 7월에 있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교체였다. 2001년부터 함께 해온 유명 디자이너 토마스 마이어와 결별하고, 32살의 신예 다니엘 리를 새 수장으로 임명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감행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달엔 일본 도쿄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더니, 오픈 행사와 함께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첫 번째 컬렉션(2019 프리폴)을 선보였다. 과감한 변화의 행보를 보이고 있는 보테가 베네타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달라졌을까. 그 현장을 직접 찾아갔다.
도쿄=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사진=보테가 베네타
  
지난 6일 일본 도쿄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보테가 베네타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건물 외벽엔 은빛 금속 패널을 사용해 브랜드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패턴을 표현했다. 같은 날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의 첫 번째 컬렉션도 처음 공개됐다.

지난 6일 일본 도쿄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보테가 베네타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었다. 건물 외벽엔 은빛 금속 패널을 사용해 브랜드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패턴을 표현했다. 같은 날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다니엘 리의 첫 번째 컬렉션도 처음 공개됐다.

지난 12월 6일 일본 도쿄 긴자 거리에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플래그십 스토어가 문을 열자 한국을 포함한 일본·중국·홍콩·싱가포르·대만 등에서 모여든 80여 명의 기자가 몰려들었다. 총 6개층 800㎡에 달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라는 점이 화제가 된 데다,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첫 컬렉션(2019년 프리폴)이 처음으로 공개됐기 때문이다. 17년 만에 바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만들어낼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의 모습을 확인하기 위한 기자들의 취재 열기로 매장 전체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도쿄에서 공개한 보테가 베네타의 2019 프리폴 컬렉션. 올해 6월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32세의 젊은 디자이너 다니엘 리가 선보인 첫번째 컬렉션이다. 이들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패턴을 큼직하게 확장해 커다란 남성용 가방(왼쪽)에 적용했다. 오른쪽은 보테가 베네타가 처음 선보인 나일론 가방. [사진 보테가 베테타]

도쿄에서 공개한 보테가 베네타의 2019 프리폴 컬렉션. 올해 6월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32세의 젊은 디자이너 다니엘 리가 선보인 첫번째 컬렉션이다. 이들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 패턴을 큼직하게 확장해 커다란 남성용 가방(왼쪽)에 적용했다. 오른쪽은 보테가 베네타가 처음 선보인 나일론 가방. [사진 보테가 베테타]

올해는 유독 많은 럭셔리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교체된 해였다. 보테가 베네타를 포함해 버버리·셀린·루이비통 남성 등이 새로운 수장을 맞았다.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부임한다는 건 단순히 사람이 바뀐다는 것을 넘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새로운 제품 디자인뿐 아니라 새로운 컨셉트와 분위기를 가지게 되고 이에 따라 고객층마저 바뀌는, 아예 브랜드가 새롭게 바뀐다고 봐야 한다. 특히 보테가 베네타처럼 오랜 시간 동안 큰 변화가 없었던 브랜드의 경우는 더하다. 이들에게 변화란 브랜드의 미래를 좌우하는 모험이기 때문이다. 
보테가 베네타의 신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다니엘 리는 영국의 유명 디자인 학교 '센트럴 세인트 마틴 칼리지 오브 아트 앤 디자인'을 졸업한 후 메종 마르지엘라, 발렌시아가, 도나 카란 등에서 경력을 쌓은 디자이너다. 가장 최근엔 셀린에서 기성복 부문 디렉터로 근무했지만, 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자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8년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다니엘 리.

2018년 보테가 베네타의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다니엘 리.

하지만 보테가 베네타가 소속돼 있는 럭셔리 그룹 '케어링'의 프랑수아 앙리 피노 회장은 이미 구찌·발렌시아에 젊은 디자이너를 기용해 브랜드를 성공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다니엘 리를 기용하며 "그가 가진 특별한 비전은 보테가 베네타 하우스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게 할 것이라는 확신을 줬다. 엄격하리만치 정확하면서도 열정이 가득한 그의 작품 세계가 보테가 베네타에서 구체화하는 모습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보테가 베네타의 클라우드 디트리히 라스 CEO 역시 "다니엘 리는 32세로 젊지만 디자인과 럭셔리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열정이 넘치면서도 자신 또한 밀레니얼 세대의 일부로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감성적인 연결고리를 찾아낼 수 있다. 그의 비전이 기존 고객을 포함해 더욱 폭넓은 고객에 다가가기 충분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여기서 또 하나 흥미로운 건 이번 행사가 열린 장소다. 이들은 신임 디자이너의 첫 컬렉션 공개 장소로 브랜드의 고향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 대신 일본 도쿄를 선택했다. 이유가 뭘까.

"아시아는 우리에게 너무 중요한 시장이다."
라스 CEO가 행사 현장에서 한 말이다. 그와 피노 회장은 이번 행사에 직접 참석해 아시아 기자들의 반응을 세심하게 살폈다. 최근 보테가 베네타는 아시아 시장에서 활발할 활동을 벌여왔다.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2018년 가을·겨울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는 프레젠테이션을 열었고, 8월엔 중국 아이돌 스타 이양천새(易烊千玺)와의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에서의 매출도 최근 몇 해간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일본은 2001년에 진출한 핵심 시장일뿐 아니라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할 정도로 매출 규모가 크다. 일본·중국·한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시장에서 보테가 베네타의 인기가 높은 만큼 도쿄에 새 플래그십을 열면서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첫 작품에 대한 반응을 함께 살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을 도쿄에 세운 이유에 대해서도 라스 CEO는 "우리는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전역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일본은 중요한 시장인 동시에, 아시아 관광객들이 몰리는 곳"이라고 답했다. 도쿄 플래그십이 일본 고객을 포함해 일본에 모이는 아시아 고객을 모두 잡기 위한 거점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보테가 베네타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

보테가 베네타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

 
옷부터 가구까지…젊어진 보테가 베네타를 한 눈에 
다시 도쿄 긴자 플래그십으로 돌아가보면, 가방·신발 등 가죽 제품과 함께 여성복·남성복, 아이웨어, 향수, 주얼리, 그릇·커트러리·쿠션 등 홈 컬렉션과 가구까지 폭넓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매장 디자인은 일본과 이탈리아의 문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데 주력했다.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모양의 건물 형태는 도쿄의 미래지향적 정신과 모더니즘 건축 양식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외벽엔 보테가 베네타의 상징인 '인트레치아토'(가죽끈을 꽈 많은 정사각형 모양이 나타나도록 한 짜임 방식)를 연상시키는 900여 개의 정사각형 패널을 붙여 한눈에 이 건물의 정체성을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보테가 베네타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

보테가 베네타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

보테가 베네타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

보테가 베네타 도쿄 플래그십 스토어

매장 내부에 들어서면 일본과 이탈리아 문화의 만남이 더욱 확실해진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벽 전체에 사용된 두 가지 종류의 석고다. 둘 다 기본적으로는 하얀색 석고이지만 하나는 '교토 화이트'라 이름 붙여진 석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이탈리아 건축물에서 즐겨 사용하는 미네랄 석고다. 층을 연결하는 나무 계단은 일본산 들메나무의 무늬가 새겨져 있고, 바닥엔 일본 에도시대 건축에 사용되던 일본식 석판 '테페이-세키'를, 그 위에 배치한 진열탁자는 이탈리아산 대리석 '트래버틴'으로 만들었다.
다니엘 리가 보여준 컬렉션은 한마디로 '젊음' 그 자체였다. 브랜드 시그니처인 인트레치아토 패턴은 기존의 것보다 크고 과감하게 확대해 가방·신발·옷에 적용했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단순하게 정리하고, 기존에 사용하던 화려하고 다채로운 컬러는 남녀 모두에게 잘 어울리는 중성적인 컬러로 바꿔 모던한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보테가 베네타 2019년 프리폴 컬렉션.

보테가 베네타 2019년 프리폴 컬렉션.

보테가 베네타 2019년 프리폴 컬렉션.

보테가 베네타 2019년 프리폴 컬렉션.

보테가 베네타 2019년 프리폴 컬렉션.

보테가 베네타 2019년 프리폴 컬렉션.

그의 첫 컬렉션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현장에선 "단순하고 현대적인 '컨템포러리 럭셔리'를 잘 풀어냈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12일엔 보그·WWD·BOF 등 패션 매체들이 앞다퉈 "몇 달 만에 만들어낸 컬렉션의 수준이 상당하다. 내년 2월에 있을 2019년 가을 컬렉션이 기대된다"고 보도했다. 행사 현장에서 라스 CEO는 "이번 컬렉션은 '오늘날의 여성과 남성'을 위한 옷이다. 이제 소비자 위에 군림하던 럭셔리 브랜드는 없다"며 새로운 보테가 베네타의 방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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