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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광둥성 경기지표 사라졌다...대미 무역전쟁 피해 감추나?

중앙일보 2018.12.19 06:00
'중국 제조업의 메카'로 꼽히는 중국 광둥성 선전 도심 풍경.[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제조업의 메카'로 꼽히는 중국 광둥성 선전 도심 풍경.[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제조업의 메카’로 꼽히는 광둥(廣東)성 정부가 최근 지역 구매관리자지수(PMI) 발표를 돌연 중단했다. PMI 지표는 제조업 중심 지역 경제의 건강을 측정하는 척도로 쓰인다. 지난 2011년 11월 이래 꾸준히 PMI를 공개했던 광둥성의 이같은 갑작스러운 조치는 석연치 않은 의문점을 남겼다.
 
최근 의문이 뒤늦게 풀렸다. 중국 중앙정부가 지방 정부 차원의 경기 지표 산출을 중단시켰던 것이다. 18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 10일 광둥성 정부는 성명을 통해 “10월 말쯤 국가통계국(NBS)이 ‘앞으로 직접 PMI를 산출하겠다’고 통보해왔다. 이에 따라 11월 1일자로 지역 PMI 발표를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으로 중앙정부가 광둥성 지역의 PMI 지표 산출 방식에 손을 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고 SCMP는 전했다. 내년부턴 전국 성·시에 확대 적용되는 조치다.
 
이처럼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지역 경기 지표까지 관리하고 나선 배경엔 ‘사실상 장기전에 돌입한 미·중 무역전쟁이 국내 제조업에 주는 피해를 대외적으로 감추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나 광둥성의 PMI는 중국 경제 전반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히기 때문이다. 
 
리커창(오른쪽)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EPA=연합뉴스]

리커창(오른쪽) 총리 등 중국 지도부와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진핑 주석. [EPA=연합뉴스]

 
설령 트럼프 정부의 잇따른 관세 부과가 경제 피해로 이어지더라도, 중앙 정부가 핵심 경기 지표를 ‘확실히’ 통제할 수 있다면 대내외 경기 둔화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SCMP는 “중앙정부는 미·중 무역 갈등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광둥성 뿐 아니라 중국의 실물 경기는 빠르게 둔화하는 추세다. 중국 NBS에 따르면 지난 11월 중국 PMI는 지난해 4분기(약 52~53포인트)에 비해 떨어진 50포인트를 기록했다. 광둥성이 마지막으로 공개한 지역 PMI(올해 9월) 역시 50.2포인트에 그쳤다. 통상 PMI가 50 포인트 이상이면 경기 상승, 그 이하면 경기 하락이 예상됨을 의미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소형 공장으로 분석 대상을 좁혀 재산출해봤더니 (PMI가) 49포인트 수준에 맴돌았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에 따른 제조업체 피해는 이미 중국 전역에서 포착되고 있다. 중국 NB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5월) 약 30%에 달했던 중국 산업용 로봇 생산량의 증가세는 지난 7~8월 7.5%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량(지난 10월 기준)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3.3% 가량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의 애널리스트 니키 루는 “양국 정상이 90일 간의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했는데도 불구,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전망했다.
 
제조업체들은 비명 조차 제대로 지르지 못하지만 실상은 수백억 원 규모의 손실을 안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 유명 산업용 로봇 제조사인 야누스 인텔리전트 그룹은 올해 1~3분기 총 1억200만 위안(약 167억 원)의 순손실을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선전구 소재 로봇 제조사인 HNC 역시 올해 1~3분기 동안 5900만 위안(약 100억 원)의 순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만 해도 52~53포인트에 달했던 중국 PMI는 최근 50포인트로 내려앉았다. [FT 캡처]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만 해도 52~53포인트에 달했던 중국 PMI는 최근 50포인트로 내려앉았다. [FT 캡처]

 
하지만 아무리 현실이 어두워도 중앙정부가 지방 경기 지표 산출에 관여하려 드는 것은 서방의 시각에선 정상 궤도를 한참 이탈한 것이다. ‘객관성’이 생명인 경기 지표가 ‘특정 상황(무역전쟁)’ 혹은 ‘특정 권력’의 의도에 따라 언제든 조작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익명의 광저우 소재 수출 제조기업 대표는 “광동 소재 기업 뿐 아니라 전국 모든 사업체가 시의적절하고 투명한 광둥성 PMI 데이터를 원한다. 광둥성이 곧 중국의 경제 엔진이기 때문”이라며 “중앙정부가 내년 중국 제조업이 불황에 빠진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목적으로 PMI 지표를 통제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NBS는 지난 2015년에도 자체 산출한 ‘예비 PMI’를 발표했던 민간업체를 제재한 전력이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조진형 기자 enis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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